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 ‘한강’의 기적…문단·출판 “특수 기대”

정원식 기자 2024. 10. 10.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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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에디션 고민해야”
“큰 경사이자 빅 이벤트”
문학, 시장에 활기 넣을 듯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한국 문학계와 문학출판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작가의 주요 중단편과 시집을 출간한 문학과지성사 이근혜 주간은 “해마다 기대를 걸었지만 올해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뉴스 속보를 보고 탄성을 질렀다”면서 “아직도 놀라움과 기쁨이 아직 가시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주간은 “2020년 한강 작가의 유일한 시집인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특별 에디션을 만든 적이 있는데 새로운 에디션을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분단과 전쟁, 독재와 민주화 과정에서 발생한 한국 사회의 역사적 상처들을 보편적인 문학의 언어로 형상화한 것이 세계 문학계에서 인정받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문학평론가인 이광호 문학과지성사 대표는 “문학의 변방이었던 한국 문학이 서구의 중심부에서 변방의 문학이 아닌 것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가 있다”면서 “한강 작가가 여성의 언어로 역사적 트라우마를 드러내는 방식이 세계적인 보편성을 획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고영직 문학평론가는 “한국 문학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 대단히 기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강 작가는 4·3항쟁과 5·18민주화운동 등 역사적 트라우마를 작가의 넓은 시각으로 다뤘다”면서 “특히 <소년이 온다>는 아우슈비츠 수용소 체험을 문학적으로 승화시킨 프리모 레비(1919~1987)가 재림해서 쓴 것 같은 작품으로, 해외 독자들에게 한국만의 특수한 경험이 호소력을 발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학평론가인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한강 작가는 한국 사회의 역사적·사회적 문제를 정면으로 응시하면서 이를 시적인 언어로 풀어냈다”면서 “이미 맨부커상과 메디치상을 받은 터라 노벨 문학상을 받은 것은 어쩌면 예상된 것”이라고 말했다.

출판계는 당분간 ‘한강 특수’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으로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된 직후에는 해당 작가의 작품 판매가 폭증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의 경우 수상자 발표 직후 하루 만에 일 년 동안 팔린 것보다 10배 이상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한 작가의 경우 2016년 <채식주의자>로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았을 당시에는 수상 직후 4시간 만에 2000부를 돌파한 바 있다.

문학 출판시장에서는 한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이 침체됐던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출판사 은행나무 주연선 대표는 “한국 문학의 큰 경사이자 빅이벤트”라면서 “한국 문학의 위상이 한 단계 높아질 뿐만 아니라 한국 문학 붐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 문학 출판시장은 가을을 맞아 김애란 작가의 <이중 하나는 거짓말>, 정유정 작가의 <영원한 천국>, 김금희 작가의 <대온실 수리 보고서> 등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주요 작가들의 작품이 한꺼번에 출간됐다. 여기에 한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이라는 호재가 겹치면서 당분간 문학이 출판시장의 분위기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작가의 수상을 계기로 한국 작가들에 대한 외국 출판사들의 관심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비롯해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 등 한국 주요 작가들 작품의 해외번역판권을 판매한 경험이 있는 이구용 KL매니지먼트 대표는 “당장 다음주가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인데 해외 출판사들이 한국 작가들의 작품에 큰 관심을 보일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채식주의자>가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은 것이 한국 소설의 해외 수출에 커다란 전환점이 됐는데 이번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더욱 가속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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