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이 부족한 대한민국…한글날이 10월 둘째 주 월요일이 된다면? [스프]
안혜민 기자 2024. 10. 11. 09:03
[마부뉴스] 데이터로 보는 공휴일2
하나의 이슈를 데이터로 깊이 있게 살펴보는 뉴스레터, 마부뉴스입니다.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 마부뉴스에서는 지난 1편에 이어 2편에서는 요일제 공휴일과 대한민국 노동시간에 대해 살펴봅니다. 지난 1편에서는 기존의 날짜 기반 공휴일이 휴식을 보장하는 데 비효율적일 수 있다는 지점을 데이터를 통해 살펴봤습니다. 공휴일이 토요일과 일요일, 혹은 다른 공휴일과 겹치면서 2011년부터 2024년까지 한 해 평균 4.3일의 휴일이 줄어들 정도였죠. 2편에서는 왜 요일제 공휴일이 필요한지 우리나라의 노동시간과 노동생산성과 연관하여 한 걸음 더 다가가 보겠습니다.
요일제 공휴일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기념일의 제정 의미가 반감되지 않는 선에서 요일제 휴일을 적용해 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가령 10월 9일 한글날 대신, 10월 둘째 주 월요일마다 쉬는 식으로 말이죠.
그런데 한글날 10월 9일은 어떻게 결정된 걸까요? 한글날이 10월 9일로 정해지게 된 과정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1940년에 발견된 <훈민정음> 해례본 말미에 적힌 '전통 11년 9월 상한'이란 기록이 바로 시발점입니다. 여기서 전통은 1445년, 상한은 상순(1~10일)이라는 뜻인데요. 해례본의 발간 시점이 1446년 음력 9월 상순이라는 겁니다. 당시 조선어학회는 상순 중 가장 마지막 날인 1446년 9월 10일을 한글날로 선정했습니다. 이때를 그레고리력으로 환산한 양력 날짜 10월 9일이 지금의 한글날인 거죠. 이렇듯 10월 9일이라는 특정 시점을 한글날로 기념할 이유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10일 중 마지막 날을 임의로 고른 것이니까요.
참고로 10월 9일이라는 날짜 선정 자체에 오류가 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한글 제정 당시 서양에서는 그레고리력이 아니라 율리우스력에 따라 날짜를 계산했거든요. 그레고리력은 1582년 로마 교황 그레고리우스 13세가 채택한 새로운 달력입니다. 만약 율리우스력대로 계산한다면 한글 반포 시점은 양력 9월 21일부터 30일이 됩니다. 그렇다면 이에 맞춰서 한글날을 9월 넷째 주 금요일로 지정한다면 어떨까요?
정부가 나서서 요일제 공휴일을 검토하겠다고 나선 이유 중 하나는 우리나라의 노동시간이 너무나도 길다는 데에 있습니다. 정말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을 해도 너무나도 많이 하고 있거든요. 2023년 OECD 회원국들의 평균 노동시간은 연간 1,742시간 정도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무려 1,872시간이죠. 대한민국은 OECD 회원국들 중 상위 6위를 기록할 정도로 긴 노동시간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위로는 멕시코, 코스타리카, 칠레, 그리스, 이스라엘뿐입니다.
사실 이 1,872시간도 과거와 비교하면 많이 줄어든 수치입니다. 10년 전, 2013년 대한민국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2,106시간이었거든요. 당시 OECD 연평균 노동시간이 1,792시간이었으니까 평균 대비 17.5%나 많았죠. 노동시간이 가장 적은 편에 속하는 EU 데이터를 보면 우리나라와의 실태가 더 극명하게 느껴질 겁니다. 2013년 EU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1,606시간으로 우리나라와 500시간 차이가 납니다. 2022년엔 그보다 더 짧아져 1,571시간을 기록 중이죠. 선진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너무나도 일을 많이 하고, 오래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근무시간이 길면 노동생산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노동생산성은 노동 투입당 산출 비율로 정의되는데, 산출량은 GDP를 쓰고, 노동 투입량은 노동시간을 사용합니다. GDP를 노동시간으로 나눈 게 노동생산성이니 노동시간이 길면 아무리 부가가치가 높다 한들 노동생산성이 높게 나올 수가 없는 거죠.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 경제 규모는 세계 10위권에 있지만, 노동생산성은 2023년 기준으로 44.4달러로 하위권을 기록하고 있어요. OECD 회원국 평균인 56.1 달러와는 15달러 넘게 차이가 납니다.
