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식의 대명사인데 중국엔 없는 '짬뽕'…"밥 먹었니?"가 이름이 된 사연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10. 11. 09:03
[윤덕노의 중식삼림(中食森林)] 짬뽕의 정체... 짬뽕 너 어디서 왔니?
음식에는 한 나라의 사회 정치 경제가 은연중에 녹아 있다. 중국 음식도 예외가 아닌데 세계로 퍼진 중국 음식 속에는 현지의 문화와 역사까지 곁들어 있다. 지구촌 중국반점의 요리를 통해 중국 본색을 알아보고 세상을 들여다본다.
짬뽕은 짜장면과 더불어 한국인이 가장 즐겨 먹는 중국음식이다. 그런데 짬뽕이 진짜 중국음식 맞을까? 뜬금없는 의문 같지만 사실 짬뽕은 정체가 다소 애매하다. 그 뿌리도 그렇고 우리나라에 전해진 경로 역시 한 번쯤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짬뽕은 일단 중국에는 없는 국수다. 한국 짜장면이 철저하게 현지화돼 원래의 중국 짜장면과는 확연하게 달라진 것처럼 짬뽕 역시 현지화되면서 내용과 이름까지 변형된 것일 수도 있다.
물론 짬뽕의 원조로 추정되는, 혹은 원조라고 주장하는 국수는 있다. 일각에서는 짬뽕이 산동의 초마면(炒碼麵) 혹은 복건의 민면(燜麵)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산동성과 복건성은 지리적으로 엄청 떨어져 있다. 그런데 왜 이 두 지역 국수가 짬뽕의 원조로 거론되는 것일까? 게다가 산동 초마면과 복건 민면은 현지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국수다. 그런데 이런 음식이 어떻게 한반도로 건너와 짬뽕이 됐는지도 궁금하다.
짬뽕이라는 음식 이름도 특이하다. 우리는 흔히 이것저것 잡다하게 모아 놓은 것을 짬뽕이라고 하지만 그건 짬뽕의 특성에 비유해 생긴 풀이일 뿐이다. 짬뽕은 일본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일본 말 찬폰(ちゃんぽん)이 변해 짬뽕이 됐다. 중국음식에 웬 일본식 이름일까? 의미도 엉뚱하기 짝이 없다. 안부 인사로 묻는 "밥 먹었니?"라는 말에서 생겼다.
관련해서 전해지는 일화가 있다. 짬뽕은 1890년대 일본 나가사키에서 사해루라는 중국음식집을 운영하던 화교, 천핑순이 처음 만들었다고 한다. 나가사키 짬뽕이 유명해진 배경이다.
천핑순은 복건성 출신으로 당시 나가사키에는 중국 유학생과 노동자들이 많았다.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이들은 사해루에 자주 들리곤 했는데 천핑순은 이들에게 고향에서 먹던 국수에 나가사키의 해산물과 채소를 이것저것 넣어 만든 국수를 듬뿍 담아주었다.
그러면서 "밥은 먹었니?"라는 인사를 자주 했는데 중국 표준어로는 츠판(吃飯)이지만 복건성 출신인 만큼 복건 사투리로 찬폰이라고 물었다. 이 말을 들은 일본 손님들이 찬폰을 국수 이름으로 잘못 알아듣고 자기도 찬폰 한 그릇 달라고 주문하면서 찬폰, 즉 짬뽕이 음식 이름으로 굳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복건성 출신의 나가사키 화교가 고향의 국수를 토대로 만든 찬폰이 일제강점기 한반도에 전해졌고 1960년대 짬뽕이 유행하면서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고추기름과 고춧가루가 더해지면서 지금의 한국 짬뽕으로 진화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그러면 나가사키 화교 천핑순이 토대로 삼았다는 복건성 국수는 어떤 음식일까? 복건성 성도인 복주시에서 주로 먹는 민면(燜麵)이 바탕이 됐다고 하는데 해산물과 채소를 듬뿍 넣은 것이 나가사키 짬뽕과 비슷한 부분이 없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나가사키 짬뽕을 복주 민면의 아류가 아닌 완전히 다른 국수로 보는 것 같다. 그래서 이름을 강봉면(强棒麵)이라고 부르는데 중국어 발음으로는 챵빵면이다. 일본어 찬폰의 중국어 음역으로 추정된다.
짬뽕의 한국 전래에 대해서는 다른 견해도 있다. 우리나라 짬뽕과 일본 찬폰, 즉 나가사키 짬뽕은 이름만 비슷할 뿐, 정확하게는 우리 짬뽕이 일본 찬폰에서 이름을 차용했을 뿐 그 뿌리가 다르다는 것이다. 일본 찬폰이 복건성 출신 화교가 복건성의 민면을 토대로 만들어 낸 국수인 반면 우리 짬뽕은 산동성 출신 화교가 산동성 국수인 초마면(炒碼麵)을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초마면은 이름만 봐서는 어떤 국수인지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볶을 초(炒)에 보석의 일종인 마노 마(碼)자를 쓰니 보석을 볶은 국수 내지는 돌멩이를 볶은 국수라는 뜻이 되니 엉뚱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산동 사투리에서는 마(碼)가 재료를 뜻하는 료(料)자와 통한다고 하니 곧 모든 재료를 볶아서 만든 국수라는 뜻이다.
