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출·육’ 시기마다 다양한 지원… 가족 초청해 불꽃 축제도 봤죠
“출산 직후 1년간 휴직하면서 ‘지금 육아휴직을 이렇게 다 쓰면 나중에 어떡하나’ 걱정이 많았어요. 육아휴직 기간을 회사가 늘려준 덕분에 초등학교 1학년 아들 등교와 하교를 모두 챙기게 됐어요. 저뿐 아니라 손주를 봐주러 매일 저희 집으로 ‘육출(육아 출근)’을 하던 친정 엄마까지 3대가 모두 행복해졌죠”.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배강준(7)군을 키우는 김지혜(39) LG전자 책임은 8개월째 육아휴직 중이다. 김 책임은 이미 출산 후 출산휴가(3개월)에 이어 9개월간 육아휴직을 했다. 법정 육아휴직 기간 1년 가운데 3개월만 남기고 다 쓴 것이다. 그런데 2022년 LG전자가 직원들의 일·가정 양립을 위해 육아휴직 기간을 ‘2년’으로 늘리며 아이가 학교에 입학했을 때 추가로 1년 넘게 휴직할 수 있게 됐다. 김 책임은 “조기 퇴근제나 유연 근무제 같은 ‘워킹맘’을 위한 제도도 많지만, 부서마다 업무나 직무 특성에 따라 이를 활용하지 못하는 직원들도 어쩔 수 없이 많다”며 “육아휴직같이 확실히 육아에 전념할 수 있는 제도가 늘어나 아이의 첫 학교생활을 밀착 지원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LG전자는 직원들이 일과 가정을 동시에 챙길 수 있도록 임신·출산·육아와 관련한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고(故) 구본무 LG 선대회장은 생전 여성 인재 육성에 관심이 많기로 유명했는데, 이런 구 회장의 경영 철학 영향으로 다양하고 참신한 육아 복지 제도가 도입된 것이다. LG전자는 법정 의무 기간의 2배인 육아휴직뿐 아니라, 난임 치료 지원, 육아하는 직원에 대한 배려 문화 등으로 지난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일·가정 양립 우수 기업’으로 선정됐다. 지난해 2월엔 ‘전문직 여성 한국 연맹(BPW한국연맹)’에서 여성의 지위 향상과 고용 창출, 양성평등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BPW 골드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LG전자의 모성 보호 제도는 임신, 출산, 육아 등 시기별로 다양하다. 출산과 육아로 직원들의 경력이 단절되고 업무 공백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고, 조직 문화의 다양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먼저 임신 시기의 경우, 난임 치료 휴가를 연간 6일 유급으로 제공한다. 법정 기준(연간 최대 3일)의 두 배다. 또 약 3개월간 난임 치료 휴직과 의료비도 지원한다. 임신 기간엔 육아휴직이나 출산휴가와 별개로 최대 6개월간 ‘임신 휴직’도 부여한다.
LG전자는 육아휴직 기간뿐 아니라 횟수에서도 다른 기업보다 뛰어나다. 총 2년을 세 차례에 나눠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직원들은 가정 사정에 맞춰 쓸 수 있다. 또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직원들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복직할 땐 기존 부서 복귀를 보장하고 성과 평가 등급도 평균 이상으로 준다. 이 덕에 실제 많은 구성원이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추세다. LG전자의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에 따르면, LG전자에선 매년 직원 500여 명이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자녀를 출산한 여성 직원 가운데 95.6%가 육아휴직을 사용했고, 지난 3년간 육아휴직을 사용한 구성원 가운데 남성이 42.5%로 절반에 육박한다.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어려운 직원들을 위해 일 최대 5시간 내에서 1시간 단위로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육아기 근무시간 단축 제도’도 운영한다.
임직원을 회사로 초청하는 각종 ‘패밀리데이’ 행사도 열고 있다. 지난 5일엔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서울 세계 불꽃 축제’ 행사에도 30명의 직원과 그 가족들을 초청했다. 가족들은 ‘불꽃놀이 관람 명당’으로 꼽히는 LG트윈타워의 24층 이상 창가마다 자리를 잡고, 아이스크림과 떡, 음료를 먹으며 불꽃 축제를 관람했다. 이 행사는 직원들이 많이 신청해 경쟁률이 30대1을 넘었다. 이날 LG전자 사내 부부인 이준규(48) CSO 부문 사업기획팀장과 김노을(43) HE DX전략파트장도 두 아들 태윤(9)·태민(8)군과 불꽃 축제를 관람했다. 이태윤군은 “엄마, 아빠가 일하는 자리에도 직접 가보고, 불꽃 축제도 가까이서 봐 꿈같았다”고 했다.
이 외에도 LG전자에는 출산을 앞뒀거나 육아 중인 직원들을 배려하는 문화도 자리 잡혀 있다. 사내 심리 상담실에서는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구성원들을 위해 무료 육아기 심리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자녀를 둔 직원들이 필요할 땐 팀 회의 시간을 조정하기도 한다. 원격 근무제 등 유연 근무 제도도 부서마다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도록 관리자급에서 적극 장려하고, 직원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입학 선물로 노트북을 준다.
직원들은 “일·가정 양립 제도들 덕분에 사기와 애사심이 커진다”고 입을 모은다. 회사의 지원들은 아이 키우는 직원들의 삶의 질을 높일 뿐 아니라, 사내에 활력을 불어넣고, 애사심을 키워 업무 성과도 높인다는 것이다. 11세 딸을 키우는 김준식(47) 해외영업본부 IT D2C사업1팀장은 “사실 휴직을 1~2년씩 하고 돌아오면 다시 적응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고, 상당히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며 “회사에서 많은 권리를 주고 있는 만큼 돌아왔을 때 더 열심히 성과를 내려고 노력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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