이미 우리나라와 노동생산성 측면에서 큰 격차를 보이고 있는 유럽은 노동시간을 더 줄여 노동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실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장 주목할 만한 실험은 영국에서 진행된 사회 실험인데요. 영국에서는 2022년 6월부터 6개월 동안 61개 기업과 기관이 주 4일 근무제 실험에 참여했습니다. 임금 변동 없이 61개 기업들의 전 직원 근로 시간을 기존 40시간에서 32시간으로 줄여본 거죠. 그 결과는 어땠을까요?
실험에 참여한 영국 기업의 92%가 주 4일제를 유지하겠다는 결정을 할 정도로 결과는 긍정적이었어요. 근무시간을 줄였는데도 불구하고 영업 성과와 생산성이 그대로 유지되었거든요. 23개 기업들에서는 매출이 도리어 평균 1.4% 증가하기도 했죠. 주 4일제 실험에서 가장 긍정적인 부분은 바로 노동자들의 건강이 향상되었다는 겁니다.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듯 스트레스와 번아웃은 줄어들었고, 긍정적인 생각과 삶의 만족도는 늘어났습니다.
영국의 주 4일제 실험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오자, 다른 국가들도 비슷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단 미국에서는 버니 샌더스 의원이 32시간 근무제를 추진하고 있어요. 프랑스에선 공무원 근무 체계를 주 5일에서 주 4일로 단축하는 개편안을 고려 중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지자체에선 근무시간을 줄이기 위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제주도에서는 공무원들이 주 4.5일제로 근무하고 있죠. 지난 7월 1일부터 제주도 공무원들은 금요일 1시면 퇴근을 하고 있습니다. 경기도에서도 임금 삭감 없는 주 4.5일제를 내년부터 시범 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일부 대기업에서도 주 4일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주 4일제는 엄밀히 말하면 주 4일제라고 하긴 어려워요. 절대적인 노동시간이 줄어들지 않고 전체 시간은 유지한 채 월화수목에 몰아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탄력근무와 유연근무에 가까운 형태이거든요.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 4일제를 경험한 직원들의 만족도는 높다고 하죠.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하나의 이슈를 데이터로 깊이 있게 살펴보는 뉴스레터, 마부뉴스입니다.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 마부뉴스에서는 지난 1편에 이어 2편에서는 요일제 공휴일과 대한민국 노동시간에 대해 살펴봅니다. 지난 1편에서는 기존의 날짜 기반 공휴일이 휴식을 보장하는 데 비효율적일 수 있다는 지점을 데이터를 통해 살펴봤습니다. 공휴일이 토요일과 일요일, 혹은 다른 공휴일과 겹치면서 2011년부터 2024년까지 한 해 평균 4.3일의 휴일이 줄어들 정도였죠. 2편에서는 왜 요일제 공휴일이 필요한지 우리나라의 노동시간과 노동생산성과 연관하여 한 걸음 더 다가가 보겠습니다.
10월 9일 한글날을 10월 둘째 주 월요일로 바꾼다면?
그런데 한글날 10월 9일은 어떻게 결정된 걸까요? 한글날이 10월 9일로 정해지게 된 과정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1940년에 발견된 <훈민정음> 해례본 말미에 적힌 '전통 11년 9월 상한'이란 기록이 바로 시발점입니다. 여기서 전통은 1445년, 상한은 상순(1~10일)이라는 뜻인데요. 해례본의 발간 시점이 1446년 음력 9월 상순이라는 겁니다. 당시 조선어학회는 상순 중 가장 마지막 날인 1446년 9월 10일을 한글날로 선정했습니다. 이때를 그레고리력으로 환산한 양력 날짜 10월 9일이 지금의 한글날인 거죠. 이렇듯 10월 9일이라는 특정 시점을 한글날로 기념할 이유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10일 중 마지막 날을 임의로 고른 것이니까요.
