"특별히 이 책부터 읽었으면 좋겠다"...한강 작가가 추천하는 책 [Y녹취록]
■ 진행 : 나경철 앵커, 엄지민 앵커
■ 출연 : 정여울 문학평론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용 시 [YTN 뉴스퀘어 10AM] 명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덕분에 서점이, 그리고 특히 문학 코너가 저렇게 북적이는 모습을 굉장히 오랜만에 봤어요. 한강 작가 작품들이 굉장히 많은데 한강 작가가 특별히 이거 먼저 읽었으면 좋겠다, 추천하는 책이 있더라고요.
◆정여울> 작별하지 않는다라는 최근의 책인데 2021년에 나온 작품인데 작가들은 보통 모든 작품을 다 애착을 가지고 있지만 최근에 쓴 작품이 사랑받기를 바라거든요. 그러니까 가장 나중에 탈고 했으니까, 가장 최근에 열심히 고생한 흔적이 묻어있으니까요. 그리고 또 작별하지 않는다 같은 경우에는 4.3 사건이나 5.18 민주화운동이 계속 조명이 돼야 되거든요.
계속 피해자들의 유족들의 상처를 치유해 줘야 되고 또 보상이 이루어져야 하고 많은 분들이 정말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그런 많은 축복을 받으셔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분들이 많으세요. 그래서 어떤 분들은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이 작품을 통해서 5.18과 4.3이라는 이 역사적 사건이 계속 뉴스에 나오니까 좋다고. 그래서 우리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잘 몰랐던 사람들도 계속 이 역사적 사건에 대해서 이거 알아야 되겠구나, 문학을 통해서 우리가 이 역사적 트라우마에 대해서 배우고 이해하고 공감해야 되겠구나, 그리고 우리가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너무 많잖아요. 그래서 그 문제들을 우리 집단의 트라우마를 함께 해결해야 되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돼서 더 좋다는 생각도 드는 것 같아요.
◇앵커> 한강 작가는 작별하지 않는다를 먼저 읽으라고 추천을 해 주셨고 평론가님은 어떤 책을 추천하고 싶으세요?
◆정여울> 저는 다 좋은데요. 다 좋은데 채식주의자가 아무래도 가장 박진감 넘치고 약간 스릴러 같은 느낌도 들고요. 환상 같은, 꿈과 현실을 오가는 것이 굉장히 재미있었고. 그리고 우리가 말하지 못하는 것이 뭔가 먹고 싶어도 주변 사람들이 다 자장면을 먹는다고 하는데 나 혼자 샐러드 먹고 싶다고 말하는 게 참 어려운 세상이잖아요.
특히 한국 사회는 눈치를 되게 많이 보는 사회인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소설 속의 주인공은 내가 채식을 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주변의 인간관계가 다 달라지거든요. 사실 무너지죠. 그런데 그 무너지는 속에서도 고수하거든요. 자신의 트라우마를 이야기는 잘 하지 못하더라도 나는 채식을 하겠다. 그리고 눈앞에서 자기가 사랑하는 개를 죽은 아버지에 대한 분노, 상처, 이것을 치유하지 못했던 그 마음이 여전히 그 소설 속의 주인공에 남아 있었다는 것. 그래서 이런 주제가 우리에게 굉장히 큰 시사점을 주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트라우마는 우리가 잘 보살피지 않으면 트라우마도 유전되고 전염되거든요. 그래서 옆의 사람에게도 그 트라우마가 영향을 줄 수 있고 어머니의 아픔은 딸에게 유전되고, 이런 식으로 계속 트라우마가 옆으로 번져나갈 수도 있어요. 그래서 우리의 상처를 치유하고 또 상처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의 하나가 저는 읽고 쓰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좋은 문학작품을 읽고 뭔가 특별하게 거창하게 안 해도 돼요. 읽고 낭독하고 요새 필사 모임도 되게 많더라고요. 그래서 낭독하고 필사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분들이 도움을 받으실 것 같고요. 이렇게 채식주의자를 읽고 나면 아마 한강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시고 싶으실 것 같아요. 그래서 초기작인 여수의 사랑이라는 작품도 되게 좋고요. 검은 사슴도 좋고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정말 한강 작가의 광팬이라고 고백하시면서 자신의 책을 쭉 이렇게 쌓아서 보여주시는, 인스타그램 같은 데서. 쌓아서 보여주시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나 이렇게 다 읽었다고 자랑하시는 분들이. 이건 참 좋은 자랑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문학을 사랑하는 시간, 그리고 문학이 결코 실효성이 없는 것이 아니라, 실용성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우리 인생에서 내 상처를 돌아보고 타인의 아픔을 돌아보고 그리고 진정으로 우리가 서로를 붙들기 위해서. 저는 이 작별하지 않는다라는 작품 속에서 친구를 구하기 위해서, 친구의 안부를 묻기 위해서 목숨을 걸고 가는 주인공의 모습이 너무 감동적이었거든요.
그래서 사랑하는 존재들은 결코 죽어도 사라지지 않는 것 같아요. 죽더라도, 우리가 상실이 있더라도, 트라우마가 있더라도 우리가 한 번 사랑했던 존재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가 문학작품을 통해서 알 수 있는 정말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앵커> 이런 활기, 이런 열풍이 조금 더 오래 지속되면 좋겠습니다.
◆정여울> 오래오래 갔으면 좋겠습니다. 책을 사랑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대담 발췌: 이선 디지털뉴스팀 에디터
#Y녹취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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