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집중][사이시옷] “노태우 비자금, 환수 가능? 법 만들면 충분히 가능”

<안준형 변호사>
-이혼 소송에 등장한 노태우 비자금, 최종 확정은 형사로 가야
-안방 비자금 의혹, 30년 후 메모장으로 드러나
-가사 사건 핵심은 재산분할. 비자금 인정되려면 형사로 가야
-비자금 밝혀질까? 환수도 가능? 검찰과 국회 의지만 있다면...
-비자금, 목적과 쓰임에 따라 처벌 피할 수 있다?
-회사를 위한 비상금이면 횡령죄 처벌 불가

■ 방송 : MBC 라디오 표준FM 95.9MHz <김종배의 시선집중>(07:05~08:30)
■ 진행 : 김종배 시사평론가
■ 대담 : 안준형 변호사

◎ 진행자 > 안준형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어서 오세요.

◎ 안준형 > 안녕하세요?

◎ 진행자 > 오늘은 어떤 이야기입니까?

◎ 안준형 > 최태원 씨와 노소영 씨의 이혼 소송 기억하시죠?

◎ 진행자 > 워낙 유명한 거라.

◎ 안준형 > 재산분할 액수만 무려 1조 3800억이었습니다. 그 이혼 소송의 불씨가 그런데 다른 곳으로 번졌는데요. 바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입니다.

◎ 진행자 > 그러니까요, 정리 좀 해주세요.

◎ 안준형 > 사실 이 사건이 1심에서는 재산분할 액수가 665억 원이었단 말이에요. 근데 2심에서 1조 3천억으로 약 20배 정도 늘었으니까 사람들이 되게 궁금했어요. 도대체 2심에서 어떠한 추가 증거가 제출이 됐길래 판결이 이렇게 뒤집혔나 말이 많았었는데요. 최근 밝혀진 내용을 보면 당시 1심에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문제 때문에 그 노소영 관장이 제출 안 하던 증거가 2심에서 비로소 제출이 됐는데 그 해당 증거가 바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옥숙 씨의 자필 메모였다고 합니다. 해당 메모를 보면 선경 300억, 최 서방 32억, 가족 604억 이렇게 적혀 있었다고 해요. 그래서 실제로 이 가정법원 재판부는 해당 메모 내용을 근거로 노태우 씨가 지금은 SK인 선경 측에 300억 이상의 비자금을 건넸고 또 그렇기 때문에 최태원 소유의 SK 지분에 노소영 관장의 기여가 있었다, 이렇게 판단을 한 겁니다.

◎ 진행자 > 그러면 그 메모에 적힌 그 내용이 증거 능력이 있습니까?

◎ 안준형 > 증명책임이라고 하죠. 과연 어느 정도 증명이 돼야 이게 실제 사실로 볼 수가 있느냐 이런 문제가 있는데요. 특이하게도 이 사건은 형사 사건이 아니라 가사 사건에서 비자금 문제가 된 거예요.

◎ 진행자 > 그렇죠.

◎ 안준형 > 근데 민사나 가사 사건에서는 합리적 추론이라 그래서 판사가 볼 때 그럴싸하다 싶으면 증거로서의 효력이 인정이 되는데요. 형사 사건에서는 보다 엄격하게 판단을 해요.

◎ 진행자 > 그때 국정농단 사건 때도 안종범 수첩이나 이런 것들이 채택이 된 적은 있었지 않습니까?

◎ 안준형 > 증거 자체는 채택이 되지만 과연 이게 얼마만큼의 증명력을 가졌냐 이거는 형사 사건과 민사 사건에서에 차이가 있습니다.

◎ 진행자 > 기준이 좀 다릅니까?

◎ 안준형 > 네, 그래서 가사 사건에서 메모장이 비자금 조성의 증거가 됐다고 해서 반드시 형사 사건에서도 또 결정적인 증거가 된다 이렇게 단정 짓기는 조금 어렵습니다.

◎ 진행자 > 그런데 일단 아주 기초적인 의문점이 노태우 비자금 수사, 했었잖아요?

◎ 안준형 > 했었죠.

◎ 진행자 > 그때는 왜 이거 못 잡아낸 걸까요?

◎ 안준형 > 벌써 30년 전 일이에요. 1995년이니까.

◎ 진행자 > 벌써 그렇게 됐네요.

◎ 안준형 > 저도 자료를 다시 한번 찾아봤는데요. 당시 노태우 씨에게 인정된 비자금이 총 4500억 정도 됐고요. 추징한 금액은 한 2600억 정도였는데 그 당시에도 이런 말이 많았었대요. 실제로 이게 8천억은 됐을 거다. 무슨 4천억이냐 그래서 왜 그런지 찾아봤더니 비자금이라는 게 사실 실체가 없는 돈이잖아요. 그 당시에 회사나 기업인들을 불러서 조사하면 얼마 받았어 얼마 줬어, 이런 걸 물어보면 대부분 자기들이 준 금액을 절반 이상 줄여서 얘기했다. 그리고 그걸 그냥 받아 적어가지고 총액을 합산했다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당시에도 8천억이 넘었을 거라고 됐는데 4500억밖에 안 돼서 안방 비자금이 추가로 있는 게 아니냐.

◎ 진행자 > 안방 비자금.

◎ 안준형 > 네, 그래서 밝혀진 거 외에 추가 비자금이 있을 것이다라는 의혹이 많았는데, 이제 30년이 지나서 이제서야 메모장을 통해서 소위 안방 비자금이 추가로 드러난 것이다 이렇게 볼 수가 있어요.

