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품 읽어보자” 노벨문학상 쾌거, 中 관심 지폈다[중국나라]
中 매체들도 앞다퉈 보도, 중국서 6개 작품 번역돼 출간
“한국 문학 궁금해” 한한령에 잠잠하던 K콘텐츠 관심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우리나라 소설가인 한강에 전세계적으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한령’(한류 제한령)으로 한국의 콘텐츠 접근성인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 언론들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재빠르게 보도했고 중국 네티즌들도 한강의 수상을 축하하며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스웨덴 한림원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한강을 선정했다고 10일(현지시간) 밝혔다. 한강은 이미 ‘채식주의자’라는 소설로 2016년 세계적 권위의 부커상을 수상하며 국제적인 인지도를 갖고 있는 작가다.
한림원은 한강 작품 세계에 대해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의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평가하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문체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됐다고 평가했다.
한강은 아시아 여성 중에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됐다. 아시아 국적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2012년 중국의 모옌이 마지막이다.
전날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확정되자 중국 현지 언론들은 잇달아 관련 소식을 보도했다.
중국 매체 펑파이는 한강이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두 번째로 노벨상을 받은 한국인이라며 한국 내 반응을 전했다.
펑파이는 한강의 부커상, 말라파티 문학상 등 최근 수상 실적을 언급하면서 “그의 작품은 삶의 슬픔과 트라우마를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되돌아보며 펜과 잉크는 탐구의 힘으로 가득 찬 흉터를 끈질기게 보호한다”고 평가했다.
한강의 수상 소식을 다룬 펑파이 기사에는 현재 3200여개에 달하는 댓글이 달려 폭발적인 관심을 증명했다. 중국 최대 인터넷 포털인 바이두와 ‘중국판 엑스(옛 트위터)’인 웨이보 등에서도 한강의 수상 소식이 화제가 되고 있다.
중국 온라인에서의 반응은 한국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는 사실에 대한 놀라움이었다.
한 중국 네티즌은 “최근 몇 년 동안 한국 영화는 다양한 명작을 내놔 인상적이었는데 순수문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작가와 작품이 등장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고 다른 네티즌도 “한국 작가들의 작품은 정말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노벨상을 받았다는 게 충격이다”라고 적었다.
중국 작가가 노벨문학상 수상에 실패하면서 한강을 비판하는 내용들도 더러 있지만 아시아 여성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는 반응이 더 많았다.
한 웨이보 사용자는 “한강이 상을 받았다는 소식에 사람들과 ‘믿을 수 없다’며 소리를 질렀다. 모두가 행복하고 흥분했다”고 전했다. 다른 네티즌은 “속상하긴 하지만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여성 작가로 축하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미 한국에서는 한강의 작품 구매 열기가 폭발했는데 중국에서도 한강 작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국에는 ‘채식주의자’를 비롯해 ‘내 여자의 열매’ ‘작별하지 않는다’ ‘흰’ ‘희랍어 시간’과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 등 총 6편의 작품이 중국어로 번역돼 출간된 상태다.
한 네티즌은 “한강 작가가 이 상을 받게 된 것은 축복이다. (한국) 문학의 심오함을 엿보기 위해 그의 글을 읽어보겠다”는 댓글을 남겼고 한강의 작품을 어디서 볼 수 있냐고 문의하는 글도 올라오고 있다.
중국 매체들은 한강의 작품 세계에 대한 분석 기사를 내놓고 있으며 펑파이는 한강의 수상 직후 중국의 작가이자 한국어 번역가인 쉬에저우를 인터뷰하며 발 빠른 모습을 보였다.
중국에서는 한한령으로 인해 한국 영화 개봉이나 대중가수 공연 등이 사실상 제한된 상태다. 이런 가운데 한강의 수상 소식으로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중국인들의 한류 접근성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한강의 소설 중에는 5·18 민주화 운동(‘소년이 온다‘)과 제주 4·3(’작별하지 않는다‘) 등 역사적인 사건을 다룬 작품이 있어 중국 내 반응도 관심사다.
이명철 (twomc@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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