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계룡문고를 사라지게 했나 [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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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27일, 대전과 중부권을 대표하던 매력적인 향토서점 계룡문고의 영업일지가 29년 만에 멈췄다.
대전에서 유일한 중대형 지역서점이 사라지며 시민들은 이제 다양한 책을 직접 보고 살 수 있는 구매 편의성을 누리기 어렵게 되었다.
계룡문고는 대전시의 지역서점활성화조례와 지역문화진흥조례(생활문화시설)에 해당하는 곳인데, 조례에서 정한 지자체장의 책무를 위해 시장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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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27일, 대전과 중부권을 대표하던 매력적인 향토서점 계룡문고의 영업일지가 29년 만에 멈췄다. 대전에서 유일한 중대형 지역서점이 사라지며 시민들은 이제 다양한 책을 직접 보고 살 수 있는 구매 편의성을 누리기 어렵게 되었다. 독서환경의 주요 척도인 중대형 서점의 폐업은 그대로 시민의 피해, 도시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 서점은 상업 공간이지만, 도서관과 마찬가지로 지역 지식문화 생태계의 허파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추락하는 지역서점의 위상을 보여준 이 사건은 대전 원도심의 공동화와 지속적인 매출 하락이 그 원인으로 꼽힌다. 서점 매출은 계속 줄고 운영비 부담은 갈수록 커지며 경영난이 가중된 것이다. 그럼 누가 이 사태의 책임자인가.
첫째, 잘못된 법제 문제다. 우리나라 출판시장에서 인터넷서점 점유율은 60% 이상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그 까닭은 인터넷서점의 편의성도 있지만, 무엇보다 정가의 10% 할인과 5% 적립이라는 법정(法定) 할인의 경제적 유인이 크다. 반면, 지역서점은 입고 가격이 높고 이윤이 적으며 규모의 경제가 불가능해 할인 판매가 어렵다. 독자 입장에서는 할인 구매를 현명한 선택으로 여긴다. 그렇지만 시장 할인율을 감안해 올려진 정가에서 할인해준다 한들 할인 흉내에 불과하다. 이처럼 책 구매자를 기만하고 지역서점을 멀리하도록 제도화한 법정 할인율 문제를 방치하면서, 출판문화산업진흥법이 지역서점 활성화 지원을 강조하는 것은 형용모순이다. 할인 없는 도서정가제가 답이다.
둘째, 현임 대전시장이다. 계룡문고가 지하 1층을 임대했던 건물은 대전시 산하 (재)대전테크노파크가 주인이다. 즉 대전시 소유다. 서점주가 밀린 임대료를 유예하기 위해 요청한 시장 면담 자리에서 대전시장은 시장경쟁 논리만 내세웠다. 대전역 빵집 성심당과 코레일유통의 임대료 협상에서 지역기업에 힘을 실어주던 때와는 딴판이었다. 대전시장은 시민과 지역서점에 도움이 컸던 지역화폐 폐지에 이어, 올해는 서점 지원 예산을 모두 없앴다. 서울시에서 공영 헌책방(서울책보고)을 운영하고, 일본 지자체가 시립서점을 운영하는 것을 알까. 계룡문고는 대전시의 지역서점활성화조례와 지역문화진흥조례(생활문화시설)에 해당하는 곳인데, 조례에서 정한 지자체장의 책무를 위해 시장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셋째, 서점 대표 자신이다. 이동선 대표는 지역사회를 위한 독서운동을 펼치는 데 열심이었다. 그는 20년 이상 유치원과 초중고, 보건소, 노인정, 지역아동센터, 소년원 등에서 책 읽어주기 활동을 꾸준히 펼쳤다. 매장에서는 거의 날마다 서점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작가 초청 행사와 문화 프로그램을 전국 어느 서점보다 많이 개최했다. 독서문화 진흥에 기여한 공로로 2년 전에 대통령상도 받았다. 하지만 그는 국가와 지자체조차 열심히 하지 않는 독서운동 대신 그저 먹고사는 일만 열심히 해야 했다. 대통령상이 무슨 소용인가.
계룡문고 폐업은 더는 예외적인 사례가 아니다. 지역 문화의 거점인 지역서점들이 사라지지 않도록, 그리고 새로운 지역서점들이 많이 생겨나도록 특단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우리에게는 수많은 계룡문고가 필요하다.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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