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학 독자들과 작가들에게도 좋은 일이 되기를” 한강 노벨위원회 일문일답[플랫]
소설가 한강은 10일(현지시간)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뒤 노벨위원회와 전화 인터뷰에서 수상 소식을 전화로 듣고 매우 놀랐다면서 “오늘밤 아들과 차를 마시면서 조용히 축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강은 이날 노벨위원회 유튜브 계정에 공개된 인터뷰에서 서울의 자택에서 아들과 저녁을 막 마친 시점에 연락을 받았다며 이같이 전했다.
그는 영어로 약 7분간 진행한 인터뷰에서 “놀랐다(surprised)”는 말을 다섯 번이나 반복했다. 그는 ‘삶의 의미를 탐구한 선배 작가들의 노력과 힘’이 자신의 영감이었다고 밝히며, 자신의 수상 소식이 한국의 독자들과 동료 작가들에게도 좋은 소식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강은 한국 작가로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아시아 여성이 노벨 문학상을 받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인의 노벨상 수상은 지난 2000년 평화상을 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24년 만이다. 다음은 한강과 노벨위원회와의 일문일답.
-현재 기분이 어떤가.
“매우 놀랐고 정말 영광스럽다.”
-수상 소식을 어떻게 알게 됐나.
“누군가 내게 전화를 했고 그가 내게 이 소식에 대해 말을 했다. 물론 나는 놀랐다. 나는 아들과 저녁 식사를 막 끝낸 참이었다. 한국 시간으로는 저녁 8시쯤이었고, 매우 평화로운 저녁이었다. 나는 정말로 놀랐다.”
-현재 서울의 자택에 있는 것인가.
“그렇다. 지금 서울의 집에 있다.”
-오늘 하루 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나.
“오늘 일을 하지 않았다. 책을 조금 읽고 산책을 조금 했다. 내게 매우 편안한 하루였다.”
-수상 소식에 아들의 반응은 어떤가.
“아들 역시 놀랐다. 하지만 아직 이에 대해 얘기할 시간이 많지는 않았다. 그저 우리는 놀랐고, 그게 다다.”
-노벨 문학상 수상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영광스럽고 (노벨상 측의) 지지를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저 감사할 뿐이다.”
-한국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데 이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그렇다. 알다시피 나는 어릴 때부터 번역서 뿐 아니라 한국어로 된 책들을 읽으며 자랐다. 그러니 나는 내가 매우 가깝게 느끼고 있는 한국 문학과 함께 자랐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소식이 한국 문학 독자들과 내 친구 작가들에게도 좋은 일이 되기를 바란다.”
-문학적 배경에서 자랐다고 했는데, 어떤 작가가 가장 중요한 영감의 원천이었나.
“내가 어릴 때 옛(old) 작가들은 집단적인(collective) 존재였고, 그들은 삶에서 의미를 찾고 때로는 길을 잃고 때로는 결연했다. 그리고 그들의 모든 노력과 힘이 나의 영감이었다. 따라서 내게 영감이 된 몇몇 이름을 고른다는 것은 내게 매우 어려운 일이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스웨덴의 아동문학 작가)이 영감을 준 작가 중 한 명이었다고 말한 것을 읽었는데.
“어렸을 때 그의 책 ‘사자왕 형제의 모험’(The Brothers Lionheart)을 매우 좋아했다. 그러나 그가 내 어린 시절에 영감을 준 유일한 작가라고는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나는 그 책을 인간이나 삶, 죽음에 관한 나의 질문들과 결부 지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방금 당신에 대해 알게 된 사람에게 어떤 책부터 읽으라고 제안하고 싶나.
“내 생각에 모든 작가들은 자신의 가장 최근 작품을 좋아한다. 따라서 나의 가장 최근 작품인 <작별하지 않는다>가 시작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 책에는 인간의 행동이 일부 직접적으로 연결이 돼 있다.
또 내게 매우 개인적인 작품인 <흰>도 (추천한다). 왜냐하면 이 책은 꽤 자전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채식주의자>가 있다. 그러나 나는 (최근작인) <작별하지 않는다>부터 시작하기를 바란다.”
-국제 독자들에게는 <채식주의자>가 가장 잘 알려져 있는데, 이 작품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나는 그 작품을 3년간 썼고, 그 3년은 내게 어떤 이유에서인지 꽤 힘든 시간이었다. 내 생각에 나는 주인공을 둘러싼 인물들의 이미지를 찾고 나무 등 작품 속 이미지들을 찾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 같다.”
-이 상을 어떻게 축하할 계획인가.
“차를 마시고 싶다. 나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그래서 아들과 차를 마시면서 오늘 밤 조용히 축하하고 싶다.”
▼조문희 기자 moony@khan.kr
한국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는 1970년 광주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친은 원로 소설가 한승원씨다.
