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빠듯한 48시간' 서유럽 순방…'승리 계획' 설득 총력(종합)
"다른 우크라 지원법 검토…단일 장비 초점 안 둬"
뤼터 "美 대선 트럼프 승리해도 우크라 걱정 안 해"
[서울=뉴시스] 이명동 신정원 기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서유럽 순방길에 올라 자신의 '승리 계획'을 공유하고 설득하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을 48시간 일정으로 순방하고 있다.
가디언, AFP 등 외신을 종합하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각) 영국 수도 런던에서 키어 스타머 총리와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을 만나 승리 계획을 제시하면서 "이는 전쟁을 정당하게 끝낼 수 있는 적절한 조건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강조했다.
스타머 총리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군사·재정적 지원 확대를 위해 유럽 동맹국을 순방하는 동안 우리는 러시아를 상대하는 우크라이나의 '승리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고 이를 확인했다.
뤼터 사무총장은 이날 대화에서 장거리 미사일 사용이 논의된 점을 확인하면서 "영국이 하는 일을 보면 우크라이나에 훈련과 함께 군사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연간 30억 파운드(약 5조2891억원)에 달한다. 동맹의 전체가 여기에 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다만 러시아 안 표적을 겨냥한 서방 공급 무기 사용을 막을 법적 이유는 없다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프랑스 수도 파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 승리 계획 지지를 설득했다.
그는 "마크롱 대통령과 러시아를 물리치기 위한 우크라이나의 승리 계획과 관련해 논의했다"면서 "겨울이 오기 전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향후 몇 주 동안의 계획을 설명했다"라면서 "몇 주, 몇 달 동안의 전략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동시에 "다음(2차) 평화정상회의는 다음 달에 열릴 것이다. 승리 계획이 논의될 것"이라며 "현재 정확한 날짜는 모르지만, 모든 것을 준비하겠다"고 예고했다. 1차 평화정상회의는 스위스에서 열렸다.
러시아와의 휴전 조건을 논의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서는 "이는 우리 논의의 주제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또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영토를 양도하는 협상안을 거부하면서 러시아군이 먼저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철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탈리아 수도 로마에서 조르자 멜로니 총리를 만난 뒤 다음 해 7월10일~11일 로마에서 차기 우크라이나 재건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우크라이나 재건 회의는 스위스, 런던, 베를린에서 열렸다.
멜로니 총리는 "우크라이나는 혼자가 아니며, 우리는 필요한 만큼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것"이라며 "이탈리아의 지원은 우크라이나가 앞으로 평화협상에서 가장 유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탈리아는 러시아군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를 강력히 지지하고 무기와 원조를 제공해 왔다. 그러나 러시아 영토로 자국 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고 있다.
원래 젤렌스키 대통령은 오는 12일에는 독일 람슈타인 공군기지에서 정상급 회의를 통해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 지도자를 만나 승리 계획을 제시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참석이 예정돼 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자국 남동부에 허리케인 '헐런'에 이은 '밀턴'의 북상으로 순방 일정을 취소한 탓에 일정이 연기됐다.
독일은 정상회의 일정을 변경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다음 달 미국 대통령 선거 전 회의가 개최될 수 있는지는 불확실하다. 만약 대선 뒤 정상회의가 열리고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승리하면 우크라이나는 지원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비관적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뤼터 사무총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돌아올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는다"며 "미국은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자국을 위해서도 이 일에 참여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성공하면 워싱턴DC에서 샌프란시스코에 이르는 미국 전체가 덜 안전해질 것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그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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