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물성이 주는 편안함에 녹아들다 [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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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사람이 활자 중독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글을 접하지만, 꼭 책을 통해 글을 읽는 것은 아니다.
책을 팔기도 하지만 책이 항상 그 자리에 존재하고 책을 통해 사람들이 교류하며 책이 주는 안정감과 유대감을 확인할 수 있는 의미의 책방을 꿈꾼다.
사람에 따라 다른 식으로 보일 수도 있는 이곳은 언뜻 보면 북카페일 수도 있고 특정한 주제의 책들을 볼 수 있는 도서관일 수도 있으며 방 안 가득 책으로 가득 찬 누구의 서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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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사람이 활자 중독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글을 접하지만, 꼭 책을 통해 글을 읽는 것은 아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피시(PC)가 책을 대신하고 있고 이것은 언제 어디서든 무한한 정보의 바다인 인터넷과 연결해 준다. 그 속에는 무궁무진한 정보가 담겨 있다. 심지어 책이 소화하지 못하는 멀티미디어의 생생함이 꿈틀대기까지 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 사람들은 신문을 읽고 잡지를 샀다. 종이로 된 책은 서가를 장식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신문의 종류는 많지만, 편의점에서 종이 신문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 책도 마찬가지이다. 매주 대형 서점에 새로운 책이 배포된다. 하지만 이 책은 얼마 지나지 않아 매대에서 사라지고 또 다른 새로운 책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지금의 새로운 책은 내일의 낡은 책일 뿐이다. 유효기간이 지난 정보를 담고 있는 책은 공간을 차지하는 거추장스러운 짐이다. 이사할 때마다 버릴지 말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걱정거리이기도 하다.
책을 팔아 공간을 유지하는 책방 운영자들은 고민이 많다. 재고는 날로 늘어가고 공간은 나날이 줄어든다. 안 팔리는 책 위에는 먼지만 쌓여 간다. 천안의 복합문화공간 노마만리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나마 노마만리는 좀 다른 방식으로 공간을 운영한다. 책을 팔기도 하지만 책이 항상 그 자리에 존재하고 책을 통해 사람들이 교류하며 책이 주는 안정감과 유대감을 확인할 수 있는 의미의 책방을 꿈꾼다. 사람에 따라 다른 식으로 보일 수도 있는 이곳은 언뜻 보면 북카페일 수도 있고 특정한 주제의 책들을 볼 수 있는 도서관일 수도 있으며 방 안 가득 책으로 가득 찬 누구의 서재이기도 하다.
공간의 분위기는 그 안의 공기가 만든다. 영화 관련 낡은 책이 가득한 노마만리는 책을 가까이에 두었을 때 느낄 수 있는 그 분위기를 추구한다. 다른 말로 책의 향기를 팔기 위해 고민한다. 문화는 공기와 같아서 책 향기 가득한 공간과 그 공간이 만들어 내는 문화를 이곳에서 즐길 수 있다. 3층에 영화 전문 도서관인 김종원영화도서관을 비롯해 2층에 작은 전시 공간을 갖춘 노마만리에서는 카페와 도서관의 경계가 없다. 누구나 책을 가져와 읽을 수 있으며 도서관의 책들도 꺼내 볼 수 있다. 수시로 열리는 영화 관련 북토크는 올해 4번이나 열렸다. 전시 공간에는 3개월 단위로 정기 도서 전시회가 개최된다. 최초의 한국영화사 저서인 ‘노만의 한국영화사’ 발간 60주년 기념 전시가 끝난 지금은 분단문학 연구의 권위자인 한국체육대학교 유임하 교수의 기증도서 전시가 개최 중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나의 속도에 맞춰 생각을 정리하는 여유를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책과 가까이한다는 것은 책의 물성이 주는 편안함에 녹아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종이의 부드러움, 단정한 활자가 주는 안정감, 활자와 삽화의 배치와 눈을 즐겁게 만드는 장식과 책을 싸고 있는 표지의 화려함 혹은 견고함과 같은 미적 요소들이 바로 그 요체이다. 잘 만들어진 책은 공예품과도 같아서 좋은 인테리어 소품이기도 하다. 노마만리는 오늘도 책으로 가득 찬 공간에서 책의 향기로 가득 찬 시간을 만들고 그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한다.
천안/한상언 노마만리 대표·영화사연구자
노마만리
충청남도 천안시 서북구 직산읍 마정리 312-1
https://brunch.co.kr/@sangeon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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