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문화] 맛이 조화롭게 느껴졌어요
음악도 소리 어우러져 작품 돼
좋은 연주 위해선 밸런스 중요
지휘자, 조화로운 음악에 고민
넷플릭스 작품 ‘흑백요리사’가 마침내 우승자를 배출하고 마무리되었다. 전국의 이름난 셰프들과 재야의 고수들이 모여 요리 대결을 펼치는 콘셉트였고, 거기에 백종원 대표와 안성재 셰프가 이들을 평가할 심사위원으로 등장해 더 화제가 된 프로그램이었다.

요리도 그렇지만, 좋은 연주가 되기 위해선 밸런스가 가장 중요하다. 이게 좋은 연주를 나누는 기준이다. 안 셰프가 말한 것처럼 음식에서 다양한 맛이 조화롭게 느껴지듯이, 음악에선 모든 소리가 조화롭게 들리는 경지다. 악기별 모든 소리가 골고루 귀에 들어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음식에서 적당한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그리고 거기에 적절한 향까지 모두 어울려야 하는 것과 비슷하다. 어느 한 가지 맛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맛이 고루 역할을 한다.
음악도 그렇다. 가장 유명한 오케스트라 작품 중 하나인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을 예로 들 수 있다. ‘빠바바 밤’으로 표현되는 서두의 주제로 유명한 작품이다. 베토벤이 표현했듯 ‘운명은 이와 같이 문을 두드린다’를 나타내는 주제다. 여기서도 음식처럼 ‘조화’라는 게 무엇인지 찾아볼 수 있는데, 곡이 시작하고 ‘빠바바 밤’의 주제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는지 떠올려 보면 알 수 있다. 사실 이 첫 주제는 한 가지 악기가 아니라, 여러 개의 악기로 연주된다. 바이올린 같은 고음의 악기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을 때, 첼로를 포함한 저음 악기들 역시 동시에 운명의 주제를 연주하고 있는 것이다. 이 순간 고음역의 악기들과 저음역의 악기들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이게 균형이다. 음식에서도 음악에서도 그렇게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바로 밸런스다.
이처럼 ‘운명 교향곡’이 제대로 맛을 내기 위해선 반드시 저음 악기들이 동시에 들려야 한다. 우리의 귀에는 바이올린 소리가 더 익숙하게 들리겠지만, 사실은 첼로 같은 저음 악기들이 운명의 주제 전체를 짓누르며 긴장감을 유지해 주는 역할을 한다. 무게추가 되어, 주제를 너무 가볍지 않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베토벤 말대로 운명은 이와 같이 엄숙하게 찾아오기 때문이다. 사실 저음역의 악기들은 고음역의 악기들보다 상대적으로 잘 들리지 않기 때문에, 더욱 섬세한 접근이 필요한 대목이기도 하다. 음식으로 비유한다면 한 가지 맛만 돋보이는 게 아니라, 다른 맛을 섬세하게 조절해 입안을 조화롭게 만드는 것이다.
주어진 재료를 가지고 얼마나 좋은 의도를 가지고 다양한 맛을 끌어낼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것이 셰프고, 음악에서는 그 역할을 지휘자가 한다. 어떤 경지에 이른 셰프들을 ‘명장’이라고 부르듯이, 뛰어난 실력을 갖춘 지휘자를 가리켜 ‘마에스트로’라고 부른다. 마에스트로는 뚜렷한 의도를 가지고, 소리들을 어떻게 조화롭게 관객들에게 들려줄지 늘 고민하는 존재다.
허명현 음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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