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새마을금고의 이상한 공시…재무상태표 항목 반 이상 줄여

성소의 기자 2024. 10. 11.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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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재무상태표 계정과목 갯수, 젼넌比 반 이상 줄어
법적 공개 의무 있는 현금흐름표 등도 공시자료서 빠져
위성곤 "새마을금고, 내부통제 의지 부족…행안부 점검 필요"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서울 소재 MG새마을금고 영업점의 모습. 2023.07.09. mangusta@newsis.com

[세종=뉴시스]성소의 기자 = 새마을금고중앙회가 공시하는 재무상태표 계정과목 갯수가 작년부터 반 이상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개할 법적 의무가 있는 재무제표 자료들도 공시에서 누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새마을금고의 소극적인 정보 공개에도 행정안전부는 이를 제대로 관리·감독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새마을금고중앙회로부터 받은 2023년 결산 경영공시 자료를 보면 현금흐름표와 자본변동표, 주석이 모두 빠져있다.

현금흐름표는 현금의 유출·유입 현황을 알 수 있는 재무제표로 기업의 유동성과 지급 능력 등을 파악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로 꼽힌다.

자본의 변동 사항을 기록한 자본변동표와 계정과목을 상세히 분석해서 기술한 주석 역시 자금 조달과 운영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재무제표다.

새마을금고법 시행령 제48조는 금고와 중앙회가 공개하는 경영공시 자료에 이 같은 자금의 조달 및 운용에 관한 사항을 반드시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중앙회의 공시 자료에는 시행령에 규정된 세 자료들이 모두 포함돼있지 않다. 이는 농협중앙회, 수협중앙회처럼 다른 협동조합 중앙회들이 공개하는 공시자료 수준과 맞췄기 때문이라는 게 행안부의 설명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농협중앙회 등에서도 홈페이지에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 회계 감사보고서 정도"라며 "공개하지 않은 재무제표들에 대해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과 한번 논의해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세종=뉴시스] 새마을금고중앙회가 공개한 2022·2023년 결산 공시자료 속 재무상태표. (자료=위성곤 의원실). *재판매 및 DB 금지

중앙회가 홈페이지에 공시한 재무상태표의 계정과목 갯수도 작년부터 대폭 줄었다.

2022년 결산 경영공시(제50기) 자료를 보면 재무상태표의 계정과목 갯수는 총 90개였으나 2023년 공시(제51기) 자료에서는 40개로 반 이상 감소했다.

예를 들어 현금및예치금 가운데 자기앞수표, 은행조정자금이 사라지고 주식형수익증권·채권형수익증권·주식·국채·금융채·특수채 등 유가증권의 세부 항목들도 2023년 계정과목에서는 삭제됐다.

공제료적립금, 미경과공제료적립금을 비롯해 총 5개에 이르던 책임준비금 관련 계정과목도 모두 지우고 '책임준비금'으로 통합해 명시해놨다.

이에 대해 행안부는 '불필요하게' 세부적으로 분류한 걸 통합한 결과라고 해명했다.

자기앞수표, 은행조정자금 등은 현금 및 예치금과 성격이 동일해 '현금 및 예치금'으로 묶었고 유가증권도 '지나치게' 세분화돼있어 통합했다는 것이다. 책임준비금 관련 세부 과목들을 통합한 이유도 '이용자 입장에서 혼동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재무상태표 상의 계정과목을 임의로 통합하면 자산과 부채, 자본 흐름에 관한 시계열 분석이 어려워져 이전 지표들이 무용해질 수 있고, 이 같은 정보 공개 축소가 불필요한 오해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재무 상태에 관해서는 보통 전년 동기 대비로 얼마나 줄어들고 늘었는지를 판단하는데, 갑자기 있던 항목들이 없어지고 통합돼버리면 이런 연속성 파악이 어려워진다"며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은 한 급작스럽게 계정과목 수를 줄이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세종=뉴시스] 정기공시 확인 시 자동입력방지 시스템을 도입한 새마을금고 홈페이지. (자료=새마을금고 홈페이지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중앙회가 공개하는 자료들에 대한 접근이 어려워진 점도 문제다.

중앙회는 매년 상·하반기에 정기공시를 통해 개별 금고의 경영 현황을 공개하고 있는데, 지난해 상반기부터는 '자동입력방지' 문자를 입력해야만 볼 수 있도록 시스템이 개편됐다.

행안부는 "일부 새마을금고 인출사태로 인한 정기공시 사용자의 증가로 홈페이지의 안정성 제고를 위해 해당 기능을 도입했다"고 설명했지만,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의 정보 접근에 제한을 둔 것으로 비춰진다"고 평가한다.

매년 5~6월 새마을금고 MG금융경제연구소에서 발간해오던 새마을금고 연간 통계 자료도 지난해부터 돌연 비공개 중인데, 행안부는 '폰트(글꼴) 저작권 문제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행안부는 위성곤 의원실에 2022~2023년 새마을금고 통계를 발간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최근 2개년 통계의 경우, 보고서에 사용된 폰트의 저작권 문제 등으로 인해 홈페이지에 공개하지 않고 있었다"며 "중앙회가 해당 통계에 대해 편집 등 기초작업을 마치는 대로 공개할 수 있도록 지도했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선 투명한 정보 공개가 최우선인데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지난해 '뱅크런' 사태를 겪고도 정보 공개에 안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회를 관리·감독할 의무가 있는 행안부도 중앙회의 정보 공개 지도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새마을금고가 작년 '뱅크런'으로 물의를 빚었는데 정보공개 수준을 이전보다 줄이면 또다시 소비자들의 의심을 살 수 있다"며 "정보 공개를 보다 투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행안부는 공시하지 않은 현금흐름표, 주석 등에 대해 앞으로 금융당국과 논의해 개선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위성곤 의원은 "새마을금고는 말로만 경영혁신을 외칠 뿐 여전히 내부통제 의지가 부족하다"며 "관리감독 주체인 행정안전부가 어떤 역할 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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