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휴대전화 수거와 교권·학습권[포럼]

2024. 10. 11.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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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가 최근 고등학교에서 학생의 휴대전화를 수거하는 것이 인권침해가 아니라는 결정을 내렸다.

'고등학교가 학칙을 근거로 일과 시간에 학생 휴대전화를 수거·보관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내용의 진정(陳情) 사안과 관련해 전원위원회에 참석한 인권위원 11명 가운데 8명이 찬성한 데 따른 결정이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은 고등학생의 휴대전화 수거가 인권침해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정반대 결정을 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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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국가인권위원회가 최근 고등학교에서 학생의 휴대전화를 수거하는 것이 인권침해가 아니라는 결정을 내렸다. ‘고등학교가 학칙을 근거로 일과 시간에 학생 휴대전화를 수거·보관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내용의 진정(陳情) 사안과 관련해 전원위원회에 참석한 인권위원 11명 가운데 8명이 찬성한 데 따른 결정이다. 인권위는 지난 2014년 이후 학생 휴대전화 수거와 관련한 약 300건의 진정에 대해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결정했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은 고등학생의 휴대전화 수거가 인권침해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정반대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는 교칙이 보장하려는 교사의 교육권이나 학생의 학습권보다 학생의 행동 및 통신의 자유가 침해되는 피해가 더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동안 학생들이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됐다는 점과 인권위 권고 후에도 진정 대상 학교가 교칙을 개정하지 않는 등 권고의 실효성도 떨어진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그리고 교육 현장에서 교사와 학생이 가지는 다양한 인권을 균형적으로 평가해 교육이 백년대계가 될 수 있도록 잘 조율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따라서 학생의 학습권과 교사의 교육권이 가지는 중요성 및 잠재적 범죄로부터 학생을 보호하는 예방적 조치의 필요성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이는 인권위의 이번 결정은 크게 환영할 만하다.

지난해에 발간된 교육 분야의 기술에 관한 유네스코 보고서는 각국이 학교에서 기술의 사용에 대해 신중하게 대처할 것을 촉구했다. 유엔 산하 교육·과학·문화 기관인 유네스코는 200개 국가 중 약 25%에 해당하는 국가가 학교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프랑스는 2018년부터 학생들이 학교에 휴대전화를 가져오는 것은 허용하지만, 쉬는 시간을 포함한 수업시간의 기기 사용을 엄격히 금지한다. 네덜란드는 올해 초부터 교내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데, 중등학교에서만 시행됐던 규정을 초등학교까지 확대했다. 다만, 수업에 필수적인 경우나 의학적 이유 또는 장애로 인해 휴대전화를 사용해야 하는 학생들에게는 허용하도록 했다. 그 결과 쉬는 시간에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한 학교에서는 전반적인 학습 분위기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유네스코는 휴대전화 사용 금지를 통해 교실 분위기 개선 및 학습 집중도를 제고하고, 사이버 폭력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과도한 휴대전화 사용은 학습 의욕을 떨어뜨리고 정서적 불안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또한, 유네스코는 인공지능(AI)을 포함한 디지털 기술이 인간 중심적이어야 하고, 교사와 학생의 대면 활동을 대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다만, 학생들이 방과후에는 학부모에게 연락할 수 있도록 학교에 휴대전화를 가져오는 것은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점에서 고교생의 교내 휴대전화 수거가 인권침해가 아니라는 인권위의 이번 결정은 유네스코의 휴대전화 사용 금지 권고 취지에도 부합한다. 다만, 수업에 필수적인 경우나 의학적 이유 또는 장애로 인해 휴대전화를 사용해야 하는 학생들에게는 예외적으로 휴대전화 사용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 인권위원회의 전향적인 이번 ‘휴대전화 수거’ 결정이 교사의 교육권과 학생의 학습권을 되찾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규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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