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쿠텐 감독 제의? 절대 안 한다" 20년간 거쳐간 사령탑 10명 중 6명 1년 만에 경질, 구단주 심기따라 납득 안 되는 해임 통보[민창기의 일본야구]

민창기 2024. 10. 1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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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년 만에 경질된 이마에 라쿠텐 감독. 지난해 시즌 중에 1군 타격코치로 승격해 사령탑에 올랐다. 일부 전문가가 꼴찌 전력으로 평가했던 라쿠텐은 인터리그에서 1위를 했다. 시즌 막판 뒷심 부족으로 4위를 해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사진캡처=라쿠텐 이글스 SNS

미야기현 센다이를 연고지로 둔 라쿠텐 이글스는 일본프로야구 12개팀 중 역사가 가장 짧다. 2004년 간사이 지역에 기반을 둔 퍼시픽리그의 오릭스 블루웨이브와 긴테쓰 버팔로즈가 팀을 합치면서 탄생했다. 당시 두 팀의 합병을 계기로 양 리그 12개팀을 10개로 줄이자는 논의가 있었는데, 기존 체제를 유지하는 쪽으로 결정되면서 창단이 진행됐다. 오릭스와 긴테쓰가 터를 닦은 효고현 고베나 오사카를 연고지로 원했으나 프로야구팀이 없는 도호쿠 지역 센다이로 정리가 됐다.

신생팀이다보니 전력을 갖춰 자리를 잡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2005~2006년 꼴찌를 하고 4년 연속 B클래스(6개팀 중 4~6위)에 그쳤다. 2009년 처음으로 A클래스(1~3위)에 진입해 존재감을 알렸다. 호시노 센이치 감독이 이끌었던 2013년, 마침내 재팬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창단 9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에이스 다나카 마사히로가 28경기에 등판해 패 없이 24승(1세이브)을 올린 그해다.

첫 우승 후 올해까지 11시즌 동안 세 차례 가을야구를 했다. 이 기간에 세 차례 꼴찌로 떨어졌고, 최근 3년 연속 4위로 시즌을 마쳤다. 꾸준하게 성적을 내지 못하는 만년 하위권팀이다.

요즘 라쿠텐을 두고 비판적인 목소리가 계속해서 흘러나온다. 41세 최연소 사령탑 이마에 도시아키 감독이 1년 만에 경질됐다. 시즌 최종전을 마친 이마에 감독은 가을 훈련과 내년 시즌을 얘기했지만 더이상 기회가 없다.

라쿠텐은 시즌 막판까지 3위 경쟁을 하다 가을야구 문턱에서 무너졌다. 4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으나 꼴찌 전력으로 평가됐던 팀으로서 선전했다. 더구나 인터리그(교류전)에서 13승5패를 기록하고 사상 첫 1위를 했다. 최강 전력을 자랑하는 소프트뱅크 호크스를 제쳤다. 그러나 미키타니 히로시 구단주는 이마에 감독의 연임을 거부했다.

이마에 감독 경질의 후폭풍이 거세다. 지난 20년간 라쿠텐을 거쳐 간 사령탑이 무려 10명이고, 이 중 6명이 1년 만에 해임됐다. 지도자가 역량을 발휘할 시간을 안 주고 단기적인 성과만 바랐다. 미키타니 구단주의 심기에 따라 구단이 칼을 휘둘렀다.

오쿠보 히로모토 전 라쿠텐 감독(57)은 10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라쿠텐 구단에 분노를 표출했다. 경질설이 도는 시점에서 영상을 찍었는데, 오쿠보 전 감독은 "교류전 우승이 얼마나 어려운지 안다. (경질설에 대해)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이어 "야구인을 대표해 말하
지난겨울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로 이적한 마무리 투수 마쓰이 유키. 라쿠텐은 전력 보강 없이 이마에 감독 체제로 시즌을 치러 4위를 했다. 전력을 감안하면 성적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에이스 노리모토를 마무리로 전환해 성공했다. 사진캡처=라쿠텐 이글스 SNS

자면 이런 보도를 다시 보고 싶지 않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구단이 반성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가면 좋은 인재를 잃게 된다"고 질타했다.

연임을 당연시하는 분위기에서 나온 경질이라 충격이 컸다.

오쿠보 전 감독 또한 1년 만에 경질된 경험이 있다. 그는 세이부 라이온즈를 거쳐 라쿠텐 코치를 하다가 2014년 시즌 중에 감독 대행을 했다. 2015년 정식 사령탑에 올라 1년 만에 경질 통보를 받았다. 구단은 감독 첫해 꼴찌를 하자 성적 부진의 책임을 물었다.

야구해설가로 활동 중은 오쿠보 전 감독은 지난해 요미우리 자이언츠 수석코치로 일했다. 하라 다쓰노리 감독을 보좌했다.

오쿠보 전 감독은 게스트로 출연한 호소카와 도오루가 '라쿠텐 감독 제의가 오면 받겠나'라고 묻자 "절대 하지 않겠다"라고 했다. 포수 출신인 호소카와(44)도 라쿠텐에서 2년을 뛴 경험이 있다.

이마에 감독은 지난해 가을 2년 계약을 했다. 올해 연봉이 4000만엔이다. 양 리그 12개팀 중 가장 낮은 대우다. 오쿠보 전 감독이 9년 전에 받은 4500만엔보다 적었다.

다오 야스시 전 라쿠텐 감독(70)도 유튜브 채널에 나와 라쿠텐 구단을 통렬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마에 감독이 할 수 있는 건 다했다. 야구인으로서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다오 전 감독은 라쿠텐 초대 사령탑이다. 3년 계약을 하고 출발했다. 그런데 첫해 꼴찌를 하자 경질 통보가 날아왔다. 그는 "20년 전 39세였던 미키타니 구단주가 20년이 지나 59세가 됐는데 변하지 않았다. 라쿠텐이 좋은 팀이 되기를 바랐지만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2013년 24승 무패를 기록하며 라쿠텐의 창단 첫 우승을 이끈 다나카. 메이저리그에서 복귀한 다나카는 힘을 잃었다. 올해는 부상으로 시즌 막판 1경기 등판에 그쳤다. 사진캡처=라쿠텐 이글스 SNS

다오 전 감독은 "라쿠텐의 시스템이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라며 미키타니 구단주를 재차 질타했다.

일본 언론은 라쿠텐 구단이 미키 하지메 2군 감독(47)을 차기 사령탑으로 내정했다고 보도했다. 미키 감독도 2020년 한 시즌 라쿠텐을 지휘한 경험이 있다. 그해 4위를 하고 사령탑에서 내려왔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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