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라서 갔다”는 공공기관 인사 농단[포럼]

2024. 10. 11.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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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10 총선에서 낙천하고 서울보증보험 상임감사로 임용됐다가 최근 사퇴한 전 대통령실 행정관의 '공격 사주' 의혹으로 사회가 떠들썩하다.

그리고 이런 틈을 파당적 정치가 파고들어 주요 공공기관의 최고 직위들을 정치 전리품 쟁탈의 대상으로 만든 것이다.

공공기관 기관장 및 임원의 임기 보장과 전문성 위주 인사를 처방했던, 이른바 신(新)공공관리 정부혁신론은 이러한 전리품 쟁탈전을 염두에 둔 바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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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흥석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지난 4·10 총선에서 낙천하고 서울보증보험 상임감사로 임용됐다가 최근 사퇴한 전 대통령실 행정관의 ‘공격 사주’ 의혹으로 사회가 떠들썩하다. 공격 사주 의혹은 앞으로 조사·감찰·수사 등으로 풀어갈 일이다. 그와는 별도로 집권당 정치 막료가 해당 업무에 전문성이 거의 없는 서울보증보험의 상임감사 자리를 ‘골라서 갔다’는 것은 사실 꽤 자주 벌어지면서도 괴이한 일이어서 이에 대한 체계적 반추가 필요하다.

서울보증보험은 외환위기 이듬해이던 1998년 공적자금 10조 원을 투입해 출범했다. 그의 주된 업무는 개인 서민, 중소기업 등으로부터 보험 수수료를 받고 보증을 서 주는 일이다. 즉, 자금력이 풍부하지 못한 이들의 경제활동을 지지해 주고 국가 시장경제의 정상적인 작동을 가능하게 하는 매우 중요한 제도적 장치이다. 우리나라에서 예금보험공사라는 공공기관의 자회사로 있는 이러한 신용보증 기관은, 여느 국가에서라면 정부 조직 안에 있거나 부처의 매우 강력한 인사 및 재정 통제를 받는 산하기관으로 존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공공기관이 370개나 있다. 이들의 예산은 2023년 기준 918조2817억 원으로, 당해 연도 정부예산 총액 638조7276억 원보다 훨씬 많다. 그리고 이들은 도로·수도·전기·가스 등의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고,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을 운영하며, 은행예금자를 보호하는 등 국가 사회의 유지에 매우 긴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도 이들은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지는 책무성 사슬에서 느슨하게 비껴 나 있다. 그리고 이런 틈을 파당적 정치가 파고들어 주요 공공기관의 최고 직위들을 정치 전리품 쟁탈의 대상으로 만든 것이다.

공공기관 기관장 및 임원의 임기 보장과 전문성 위주 인사를 처방했던, 이른바 신(新)공공관리 정부혁신론은 이러한 전리품 쟁탈전을 염두에 둔 바 전혀 없다. 이상론적 처방이 우리나라의 정치·행정 풍토에서 역풍을 제대로 맞은 것이다. 역량과 자격에 입각한 임용과 임기 보장이라는 처방이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면, 차라리 집권 세력의 정책 추진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정치적 임용이 바람직할 수 있다. 미국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이래 그렇게 한다. ‘플럼북’이라는 책자에 적시된 정부 및 공공기관의 9000명이 넘는 고위직을 새 정권이 한꺼번에 교체 임명한다. 정권이 바뀔 때 공공기관의 중요 직위를 함께 교체할 경우, 정책 집행 공공기관들을 국민에 대한 정권의 책무성 사슬에 더 단단히 묶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우리나라의 공공기관장과 임원 인사는 대혼돈이다. 빈자리가 생기면 낙하산이고, 전 정권에서 임용된 사람이 버티면 무리해서 쫓아내다가 불협화음을 만들거나, 아니면 어쩌는 수 없이 임기가 다 될 때까지 기다리면서 새 정권의 정책 추진력을 증발시키는 현상이 반복된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기관은 내부적으로도 사기가 떨어지고, 스스로 추스르고 자정하려는 동기도 약해진다. 낙하산과 버티기 그리고 알박기 와중에 국민과의 접점에서 복잡다기한 정책 집행의 실질적 임무를 수행하는 공공기관의 대국민 책임성이라는 대의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는 근래 우리 정부가 여러 공공의 영역에서 민생을 다루는 모습이 됐다. 반드시 개혁해야 할 대상이다.

최흥석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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