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셀코리아' 아니고 '셀삼성'…'한국증시 부진 주도주' 탈출 시점은?

권애리 기자 2024. 10. 1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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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금요일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우리 증권 시장에서 외국인들이 빠져나가는 모습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죠. 상반기에는 대단한 기세로 주식을 사들이던 외국인들이 3년 4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로 팔고 나갔다고요?

<기자>

외국인 자금이 지난 9월 한 달 동안 56억 달러 가까이 한국 증시를 빠져나갔다고 한국은행이 밝혔습니다.

월간 기준으로 2021년 5월 이후 가장 큰 규모로 외국인 자금이 순유출된 모습입니다.

금융감독원의 원화 기준 집계로는 9월 한 달 동안 외국인들이 정확히 7조 3천610억 원어치를 한국증시에서 순매도했습니다.

그나마 코스닥에서는 샀는데, 코스피에서 8조 원 가까이 팔아치웠습니다.

이달 들어서도 외국인들의 셀코리아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10월에 주식시장이 열린 날이 어제(10일)까지 딱 닷새입니다.

그런데 그 닷새 만에 외국인 자금 순유출 규모가 5천억 원 넘게 증가했습니다.

상반기에는 외국인들이 우리 증시에서 무려 23조 원 남게 사들여서, 한국증시가 생긴 이래 역대 최대 규모의 자금 유입이 나타났는데요.

하반기에 그 돈이 빠져나가는 속도가 빠릅니다.

반면에 상반기에는 한국증시에서 7조 원어치 넘게 팔고 해외로 떠났던 우리나라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은 요새 좀 돌아오는 추세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 유턴의 기세가 그렇게 강하지는 않습니다.

한 마디로 상반기에 몰려오던 외국인은 빠져나가고, 이른바 동학개미에서 서학개미로 변신한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은 돌아오는 모습이 주춤하고, 한국증시가 부진하지 않으면 이상할 상황입니다.

<앵커>

참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외국인들이 왜 이렇게까지 팔고 나가는 걸까요?

<기자>

사실 외국인들은 삼성전자를 팔고 나가는 거다, 이렇게 봐도 과언이 아닌 모습입니다.

9월 이후로 어제까지 해외 자본이 무려 10조 2천억 원어치의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치웠습니다.

22일 연속해서 삼성전자를 덜어내고 있습니다.

같은 기간에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들의 순유출 규모는 8조 4천억 원 수준입니다.

코스피 전체 시장보다 삼성전자 한 종목을 팔아치운 기세가 훨씬 더 거세다는 얘기입니다.

SK하이닉스를 같은 기간에 3천600억 원어치 순매수한 걸 포함해서, 사실 지금 우리 증시에서 전망이 좋아 보이는 기업들을 외국인들이 골고루 사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코스피 시가총액의 17%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에 대한 매도세가 거세다 보니까 한국증시 전체를 파는 모습으로 나타나는 겁니다.

삼성전자는 결국 어제 2% 넘게 하락하면서 종가 5만 8천900원, 이른바 '5만 전자'로 내려앉아서 장을 마감했습니다.

지난 8일에 삼성전자가 3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죠.

사실 매출은 사상 최대 기록입니다.

그런데 영업이익이 시장 예상보다 낮았던 9조 1천억 원에 머무르면서 시장을 실망시켰다는 얘기를 듣고 있습니다.

반도체부터 휴대폰, 가전에 이르기까지 두루 갖추고 있는 삼성전자는 잠정실적을 발표할 때는 부문별 영업이익을 공개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상 최대 매출에도 영업이익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건 아무래도 핵심인 반도체 사업 부문에서 AI 관련 기술력에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새롭게 부상한 이른바 AI 메모리가 삼성전자가 세계 1위로 군림해 온 기존의 메모리 반도체보다 훨씬 부가가치가 높거든요.

그리고 삼성이 반도체 다각화를 위해서 추진해 온 파운드리, 즉 외부의 반도체 설계를 받아서 맞춤 생산해 주는 사업도 쉽게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매출은 사상 최대인데도 영업이익은 기대치에 못 미쳤고, 미래 성장성도 의심받는 상황이 됐다는 겁니다.

<앵커>

앞으로가 걱정인데 상황이 좀 나아질 수 있을까요?

<기자>

결국 삼성전자로 외국인이 돌아와야 한국증시로 외국인이 돌아오고 지수도 오르는 모습이 나타날 텐데요.

[한지영/키움증권 책임연구원 : (삼성전자) 주가는 거의 역사적 저점 수준이란 생각들을 하고 있는데, 그와 동시에 SK하이닉스나 다른 반도체 업종의 주가에 비해서 모멘텀(계기)이 뚜렷하지 않다(는 분위기입니다.)]

지금의 삼성전자 주가는 과매도 상태다, 바닥일 거다, 그래도 지금의 분위기를 만회하려면 미래에 대해서 증명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거란 얘기입니다.

우리나라의 대표 기업이 AI 시대에 소외되는 모습이 해소되지 않는다고 하면, 반도체 수출이 핵심 중 핵심인 우리나라의 경제전망도 밝아지기는 어렵습니다.

이게 지금의 모습이 주가 그 이상의 문제인 이유입니다.

권애리 기자 ailee17@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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