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윤 식품전문기자의 커피이야기] ⑩ SNS 속 카페, 우리는 무엇을 잃었나
한국의 카페 산업은 눈부신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전국 어디에서나 독창적인 인테리어와 사진 찍기 좋은 장소와 메뉴를 앞세운 카페들이 성행하고 있으며, 그 중 많은 곳이 단순한 커피 판매점 이상의 문화적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카페는 이제 커피를 마시는 곳이 아니라 SNS 시대의 '핫플레이스'로 기능하며, 시각적인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흐름이 카페 본연의 가치를 희석시키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금은 카페 운영자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의식 변화 또한 요구되는 시점이다.
한국의 많은 카페들은 그들의 성공 요인을 인테리어와 비주얼 중심의 메뉴에서 찾고 있다. 커피의 맛과 품질이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카페 자체가 하나의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이 되었다. 소비자들은 SNS에 올릴 사진을 위해 카페를 방문하고, 이는 자연스럽게 카페의 홍보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효과를 낳는다.
하지만 이런 경향이 심화되면서, 정작 카페의 중심이 되어야 할 커피의 품질과 이를 가능케 하는 공간 구성 등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화려한 외형에 치중하다 보니 커피 그 자체보다는 사진 찍기 좋은 음료가 우선시되고, 맛보다는 비주얼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었다. 카페는 이제 더 이상 커피를 즐기고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 아닌, SNS용 배경으로 전락할 위험에 처해 있다.
카페가 단순히 사진 찍기 좋은 장소로 머무르지 않고 진정한 커피 문화를 제공하는 공간으로서 역할을 되찾기 위해서는 운영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커피의 품질에 대한 새로운 시선이 필수적이다. 원두 선택에서부터 추출 과정, 그리고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커피의 본질적인 맛과 경험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는 운영 철학이 다시 자리 잡아야 한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이나 미니멀리즘 카페는 이러한 흐름의 반증이다. 이들은 과시적인 요소보다는 커피의 본질에 집중하며, 좋은 원두와 정성을 다한 추출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또한, 카페가 소통의 공간으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바리스타와 손님 간의 대화를 통해 커피에 대한 지식을 공유하고, 고객이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경험의 일부로서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카페가 단순히 ‘사진 찍는 장소’가 아닌 커피와 소통의 장소로 재정립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나 카페 문화의 진정한 변화는 운영자들의 노력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다. 소비자들의 의식 변화 또한 필수적이다. 카페를 단순히 사진을 찍고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장소로 소비하는 것이 아닌, 커피의 맛과 문화를 체험하는 공간으로 인식하는 태도 전환이 필요하다.
SNS에 공유하기 위해 찾아가는 카페 방문이 아닌, 커피 그 자체를 즐기고 느끼는 것이 카페 방문의 본질임을 자각해야 한다. 시각적 만족감만을 추구하기보다는, 진정한 맛과 향을 경험하며 커피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는 것이 한국 카페 문화가 성숙해지는 길이다.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것을 충족시키기 위해 카페 운영자들은 그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형성하고 발전시킨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요구가 변화한다면, 카페는 자연스럽게 그에 맞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다. 즉,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카페 문화가 어디로 향할지를 결정짓는 핵심적인 요소다.
카페는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문화적, 사회적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그 본질이 흐려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우리는 커피와 소통이라는 카페 본연의 가치를 재조명해야 한다.
카페 운영자들은 커피의 품질과 손님 간 소통의 중요성을 되새기고, 소비자들은 단순한 시각적 경험이 아닌 진정한 커피와 연관된 다양한 문화를 추구할 때, 한국의 카페 문화는 더 깊이 있는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카페는 단순한 사진 촬영을 위한 배경이 아닌, 사람과 커피가 교류하는 공간으로서 다시 자리잡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선 운영자와 소비자 모두의 의식 변화가 필수적이며, 이 변화가 시작될 때 한국 카페 문화는 보다 성숙한 단계로 나아갈 것이다.
[문상윤 기자(filmms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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