중국 위키피디아를 비롯해 다수 중국 인터넷에서는 한국 짬뽕을 초마면 또는 한식 초마면으로 번역한다. 다만 산동 지역 국수라는 초마면에서 변형된 국수가 아닌 한국 짬뽕 그 자체를 초마면이라고 번역한 게 인상적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음식에는 한 나라의 사회 정치 경제가 은연중에 녹아 있다. 중국 음식도 예외가 아닌데 세계로 퍼진 중국 음식 속에는 현지의 문화와 역사까지 곁들어 있다. 지구촌 중국반점의 요리를 통해 중국 본색을 알아보고 세상을 들여다본다.
짬뽕은 짜장면과 더불어 한국인이 가장 즐겨 먹는 중국음식이다. 그런데 짬뽕이 진짜 중국음식 맞을까? 뜬금없는 의문 같지만 사실 짬뽕은 정체가 다소 애매하다. 그 뿌리도 그렇고 우리나라에 전해진 경로 역시 한 번쯤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짬뽕은 일단 중국에는 없는 국수다. 한국 짜장면이 철저하게 현지화돼 원래의 중국 짜장면과는 확연하게 달라진 것처럼 짬뽕 역시 현지화되면서 내용과 이름까지 변형된 것일 수도 있다.
물론 짬뽕의 원조로 추정되는, 혹은 원조라고 주장하는 국수는 있다. 일각에서는 짬뽕이 산동의 초마면(炒碼麵) 혹은 복건의 민면(燜麵)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산동성과 복건성은 지리적으로 엄청 떨어져 있다. 그런데 왜 이 두 지역 국수가 짬뽕의 원조로 거론되는 것일까? 게다가 산동 초마면과 복건 민면은 현지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국수다. 그런데 이런 음식이 어떻게 한반도로 건너와 짬뽕이 됐는지도 궁금하다.
짬뽕이라는 음식 이름도 특이하다. 우리는 흔히 이것저것 잡다하게 모아 놓은 것을 짬뽕이라고 하지만 그건 짬뽕의 특성에 비유해 생긴 풀이일 뿐이다. 짬뽕은 일본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일본 말 찬폰(ちゃんぽん)이 변해 짬뽕이 됐다. 중국음식에 웬 일본식 이름일까? 의미도 엉뚱하기 짝이 없다. 안부 인사로 묻는 "밥 먹었니?"라는 말에서 생겼다.
관련해서 전해지는 일화가 있다. 짬뽕은 1890년대 일본 나가사키에서 사해루라는 중국음식집을 운영하던 화교, 천핑순이 처음 만들었다고 한다. 나가사키 짬뽕이 유명해진 배경이다.
천핑순은 복건성 출신으로 당시 나가사키에는 중국 유학생과 노동자들이 많았다.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이들은 사해루에 자주 들리곤 했는데 천핑순은 이들에게 고향에서 먹던 국수에 나가사키의 해산물과 채소를 이것저것 넣어 만든 국수를 듬뿍 담아주었다.
그러면서 "밥은 먹었니?"라는 인사를 자주 했는데 중국 표준어로는 츠판(吃飯)이지만 복건성 출신인 만큼 복건 사투리로 찬폰이라고 물었다. 이 말을 들은 일본 손님들이 찬폰을 국수 이름으로 잘못 알아듣고 자기도 찬폰 한 그릇 달라고 주문하면서 찬폰, 즉 짬뽕이 음식 이름으로 굳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복건성 출신의 나가사키 화교가 고향의 국수를 토대로 만든 찬폰이 일제강점기 한반도에 전해졌고 1960년대 짬뽕이 유행하면서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고추기름과 고춧가루가 더해지면서 지금의 한국 짬뽕으로 진화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그러면 나가사키 화교 천핑순이 토대로 삼았다는 복건성 국수는 어떤 음식일까? 복건성 성도인 복주시에서 주로 먹는 민면(燜麵)이 바탕이 됐다고 하는데 해산물과 채소를 듬뿍 넣은 것이 나가사키 짬뽕과 비슷한 부분이 없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나가사키 짬뽕을 복주 민면의 아류가 아닌 완전히 다른 국수로 보는 것 같다. 그래서 이름을 강봉면(强棒麵)이라고 부르는데 중국어 발음으로는 챵빵면이다. 일본어 찬폰의 중국어 음역으로 추정된다.
짬뽕의 한국 전래에 대해서는 다른 견해도 있다. 우리나라 짬뽕과 일본 찬폰, 즉 나가사키 짬뽕은 이름만 비슷할 뿐, 정확하게는 우리 짬뽕이 일본 찬폰에서 이름을 차용했을 뿐 그 뿌리가 다르다는 것이다. 일본 찬폰이 복건성 출신 화교가 복건성의 민면을 토대로 만들어 낸 국수인 반면 우리 짬뽕은 산동성 출신 화교가 산동성 국수인 초마면(炒碼麵)을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초마면은 이름만 봐서는 어떤 국수인지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볶을 초(炒)에 보석의 일종인 마노 마(碼)자를 쓰니 보석을 볶은 국수 내지는 돌멩이를 볶은 국수라는 뜻이 되니 엉뚱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산동 사투리에서는 마(碼)가 재료를 뜻하는 료(料)자와 통한다고 하니 곧 모든 재료를 볶아서 만든 국수라는 뜻이다.
중국 위키피디아를 비롯해 다수 중국 인터넷에서는 한국 짬뽕을 초마면 또는 한식 초마면으로 번역한다. 다만 산동 지역 국수라는 초마면에서 변형된 국수가 아닌 한국 짬뽕 그 자체를 초마면이라고 번역한 게 인상적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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