참고로 10월 9일이라는 날짜 선정 자체에 오류가 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한글 제정 당시 서양에서는 그레고리력이 아니라 율리우스력에 따라 날짜를 계산했거든요. 그레고리력은 1582년 로마 교황 그레고리우스 13세가 채택한 새로운 달력입니다. 만약 율리우스력대로 계산한다면 한글 반포 시점은 양력 9월 21일부터 30일이 됩니다. 그렇다면 이에 맞춰서 한글날을 9월 넷째 주 금요일로 지정한다면 어떨까요?
쉼이 부족한 대한민국
사실 이 1,872시간도 과거와 비교하면 많이 줄어든 수치입니다. 10년 전, 2013년 대한민국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2,106시간이었거든요. 당시 OECD 연평균 노동시간이 1,792시간이었으니까 평균 대비 17.5%나 많았죠. 노동시간이 가장 적은 편에 속하는 EU 데이터를 보면 우리나라와의 실태가 더 극명하게 느껴질 겁니다. 2013년 EU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1,606시간으로 우리나라와 500시간 차이가 납니다. 2022년엔 그보다 더 짧아져 1,571시간을 기록 중이죠. 선진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너무나도 일을 많이 하고, 오래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근무시간이 길면 노동생산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노동생산성은 노동 투입당 산출 비율로 정의되는데, 산출량은 GDP를 쓰고, 노동 투입량은 노동시간을 사용합니다. GDP를 노동시간으로 나눈 게 노동생산성이니 노동시간이 길면 아무리 부가가치가 높다 한들 노동생산성이 높게 나올 수가 없는 거죠.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 경제 규모는 세계 10위권에 있지만, 노동생산성은 2023년 기준으로 44.4달러로 하위권을 기록하고 있어요. OECD 회원국 평균인 56.1 달러와는 15달러 넘게 차이가 납니다.
이미 우리나라와 노동생산성 측면에서 큰 격차를 보이고 있는 유럽은 노동시간을 더 줄여 노동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실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장 주목할 만한 실험은 영국에서 진행된 사회 실험인데요. 영국에서는 2022년 6월부터 6개월 동안 61개 기업과 기관이 주 4일 근무제 실험에 참여했습니다. 임금 변동 없이 61개 기업들의 전 직원 근로 시간을 기존 40시간에서 32시간으로 줄여본 거죠. 그 결과는 어땠을까요?
실험에 참여한 영국 기업의 92%가 주 4일제를 유지하겠다는 결정을 할 정도로 결과는 긍정적이었어요. 근무시간을 줄였는데도 불구하고 영업 성과와 생산성이 그대로 유지되었거든요. 23개 기업들에서는 매출이 도리어 평균 1.4% 증가하기도 했죠. 주 4일제 실험에서 가장 긍정적인 부분은 바로 노동자들의 건강이 향상되었다는 겁니다.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듯 스트레스와 번아웃은 줄어들었고, 긍정적인 생각과 삶의 만족도는 늘어났습니다.
영국의 주 4일제 실험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오자, 다른 국가들도 비슷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단 미국에서는 버니 샌더스 의원이 32시간 근무제를 추진하고 있어요. 프랑스에선 공무원 근무 체계를 주 5일에서 주 4일로 단축하는 개편안을 고려 중입니다.
요일제 공휴일, 어떻게 생각하나요?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지자체에선 근무시간을 줄이기 위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제주도에서는 공무원들이 주 4.5일제로 근무하고 있죠. 지난 7월 1일부터 제주도 공무원들은 금요일 1시면 퇴근을 하고 있습니다. 경기도에서도 임금 삭감 없는 주 4.5일제를 내년부터 시범 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일부 대기업에서도 주 4일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주 4일제는 엄밀히 말하면 주 4일제라고 하긴 어려워요. 절대적인 노동시간이 줄어들지 않고 전체 시간은 유지한 채 월화수목에 몰아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탄력근무와 유연근무에 가까운 형태이거든요.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 4일제를 경험한 직원들의 만족도는 높다고 하죠.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안혜민 기자 hyemina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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