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기증관’ 대신 ‘오르세’ 같은 근대미술관을 지어야 하는 이유 [데스크칼럼]

전지현 기자(code@mk.co.kr) 2024. 10. 1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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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근대미술 걸작들을 감상하기 위해 연간 300만명 이상이 프랑스 파리 오르세미술관을 찾는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근대미술 전시를 하고 있지만 장소가 협소해 서울 송현동 이건희 기증관을 국립근대미술관으로 바꿔 짓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립근대미술관 안에 '이건희 실'을 마련해 한국미술 성장에 기여한 컬렉터(수집가) 이건희 회장의 뜻을 기리면 기증 의미도 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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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움미술관 아류 전락 우려
추가 기증 어려워 발전 한계
이건희 컬렉션 근대작 골라
파리 오르세처럼 상설전 해야
2021년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 전시를 감상하는 관람객들. 김호영 기자
고흐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 밀레 ‘만종’, 마네 ‘피리 부는 소년’···.

유럽 근대미술 걸작들을 감상하기 위해 연간 300만명 이상이 프랑스 파리 오르세미술관을 찾는다.

그러나 지금 서울에서 한국 근대미술 대표 작가 이중섭, 박수근, 장욱진, 김환기, 유영국 대표작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전시장은 없다. 2021~2022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이들의 작품을 망라하는 이건희 컬렉션 전시 이후 관람 기회가 거의 없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박수근(2021년), 이중섭(2022년), 장욱진(2023년) 등의 개인전이 있었지만 한국 근대미술사를 관통하는 전시가 드물다.

그래서 이건희 컬렉션을 토대로 한 국립근대미술관을 건립해야 한다는 여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근대미술 전시를 하고 있지만 장소가 협소해 서울 송현동 이건희 기증관을 국립근대미술관으로 바꿔 짓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갤러리 대표와 기획자, 평론가, 작가 등 미술계 인사 380명이 참여한 ‘국립20C(근대)미술관을 원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2021년부터 국립현대미술관의 근대기(20세기) 소장 작품과 이건희 컬렉션의 근대기 작품을 모은 국립근대미술관 건립을 주장해왔다. 최근에는 한국고미술협회와 한국미술협회 등 52개 미술단체가 동참을 선언했다.

사실 그동안 국민 화가로 추앙받는 작가들이 활동한 한국 근대미술에 대한 연구와 소장품 수집이 부족했다. 프랑스를 비롯해 영국, 일본 등은 근대미술관을 운영하면서 체계적인 관리를 하고 있다.

현재 설계공모를 진행하고 있는 이건희 기증관을 국립근대미술관으로 변경하자는 배경에는 이건희 컬렉션에 주옥같은 근대미술 작품들이 포진해 있어서다. 이중섭 ‘황소’, 박수근 ‘절구질하는 여인’, 김환기 ‘여인들과 항아리’, 이상범 ‘무릉도원’, 장욱진 ‘공기놀이’ 등 근대미술사 핵심 작품들이 있다.

만약 이건희 컬렉션 2만3000여점을 소장하는 이건희 기증관을 세우면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옛 문화유산 2만1693점과 근현대미술품 1488점이 혼재해 정체성이 모호해질 수 있다. 미술관 명칭이 특정 기증인에 매이면 다른 기증인 작품을 추가로 받기 어려워 발전의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2004년 개관한 리움미술관의 아류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리움은 삼성가 성씨 ‘이(Lee)’와 미술관(Museum)의 ‘움(um)’을 조합한 이름이다. 더욱이 이 회장의 유족이 이건희 기증관 건립에 부정적인 의견을 문화체육관광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2021년 유족은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목록의 빈 칸을 메울 문화유산과 미술품을 선별해 대규모 기증을 했는데, 이건희 기증관이 세워지면 또 다른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국립근대미술관 안에 ‘이건희 실’을 마련해 한국미술 성장에 기여한 컬렉터(수집가) 이건희 회장의 뜻을 기리면 기증 의미도 살릴 수 있다.

정부도 이러한 취지에 공감하기 시작했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최근 국립20C(근대)미술관을 원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주최한 세미나에 참석해 “사실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우리가 이제는 그런 부분(근대 미술관)이 필요할 때가 됐다”는 의견을 밝혔다.

다만 이건희 기증관이 들어설 예정인 서울 송현동 부지 중 문체부 소유는 26%에 불과하고 서울시가 74%를 가지고 있는 만큼 서울시 동참이 필요하다. 만약 이게 어렵다면 청와대 등 다른 부지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언제 어느 때든 한국 근대미술 상설전이 열리는 국립근대미술관이 현실화된다면 서울의 관광 명소가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제 정부와 서울시의 용단이 필요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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