◎ 진행자 > 만약에 법원 판결에서 노태우 비자금이 맞다고 만약에 판단이 내려지면 용어가 환수인지 추징인지는 모르겠는데 이거 안 됩니까?

◎ 안준형 >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이에요. 왜냐면 비자금으로 형사처벌을 받아야 될 사람이 지금 현재 사망해서 존재하지 않고 또 비자금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서 공소시효도 훨씬 더 지난 사건이기도 하고 그래서 이걸 수사해서 기소하는 것도 어려운데 설사 이게 기소가 돼서 유죄판결이 나온다고 한들 이 돈을 환수할 수 있느냐 없느냐 이게 법적으로 지금 문제가 되는데요. 그래서 지금 벌써 입법을 서로 앞다퉈서 막 발의를 하고 있습니다.

◎ 진행자 > 옛날에 그 유명한 말이죠.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

◎ 안준형 > 그렇죠. 정치학 용어죠.

◎ 진행자 > 놓친 비자금은 환수할 수 없다, 이렇게 되는 건가요? 이 얘기가.

◎ 안준형 > 그렇게 볼 수도 있는데요. 저도 사실 변호사이기 이전에 국민으로서 이런 의문을 들어요.

◎ 진행자 > 안 걸리면 그냥 좋은 거네요, 그러면.

◎ 안준형 > 그렇죠. 그것도 그렇지만 과연 아버지가 불법적으로 비자금을 조성을 했고 그 비자금으로 인해서 그 딸이 1조가 넘는 돈의 재산 분할을 혼자 받게 됐어요. 근데 그 비자금은 어디서 왔냐, 결국은 기업이나 회사가 상납한 돈이잖아요. 그럼 그 돈은 또 어디서 왔냐.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이에요. 근데 과연 불법적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사람의 자녀가 그 비자금으로 얻은 혜택을 전부 다 독식하는 게 맞나, 이런 의문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좀 들더라고요.

◎ 진행자 > 당연히 드는 거죠, 그건.

◎ 안준형 > 그렇죠. 이건 반드시 밝혀져서 환수 조치가 일어나야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 진행자 > 근데 이 문제는 어떻게 봐야 됩니까? 비자금 자체를 조성했다고 해도 목적과 쓰임새에 따라서 처벌을 피할 수 있다, 이게 무슨 얘기예요?

◎ 안준형 > 듣는 분들에 따라서는 조금 황당할 수도 있는데요. 비자금은 대부분 횡령죄 이런 걸로 처벌을 받아요, 회사 비자금은. 근데 횡령죄에서는 불법영득의사가 있어야만 처벌을 할 수 있는데 이게 무슨 말이냐면 이 비자금을 내가 개인적으로 쓸 목적으로 모았으면 횡령죄로 처벌을 받지만, 회사를 경영하다가 문제가 생길 경우를 대비해서 회사를 위해서 비자금을 조성 했다라면 처벌할 수 없다.

◎ 진행자 > 속칭 인마이포켓용이 아니라 회사를 위한 비상금 용도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면

◎ 안준형 > 횡령죄로는 처벌할 수 없다 이런 겁니다. 다만 노태우 전 대통령은 당시에 기업인은 아니었고

◎ 진행자 > 해당사항 없는 거잖아요.

◎ 안준형 > 예, 대통령이었으니까 뇌물죄로 처벌을 받았었죠.

◎ 진행자 > 환수 문제로 다시 한번 돌아가서 특별법이 되든 뭐가 되든 법률 얘기도 나오고 있잖아요.

◎ 안준형 > 그렇습니다.

◎ 진행자 > 혹시 법을 다시 만들면 길이 좀 열릴 순 없을까요?

◎ 안준형 >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래서 지난 21대 국회에서는 전두환 추징3법이 발의가 됐었는데 이게 무산이 된 바 있고요. 지금 보면 이번 국회에서는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몰수법을 발의를 해놨고 또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은 범죄자가 사망하더라도 그 범죄 수익을 몰수할 수 있도록 독립몰수제를 도입하는 형법개정안을 발의를 했고요. 또 지금 노태우 비자금 환수법은 여야가 함께 도입을 추진하려고 한다고 하니까 국민들의 여론이 있고 국회의 의지가 있고 또 검찰의 수사 의지가 있으면 얼마든지 비자금 사건이 지금에서라도 더 파헤칠 수 있다고 봅니다.

◎ 진행자 > 아무튼 그렇게 되면 법원의 최종 판단, 최태원 회장의 부가 종잣돈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비자금이었다라는 최종 확정판결이 먼저 나와야 되는 거죠.

◎ 안준형 > 그렇죠. 지금은 가사 사건에 있어서 좀 간접적으로만 판단이 되어 있는데 형사 사건으로서 밝혀져야겠죠.

◎ 진행자 > 그러면 가사 사건에서 최종 판단 갖고도 안 되는 겁니까? 형사로 가야 되는 거예요?

◎ 안준형 > 그렇죠. 가사 사건에서는 쟁점이 사실 재산 분할이었지.

◎ 진행자 > 어느 세월에 그걸 다 해요.

◎ 안준형 > 그러니까요. 이게 또 오래 걸리고요. 또 재밌는 건 노소영 관장이 가사 사건 끝나고 인터뷰를 했어요. 이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이 300억이 어디서 만들어졌는지 모르겠지만 합법적일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얘기를 했는데 국민들이 볼 때는

◎ 진행자 > 그건 본인 주장이고,

◎ 안준형 >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이죠.

◎ 진행자 > 마무리하죠. 알겠습니다. 안준형 변호사와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 안준형 > 네, 감사합니다.

[내용 인용 시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