한 작가는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이 벌어지기 몇 달 전 가족과 함께 서울로 올라왔다. 이후 풍문여고를 거쳐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93년 잡지 ‘샘터’에서 기자로 근무하기도 했다.
한 작가는 시인으로 출발했다. 1993년 계간 문학과사회에 시 ‘서울의 겨울’ 등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이듬해에는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붉은 닻’이 당선되며 소설가로도 데뷔했다. 이후 한 작가의 소설에 남은 시적인 문체는 시인으로서의 흔적으로도 보인다. 1995년 첫 번째 소설집 <여수의 사랑>을 냈다. “삶의 본질적인 외로움과 고단함을 섬세하게 살피며 존재의 상실과 방황”(문학평론가 강계숙)을 그렸다는 평을 받았다.
한 작가가 본격적으로 세계 문학계에 이름을 알린 것은 2007년 연작소설집 <채식주의자> 출간 이후였다. 육식을 거부하며 가족들과 갈등을 빚기 시작하는 영혜를 중심으로 한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다. 가부장제의 폭력과 이에 대항하는 차원으로서의 금식을 ‘식물적 상상력’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이 책은 데버러 스미스의 번역으로 해외에 선보였고, 2016년 한국 작가 최초로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후보에 올라 곧바로 수상작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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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출간한 장편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광주에서 죽거나 당시 상황을 겪어낸 사람들의 이야기다. 5·18 당시 도청 상무관이 주무대다. 시신 관리를 돕는 중학교 3학년 소년 동호, 계엄군이 쏜 총에 맞아 죽는 동호의 친구 정대, 동생 뒷바라지를 하다 행방불명된 정대 누나 정미 이야기가 나온다.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한 작가는 10세였고, 이후 아버지와 친척으로부터 당시 상황에 대해 들었다고 한다. 그는 2017년 2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문학행사에서 “어떤 정치적 각성이라기보다,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순간”이자 “내 안의 연한 부분이 소리 없이 깨어졌”던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소설을 피해갈 수 없었”고, “이 소설을 통과하지 않고는 어디로도 갈 수 없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한 작가는 고증과 취재를 바탕으로 소설을 썼다고 한다.
2016년 출간한 장편 <흰>은 ‘흰 것’에 대한 생각에서 파생된 소설이다. 강보, 배내옷, 안개, 각설탕, 백열전구, 백목련 등의 단어를 두고 시적인 단상을 이어간다. 작가는 색깔에 대한 단상을 넘어,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도 펼친다. <흰>은 2018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최종 후보까지 올랐다.
2021년 펴낸 장편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4·3 사건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소설은 주인공 경하의 꿈에서 시작한다. 꿈에서는 수천그루 검은 통나무가 묘비처럼 심겨 있다. 경하는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제주로 내려간 친구 인선과 함께 꿈과 연관된 영상 작업을 할 계획을 세운다. 세 여성의 시선으로 제주4·3의 비극을 풀어낸다. 한 작가는 이 소설을 완성하기까지 7년이 걸렸다고 한다.
이 작품은 2023년 프랑스에서 <불가능한 작별>이란 제목으로 출간됐고, 그해 프랑스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했다. 신형철 문학평론가는 “작가가 소재를 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강은 하게 만든다. ‘5월 광주’에 이어 제주4·3에도 한강의 문장을 통해서만 표현될 수 있는 영역이 있었다고 믿게 된다”며 “언젠가부터 그의 새 소설 앞에서는 숙연한 마음이 든다”고 평했다. 한 작가는 지난해 11월 메디치상 수상을 기념한 간담회에서 “이 책은 인간성의 아래로 내려가서 그 아래에서 촛불을 밝히는 이야기”라며 “그렇게 애도를 끝내지 않는, 결코 작별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이고 그런 마음들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울러 “<작별하지 않는다>를 쓰면서 너무나 추웠기 때문에 이제 봄으로 들어가고 싶다”며 차기작의 분위기를 예고했다.
한 작가는 2007~2018년 서울예대 미디어창작학과(구 문예창작과)에서 소설 창작론을 가르치다가 창작에 전념하기 위해 강단을 떠났다.
한 작가는 어려서부터 피아노를 익히기도 했다. 2007년엔 옛 노래 22곡에 담긴 아련한 추억을 담은 산문집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를 펴냈다. 이 책에는 작가 자신이 작사·작곡하고 노래까지 부른 10곡을 CD로 함께 수록했다. 한 작가는 채널예스와 인터뷰하면서 “어느 날 꿈에서 어떤 노래를 들었다. 두 소절이었는데 그 노래가 잊히지 않았다. 그래서 가사를 적고 계이름도 적어 두었다. 그리고 한 곡 두 곡 계속 노래를 만들게 되었다”고 말했다.
▼ 백승찬 기자 myungworry@khan.kr
플랫팀 기자 fla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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