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사오케이 -Nice to CU

한겨레 2024. 10. 11.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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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년에 껌 좀 씹어봤다는 듯이, 그리고 아무런 할 일이 없지만 아무 일이든 저지를 수 있다는 듯이, 어쩌다 보니 오늘은 날이 맑지만 내일도 맑을 거라고 장담하지는 않을 작정이며, 한동안 재미 볼 수 있지만 조만간 쓴맛을 보게 해줄 수도 있다는 듯이 보이는, 이글거리는 현실의 열기 속에, 나는 서 있었다.

하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고 스스로에게 당부할 수 있고, 실제로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을 것이라는 듯이, 무언가 괜찮지 않다고 여겨질 때조차 모든 게 괜찮을 수밖에 없을 만큼 아무것도 없어서 아무것도 말할 가치가 없으며, 모든 게 폐허고, 모든 게 푸르고, 모든 게 알 수 없는 부름이며, 모든 게 끝없이 열리며 이름 모를 새들을 태어나게 할 뿐이라는 듯이 눈부시게 빛나는 정오의 하늘을, 찡그린 눈으로 올려다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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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왕년에 껌 좀 씹어봤다는 듯이, 그리고 아무런 할 일이 없지만 아무 일이든 저지를 수 있다는 듯이, 어쩌다 보니 오늘은 날이 맑지만 내일도 맑을 거라고 장담하지는 않을 작정이며, 한동안 재미 볼 수 있지만 조만간 쓴맛을 보게 해줄 수도 있다는 듯이 보이는, 이글거리는 현실의 열기 속에, 나는 서 있었다. 무지막지한 뙤약볕과 그늘 따라 흐르는 바람의 경공술. 나는 슬리퍼 끌고 담배 사러 간다. 하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고 스스로에게 당부할 수 있고, 실제로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을 것이라는 듯이, 무언가 괜찮지 않다고 여겨질 때조차 모든 게 괜찮을 수밖에 없을 만큼 아무것도 없어서 아무것도 말할 가치가 없으며, 모든 게 폐허고, 모든 게 푸르고, 모든 게 알 수 없는 부름이며, 모든 게 끝없이 열리며 이름 모를 새들을 태어나게 할 뿐이라는 듯이 눈부시게 빛나는 정오의 하늘을, 찡그린 눈으로 올려다보며. 청천벽력의 타는 연기로 피어오르는 내 머리가 비치는 편의점 유리문 앞에서.

-서대경의 최근 시, 문예 월간지 ‘현대문학’(9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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