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기의 과유불급] ‘상습 탄핵의 나라’를 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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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내외가 세상은 다 아는데 본인들만 모르는 '벌거숭이 임금'처럼 행동한다는 사실은 정치권에 널리 알려졌다.
동화 '벌거숭이 임금'의 나라는 군주제이기에 왕의 허물이 만천하에 드러나도 백성들이 눈감아 줬지만 현실 속 윤 대통령의 나라는 현직 대통령이 불법성이 확정되지 않았는데도 속전속결 국회 탄핵을 받아 권좌에서 끌려 내려왔던, 극단적으로 민주공화정이 발달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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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전영기 편집인)
윤석열 대통령 내외가 세상은 다 아는데 본인들만 모르는 '벌거숭이 임금'처럼 행동한다는 사실은 정치권에 널리 알려졌다. 2년 반 전 대선에서 윤 대통령을 찍은 상당수 유권자가 이럴 줄 몰랐노라 혀를 차고 있다. 오죽하면 최근 메이저 보수 일간지에 아스팔트 우파 단체로 유명한 국민행동본부(본부장 서정갑)가 "국민을 속이고 헌법을 짓밟는 윤석열 대통령은 정말 탄핵당하고 싶은가?"라는 제목으로 대형 광고를 냈을까. 국민행동본부의 본심은 윤 대통령의 탄핵이 아니라 그가 탄핵을 당하지 않기 위해 심기일전, 환골탈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 달라는 충정이자 호소일 것이다.
김 여사의 착각과 윤 대통령 '필부의 의리'
딱한 일은 민심의 요청이 간절한데도 윤 대통령 부부가 자세를 전환할 마음이 없는 현실이다. 왜 그러는 것일까.
대통령실 안팎에서 나오는 얘기들을 종합하면 두 사람에 대해 각각 다음과 같은 설명이 설득력이 있다.
"국민들은 김건희 여사를 젊어서 사업에 성공해 돈 많고 능력 있고 아름다운 분으로 생각하고 있다. 영부인을 좋아하면서도 시기하는 마음이 동시에 있다. 그러니 바깥의 비난들에 크게 괘념치 마시라.…이런 식으로 10상시 같은 측근들이 보고하면 김 여사는 진짜 그런 줄 안다. 김 여사는 윤 대통령과 정치적 동지라는 의식이 있다."
"대통령이 제일 듣기 싫어하는 말은 김 여사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다. 누구든 쓴소리를 할라치면 '그런 말 하지 말라'고 초장에 막아 버린다. 그러니 대통령 앞에서 영부인 얘기를 할 사람이 없다. 그다음으로 싫어하는 게 한동훈과 협력해 국정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조언. 옛 부하가 아내를 능멸하고 모욕하는데 어떻게 함께 갈 수 있는가라는 인식이다."
이로 보면 김건희 여사는 주식·공천 개입 등 쏟아지는 국민적 의혹과 비난을 보통 사람들의 시기심 정도로 가볍게 여기는 것 같다. 윤 대통령도 필부의 의리가 지나쳐 대통령으로서 수행해야 할 공적 임무(여당 대표와의 긴밀한 당정 협의도 포함된다)를 경시하고 있다. "국민이 불러낸 대통령" 이란 초심은 사라지고 부인 때문에 "국민을 배신한 대통령"이 되었다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동화 '벌거숭이 임금'의 나라는 군주제이기에 왕의 허물이 만천하에 드러나도 백성들이 눈감아 줬지만 현실 속 윤 대통령의 나라는 현직 대통령이 불법성이 확정되지 않았는데도 속전속결 국회 탄핵을 받아 권좌에서 끌려 내려왔던, 극단적으로 민주공화정이 발달한 곳이다. 그래서 필부필부였다면 그냥 넘어가 줄 수 있는 김건희의 착각과 윤 대통령의 의리가 가련해 보이는 것이다. 윤 대통령 내외가 '박근혜 시즌2'의 주인공이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이재명 대표의 조급한 탄핵은 부메랑 맞을 것
더 큰 진실을 말하자면 한국 국민이 더 가련하다. 일제와 전쟁, 가난과 독재를 뚫고 이제 어느 모로나 세계의 선진국 반열에 우뚝 섰는데 정치 혼란을 거듭하면서 순식간에 후진국 국민으로 전락하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 속에 있기 때문이다. 피와 땀과 눈물로 세운 자유민주주의 시장국가 한국이 탄핵 상습국으로 무너져 내릴 찰나 아닌가.
이재명 대표의 "일 못하면 도중에라도 끌어내려야 한다"는 발언을 신호탄으로 민주당은 대통령 임기가 2년7개월이나 남았는데도 '집권플랜본부'라는 이상한 기구를 만들어 윤 대통령 탄핵→조기 대선 수순을 밟아가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 대통령이 되어서 헌법적 특권으로 11개 범죄 혐의에 대한 재판을 강제로 중단시키겠다는 의도가 깔렸다.
이재명의 조급하고 거친 정치는 부메랑을 맞을 것이다. "일 못하면 끌어내려야 한다"고 했으니 그도 일을 못하면 끌려 내려올 것이다. 김건희·윤석열·이재명 중 한 명만 마음을 고쳐 먹어도 '상습 탄핵의 나라'를 막을 수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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