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의료정보 수두룩, 국민 건강문해력 높여야” [건강한겨레]

윤은숙 기자 2024. 10. 11.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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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 사회에 묻는다 2 조비룡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30년 넘게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일해온 조비룡 서울대병원 교수는 가짜 정보들과 수많은 전쟁을 벌여오고 있다. 조 교수는 집안 어르신의 유튜브 알고리즘을 보고 일반인과 의료인의 정보 환경이 얼마나 다른지 실감했다고 한다. 조 교수는 “이것만 먹으면 해결된다”는 식의 정보는 절대로 신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승화 선임기자 eyeshoot@hani.co.kr

1초 만에 의사들을 가장 화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선생님, 그거 인터넷에서는 아니라고 하던데요?”라고 묻는 것이다.

온라인에서 돌아다니는 우스갯소리이지만, 실제로 많은 의료진이 이에 공감한다. 30년 넘게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일해온 조비룡 서울대병원 교수 역시 가짜 정보들과 수많은 전쟁을 벌여왔다. 조 교수는 “서울대병원 같은 상급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려면 몇 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 오랜 기간을 기다려 진료실에 들어온 환자들이 하는 질문들이 의학계에서는 논쟁거리조차 되지 않는 엉터리 정보인 경우가 많아 놀랄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환자들과 언쟁도 하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진료실 안에서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서울대병원 건강증진센터장을 맡았을 때, 조 교수는 건강 강좌 등을 통해 환자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그는 질병관리청, 보건복지부 등 여러 국가 기관의 자문 역할을 했고, 최근에는 국가건강정보포털 구축 사업을 책임지며 정확한 건강 정보 제공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서울대병원에서 조 교수를 만나 올바른 건강 정보를 판별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조비룡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박승화 선임기자 eyeshoot@hani.co.kr

유튜브에 넘치는 잘못된 정보에 ‘깜짝’ …일반인-의료인 정보환경 차이 실감해

-건강 관리 질문을 누구보다 많이 받았을 것 같다.

“진료실에서뿐만 아니라 사석에서도 질문을 많이 받는다. 놀랍게도 생각보다 많은 분이 잘못된 정보를 ‘진짜’라고 믿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집안 어르신의 유튜브 알고리즘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내 알고리즘에는 절대 뜨지 않는 잘못된 정보가 수두룩했다. 이를 통해 일반인과 의료인의 정보 환경이 얼마나 다른지 실감했다. 그리고 왜 많은 사람이 잘못된 정보를 진짜라고 믿는지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됐다.”

-온라인에서 퍼지는 부정확한 정보들의 특징은?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은 조회수가 곧 수익으로 연결된다. 더 많은 조회수를 얻기 위해 자극적인 콘텐츠가 많다. 그런데 자극적인 정보일수록 사실이 아닌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의사들이 먹으라고 하는 고혈압약을 절대 먹지 말라’는 주장을 하거나, 특정 사례를 부정확하게 제시하며 의사들의 의견을 반박하는 콘텐츠가 있다. 이런 콘텐츠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솔깃한 정보가 오히려 가짜일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이것만 먹으면 비만과 고혈압이 한 번에 해결된다’는 식의 정보는 절대로 신뢰해서는 안 된다.”

조비룡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박승화 선임기자 eyeshoot@hani.co.kr

국민의 건강문해력 높이는 것 중요

-‘국가건강정보포털’ 구축 책임 연구를 맡고 있다. 정부가 예산을 들여 직접 이런 포털을 운영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병원 등 민간에서도 정보를 제공하는 곳은 이미 많다. 다만 병원의 경우 주로 치료에 중점을 둔다. 각 병원의 수익성에 따라 우선순위가 달라질 수 있다. 반면, 국가는 국민의 건강을 지키고 질병 예방을 목적으로 한다. 수익성에 흔들리지 않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예산을 투입하고 전문가를 고용할 수 있다.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국들도 국가 주도로 건강 정보 채널을 구축하고 있다. 온라인에 떠도는 정보들을 다시 검증하거나 이웃이나 친척에게서 들은 ‘카더라’ 정보를 확인하는 데 건강정보포털을 활용할 수 있다.”

-그렇지만 정부에서 만든 건강 포털의 이용률이 낮다는 지적도 있다.

“이 부분은 확실히 극복해야 할 문제다. 대중의 흥미를 끌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미국에서는 정부가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다양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정확한 건강 정보 확산에 무게를 더 둔다면 더욱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다만 대중이 손쉽게 건강해지는 방법만 선호한다는 것도 문제다. 예를 들어 ‘비타민C를 하루에 얼마씩 더 먹으면 10년 더 산다’는 식의 정보만 들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건 틀린 방법이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골고루 먹어야 한다. 건강에는 정말 왕도가 없는 경우가 많다.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왕도가 있다고 부추기는 정보도 많고, 대중도 이런 정보를 좇는 경우가 많아 이를 바로잡는 게 쉽지 않다.”

‘노인 건강 관리 시스템’ 구축도 필요

최근에 건강 정보를 제대로 이용하고 활용하는 능력, 이른바 ‘헬스리터러시’(건강정보문해력)가 이슈가 되고 있다.

“국민의 건강문해력을 높이려면 일단 국가에서 주는 정보가 이해하기 쉬워야 한다. 그래야 나쁜 습관을 고치고 실질적으로 건강을 지킬 수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을 이용해 전문적인 내용을 손쉽게 변환하기가 쉬워졌다. 국가건강정보포털 역시 이를 활용한 정보 제공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보를 쉽게 전달하는 동시에, 국민 대상의 일정한 교육도 필요하다. 그래프, 표, 영양 성분표 등을 읽는 법을 제대로 아는 것도 자신의 건강 관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노인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이들이 정확한 정보로 건강 관리를 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고령층은 디지털 정보에 접근하는 데 한계가 있다. 유튜브 알고리즘 탓에 편향된 정보만 접할 수도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사람의 개입’이 필요하다. 미국에는 ‘커뮤니티 헬스 워커’(Community Health Worker, CHW)라는 시스템이 있다. 이들은 의료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으로, 건강 관리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을 받은 뒤 지역 주민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고령층이나 취약 계층이 잘못된 정보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노인들의 건강 관리를 위해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노쇠는 기억력 저하, 체력 감소, 인지 능력 저하 등으로 나타난다. 이를 늦추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운동, 균형 잡힌 식사, 스트레스 관리가 필수다. 지자체, 병원 등 여러 기관이 긴밀하게 협력해 노인들이 요양원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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