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무차별 공격하고도 편애받는 이스라엘은 대체 뭐길래? [필동정담]
러시아가 2014년 크림반도를 우크라이나로부터 빼앗아 합병하자 서방의 비난이 폭주했다. 이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미국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리비아에서 모든 것을 다했다. 미국은 되는데 우리는 왜 국익을 보호해선 안되나. 서방의 ‘이중 잣대’가 실망스럽다”.
최근 가장 뜨거운 국제뉴스 중 하나인 이스라엘의 중동 전쟁도 마찬가지다. 미국과 유럽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비난하면서도 이스라엘의 연쇄적인 중동 공격을 옹호한다. 상대국 국민의 엄청난 희생과 물질적 피해를 야기한 러시아와 이스라엘을 서방이 달리 취급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다. 중동 국가들도 하마스 전쟁 초기부터 이스라엘의 과도한 공격에 미국이 눈감고 있다며 ‘이중 잣대’ 문제를 제기해왔다. 지금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넘어 전장을 확대하는데도 막아설 기미가 없으니 반전 시위는 늘어난다. 두 전쟁이 비슷한 시기에 벌어지고 있어 국제정치의 이중 잣대 현상을 파악하는데 이만한 사례도 없다.
그런데도 이스라엘 사람들이 가자에 남은 자국인 인질 구출에만 집착하는 모습은 정책뿐만 아니라 인간성에서도 이중 잣대를 보여준다. 자국군이 레바논 수도까지 공격해 민간인 희생을 키우는 와중에 이스라엘인들이 인질 석방을 요구하며 흘리는 눈물을 제3자가 크게 공감하긴 힘들다. 이스라엘인들이 인질 납치로 국제사회에서 받았던 공감의 총량은 빠르게 줄고 있는 듯하다.
서방 각국에서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가 어느 때보다 많아진 것도 이스라엘 감싸기 정책에 대한 반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지난 1년간 반유대주의 사건은 1만 건을 넘어 역대 최다였고, 각국에서는 이스라엘의 전쟁 확대를 비판하는 시위가 계속중이다. 그런데도 미국과 유럽 정상들은 하마스 전쟁 1년을 맞아 이스라엘의 피해를 부각하고 유대인 공동체와의 연대만을 강조한다. 지난 7일 파리시가 에펠탑 소등 행사를 가졌는데 중동 인민이 아닌 이스라엘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서였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해 9월 하마스 공습이 있기 2주 전 유엔(UN) 뉴욕본부 연설에서 ‘대(大)이스라엘주의’를 외쳤다. 가자와 서안 지구를 이스라엘에 편입시켜 팔레스타인을 지도에서 지우겠다는 것이다. 네타냐후가 이란까지 공격할 품새를 봐서는 하마스 납치극을 빌미로 대이스라엘주의 실현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을지 모른다.
이스라엘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망가진 러시아처럼 국가 이미지 추락을 걱정해야 할지 모른다. 그들의 포탄에 맞은 사상자가 늘수록 그에 비례해 반이스라엘 정서는 중동을 넘어 세계로 확산될 것이다. 이스라엘의 거침없는 행보와 서방의 이중 잣대를 감안하면 이스라엘에 맞선 중동 각국의 생존 투쟁을 ‘테러리즘’으로만 볼 일이 아니다. 오히려 언제 멈출지 모를 이스라엘의 맹폭 앞에 그들이 점점 더 애처롭게 느껴진다.
김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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