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세수오차 반복, 국회가 크로스체크하라[동아시론/박기백]
정부 신뢰 추락-지출 축소 등 경제에 충격파
세수 예측 방식 공개해 불신 해소할 필요성
국회와 함께 추계작업, 6개월후 중간점검을
나라 살림에 사용할 세금 수입(세수)에 대한 정부의 예측이 4년 연속 크게 틀리고 있다. 정부는 올해 세수가 원래 예산보다 약 30조 원이 적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2023년도에는 예측보다 실제 세수가 무려 56조 원 이상 적었다. 반면 2021년과 2022년에는 세수가 예상보다 각각 21.7%, 15.3% 더 들어왔다.
물론 환율, 유가, 세금 수입과 같은 경제 지표를 전망하는 경우 그 결과가 예측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경제 지표는 아니지만 우리가 흔히 접하는 여론조사도 예측과 실제가 다를 수 있으므로 항상 오차범위를 표시한다. 그러나 세수에 대한 예측이 오차범위를 벗어나서 대규모로, 그리고 연속적으로 틀리면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다.
먼저 정부에 대한 신뢰가 하락한다. 너무 당연하므로 별도의 설명이 필요 없다.
다음으로 잘못된 전망에 기초한 나라 살림은 국민과 국가 경제에 피해를 준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예상보다 세수가 부족하면 정부 부채의 한도를 증가시킨다. 부채 한도를 증가시키는 것에 실패하면 연방정부의 업무가 중단된다. 이 경우에 주식 시장을 비롯한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우리나라도 세수가 대규모로 부족하면 정부가 국채를 발행한다. 이러한 정부 부채의 증가는 이자율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국가의 신인도를 떨어뜨리는 등 다양한 부작용이 있다. 여야 간 정쟁으로 적시에 국채를 발행하지 못하면 경제 전반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는 점은 미국과 다를 바 없다. 세금 수입을 감안해 정부 지출을 축소하기도 한다. 미국처럼 정부의 업무가 중단되지는 않지만 연구개발, 도로나 철도와 같은 사회간접자본, 취약계층 지원 등 다양한 정부의 사업이 축소 또는 연기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해당 사업의 수혜자인 일반 국민이나 기업이 피해를 입게 된다.
불신과 불필요한 정쟁의 문제도 있다. 2021년에는 세금이 61조 원 이상 더 걷혔는데, 부동산 관련 증세로 세수가 증가한다는 점을 숨기기 위해 세수를 적게 예상했다는 의혹이 있었다. 반면 현 정부는 감세의 문제점이 없다는 점을 보이기 위해 세수를 많게 예상한다는 주장도 있다. 대규모 오차가 발생하면 세수 예측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에 대한 야당의 공세가 강화된다. 그리고 이러한 공세 또는 질타의 밑바탕에는 기재부가 정권의 의도를 따른다는 불신이 있다. 사실이 아니라면 생산적인 문제에 사용해야 할 국회와 정부의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는 것이다.
따라서 세수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고, 신뢰를 회복할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정확도를 높이는 작업은 과학의 영역에 속한다. 즉, 일기예보의 정확성을 높이려면 성능이 좋은 컴퓨터, 일기예보 모형의 개선, 인력의 숙련도 등이 필요하다.
시급히 해결해야 할 일은 세수 예측의 신뢰도를 회복하는 것이다. 예측 오류가 의도적이라는 의심이 지속되는 이유는 정부가 어떤 방법으로 세수를 예측하는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장 단순한 신뢰 회복 방안은 정부가 해당 방법을 공개하는 것이다. 만약 이런저런 이유로 정부가 해당 방법을 공개하지 않는다면 신뢰 회복을 위해 국회가 나서야 한다. 국회가 정부를 질타하는 것에만 머무르면, 그리고 그 결과가 대규모 세수 오차로 나타나면 서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공범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회가 국회(국회예산정책처)에만 세수 예측 방법을 공개하도록 하거나 국회와 함께 예측 작업을 하도록 정부에 요구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예산 편성 이후 6개월 정도 지난 시점에도 함께 예측한 세수 전망치를 제출하도록 해야 한다. 시험도 중간고사로 수업 성취도를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듯이 세수 예측도 중간 점검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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