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인사이트]네트워크 활용 잘 못하는 여직원, 자존감 북돋워줘야
그런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여성은 남성에 비해 이런 인적 네트워크로부터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심지어 여성이 남성과 동일한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을지라도 남성과 달리 그로부터 경쟁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한다. 왜 그럴까?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경영대학원 등의 연구진은 남성과 여성에 대한 사회적 고정관념에서 그 답을 찾았다.
남성에 대해서는 주로 진취적이고, 경쟁적이고, 독립적이고, 이해타산적이라는 사회적 고정관념이 있는 반면 여성은 주로 수동적이고, 이해심 많으며, 상호 의존적이고, 따뜻하고, 배려심이 많다는 사회적 고정관념이 있다. 네트워크의 강점을 살리려면 남성의 사회적 고정관념과 연계된 행동 양식을 실천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이런 이유에서 여성은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고 할지라도 이를 행동에 옮기기를 부담스럽게 느낄 가능성이 크다. 이런 행동 양식이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과 불일치하기 때문이다.
고정관념 위협이란 자신이 속한 사회적 집단, 예컨대 여성이나 인종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으로 인해서 심리적인 부담을 받고, 그 부담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성과를 내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 현상에 비춰 보면 여성은 네트워크를 쌓고도 고정관념 위협으로 인해 심리적 부담을 느껴 이를 활용해 경쟁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연구진은 한 영국 대학의 MBA 학생 320여 명을 대상으로 수업 내 성과를 두 번의 설문 조사를 통해 파악했다. 그 결과 네트워크를 가진 여성의 경우 네트워크를 가진 남성에 비해 평균적으로 20%가량 낮은 시험 성적을 기록했음을 발견했다. 또 연구진의 다른 실험 결과 네트워크를 가진 여성들은 같은 네트워크를 가진 남성보다 더 높은 불안 지수를 나타냈고 인적 자원 관리와 관련해 조언하는 과제에서 성과가 더 낮았다. 즉 여성은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정관념 위협 때문에 심리적 부담을 느끼고 이로 인해 과제에 집중하지 못해 더 낮은 성과를 보였다.
이처럼 남성과 여성이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방식의 차이로 인해 벌어지는 남녀 격차는 회사가 굉장히 다루기 어려운 문제다. 네트워킹은 직원들의 사적인 영역으로 회사가 나서서 간섭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남녀 차이의 근본 원인 중 하나가 고정관념 위협이라는 사실은 여성이 더 좋은 형태의 네트워크를 가지도록 회사가 지원하는 방식에 한계가 있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예컨대 여성의 네트워킹을 도와주기 위해서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하거나 여성이 다양한 네트워크를 쌓도록 도와주는 이벤트는 문제 해결에 별 도움이 안 될 수 있다. 아무리 질 좋은 네트워크를 쌓은 여성일지라도 고정관념 위협 탓에 네트워크를 활용해 경쟁력을 발휘하는 행위를 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앞선 예시에서 여성은 생산 라인과 마케팅 직원들 사이에서 정보를 중계하고 고객의 우선순위를 중재하는 주도적인 역할 행동을 하는 데 심리적 부담을 느낄 가능성이 크다.
여성들이 고정관념 위협에서 벗어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회심리학 연구들은 여성들 스스로 본인이 괜찮은 사람인지를 자기 확인(self-affirmation)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여성들이 스스로의 가치를 확신하고 되뇔수록 자신을 옥죄는 부정적인 사회적 고정 관념으로부터 벗어나 주도적인 역할을 하도록 동기 부여가 되기 때문이다. 기업의 경우 여성 직원을 대상으로 자존감을 높이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 이를 통해 여성은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데 필요한 자기 확신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동아비즈니스리뷰(DBR) 401호(9월 2호) “남녀 네트워크 효과 차이? 여성 자존감 높여줘야” 원고를 요약한 것입니다.
이용훈 텍사스 A&M대 경영대학 교수
정리=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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