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땐 블랙리스트…한강의 기적 뒤엔 한강의 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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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한강(54)이 선정되면서 열렬한 환호를 받고 있는 가운데, 그의 저서들이 과거 박근혜 정부에서 문제작으로 낙인 찍혀 불이익을 받았던 '흑역사'도 회자되고 있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가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진흥원)이 주관하는 세종도서(옛 문화부 우수도서) 선정·보급 사업 심사에서 배제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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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한강(54)이 선정되면서 열렬한 환호를 받고 있는 가운데, 그의 저서들이 과거 박근혜 정부에서 문제작으로 낙인 찍혀 불이익을 받았던 ‘흑역사’도 회자되고 있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가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진흥원)이 주관하는 세종도서(옛 문화부 우수도서) 선정·보급 사업 심사에서 배제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2016년 한겨레 요청으로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진흥원에서 받은 세종도서 관련 자료를 보면, ‘소년이 온다’는 2014년 세종도서 문학 나눔 3차 심사까지 올랐으나 최종 탈락했다. ‘소년이 온다’를 포함해 탈락한 도서 다수가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다룬 소설들이었는데, 실제로 정부가 탐탁치 않아 하는 열쇳말들을 골라 책들을 솎아냈다는 취지의 내부 증언이 나왔다. 당시 진흥원 관계자는 한겨레 인터뷰에서 “‘소년이 온다’는 책에 줄을 쳐가며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을 검사해, 사실상 사전 검열이 이뤄지는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한강 작가에게 가해진 이런 불이익은 당시 기승을 부리던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지난 2016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특검팀이 문체부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한강 작가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문체부가 소설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 인터내셔날상 부문을 수상한 한강 작가에게 대통령 명의 축전을 보낼 것을 건의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를 거절했다는 사실도 당시 특검팀 수사에서 확인됐다.
한강 작가의 작품에 덧씌워진 색안경과 편견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받은 ‘학교도서관 성교육 도서 폐기 현황’을 보면, 지난 2022년 3월∼지난해 2월까지 경기도 내 학교 도서관에서 성교육 도서 2500여권이 폐기처분됐는데 여기에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도 포함된 것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2022년 ‘청소년 유해도서를 분리제거 해달라’는 내용의 보수단체 민원을 받고 일선 학교에 성 관련 도서를 폐기할 것을 권고한다는 취지의 공문을 여러 차례 보내면서 폐기 도서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채 보수단체들이 연 기자회견 기사 등을 참고하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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