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한국 문학의 기념비적 쾌거
소설가 한강이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10일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한강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2000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후 한국인으로선 두번째 받은 노벨상이자, 첫 노벨문학상이다. 한국의 특수한 역사적·사회적 비극을 정면으로 응시하면서 인간의 아픔을 문학 언어로 승화시켜온 작가의 고투가 세계인의 보편적 공감을 끌어낸 성취로 평가된다. 작가 개인의 영광을 넘어 한국 문학 쾌거라고 할만하다.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의 수상을 발표하면서 “역사의 트라우마에 맞서는 동시에 인간 생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시적인 산문”을 선정 이유로 들었다. 한강이 9년 간 고통스럽게 광주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와 4·3항쟁이 배경인 <작별하지 않는다>가 수상의 큰 부분으로 보인다. 죽음·폭력 등 역사속 인간의 문제를 시적 문체로 풀어낸 그의 작품세계가 단순히 한국 사회만이 아닌 인류의 문제로 보편성을 획득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 세계가 불온한 전쟁의 시대로 끌려가는 오늘 그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주는 울림은 그래서 크다. 역사가 인간에게 올 때 일어나는 온갖 어리석음과 병적 ‘비극’들에 대한 경고라 할 것이다.
한강은 13살 때 아버지 한승원 작가가 보여준 5·18 광주항쟁 사진첩 속 희생자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아 인간의 폭력성에 대한 깊은 물음을 품게 됐다고 했다. 2009년 1월 용산 참사를 보면서 “저건 광주잖아”라고 중얼거린 그는 반복되는 사회적 아픔과 보편적 인간성 문제에 깊이 천착해 왔다. 2016년 한국인 최초로 부커상을 수상한 소설 <채식주의자> 역시 인간의 폭력성이라는 주제를 다룬다. 1993년 ‘문학과 사회’에 시로 등단한 시인의 섬세한 내면의 감수성과 언어도 한강 문학의 힘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한림원은 “시적이고 실험적인 문체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됐다”고 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문화의 정수라할 문학에서 이뤄낸 최고의 성취여서 더욱 값지고 기념비적이다. 영화·드라마·K팝·한식 등 한국 문화가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도 무관치 않을 것이다. 한강은 지난해 메디치문학상 수상 후 “9년에 걸쳐 쓴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가 하나의 짝인 셈인데, 너무 추웠다. 겨울에서 이젠 봄으로 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머물지 않는 그의 작품이 더 큰 성취가 있길 기대한다. 한강의 노벨상 수상을 축하하면서 동시에 한국 문학의 융성과 활약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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