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의장 "한미 '전작권 전환' 정상 추진"…北, 'GP 파괴' 부실검증 논란
與野, 유튜브 중계 두고 설전 벌이는 해프닝도…합참에 '육사 편중' 지적엔 다같이 박수
김명수 합동참모본부 의장(대장)이 한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은 정상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야당 의원들은 우리나라 군사력이 세계 5위 수준으로 평가 받고 있지만 여전히 전작권을 미군에 맡기고 있는 현실을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김 의장은 10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합참에 대한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관련 질의에 "전작권 전환은 점진적으로 발전하고 성과를 내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작권은 한반도에서 전쟁 등이 발생하면 군의 작전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이다. 현재 한미 연합방위 체제에선 평시작전통제권은 우리나라 합참의장, 전작권은 주한미군사령관(대장)이 지닌다. 전작권을 전환하면 합참 의장이 전작권을 행사하고 미군 부사령관이 이를 보조한다.
김 의장은 이날 '전작권을 돌려받을 준비가 돼 있느냐' 등의 박범계·박선원·안규백·황희 민주당 의원 질의에 "전작권 전환은 한미가 협의해서 안정적 체계적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라며 "한미동맹 기반을 강화하고 자체 군사력을 강화시켜 한미 양국이 협의한 조건에 따라 평가해 나가면서 전환 시점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작권 전환은 정상 추진되고 있다"며 "(전시에) 저희들이 임무를 안 하는 게 아니라 저희가 주권적 행위를 하면 연합사(한미연합군사령부)가 작전을 실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매년 한미군사위원회회의(MCM)과 한미안보협의회의(SCM) 등을 통해 전작권 전환 기준을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작권 전환의 3가지 조건은 △군사적 능력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능력 △안정적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와 역내 안보환경 등이다.
야당 의원들은 "세계 5위의 국방력을 자랑하는 나라가 전작권 없이 산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이 문제는 군사 영역에서 다룰 문제가 아니라 정치 영역에서 정치인이 외교로 풀어야 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김 의장은 북한의 쓰레기풍선과 관련해선 "(쓰레기풍선) 1개당 10만원 정도로 추정하고 (현재까지) 6200여개를 날려 6억2000만원(북한돈 62억원) 정도로 본다"며 "이 돈이면 평양에 들어와 있는 자강도 (수해) 난민들 1만3000여명이 6~7개월 간 먹을 수 있는 돈"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5월28일부터 지난 8일까지 모두 26차례에 걸쳐 쓰레기·오물풍선을 총 6200여개를 날려 보냈다. 풍선 내용물은 1·2차 부양 땐 변·퇴비와 담배꽁초 등 오물을 포함했으나 이후 폐비닐, 종이, 페트병 조각 등 쓰레기 위주로 변화했다는 게 합참의 설명이다.
김 의장은 남북 간 연결된 '경의선 철도·도로' 등을 제거하는 북한군의 움직임을 실시간 파악하고 있는 사진도 공개했다. 공개된 사진에는 지난 8월 경의선 열차보관소 해체를 비롯해 경의선 철도 레일·도로 철거, 동해선 철도 레일·도로 제거 등의 모습이 담겼다. 북한군이 지난해 11월 경의선 도로 인근에 나뭇잎처럼 생긴 지뢰를 살포하는 모습도 담겼다.
김 의장은 "동해선과 경의선 차단은 지난해 12월부터 김정은 지시에 따라 지뢰를 매설하고 침목과 레일을 제거했다"며 "화살머리 고지에선 지난 4월부터 불모지 작업, 지뢰 매설 등을 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남북 연결 통로가 경의선, 동해선, 화살머리 고지, 공동경비구역(JSA) 판문점 등 4곳에 있다고 밝혔다. 남북 연결 도로 차단 작업은 지난 8월 이미 마무리됐다는 게 합참의 설명이다. 김 의장은 최근 북한이 MDL 일대에 남북 연결 도로와 철길을 완전히 단절하는 '방어 구조물'을 설치하는 움직임은 북한 군과 주민 탈출 방지용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국민의힘은 9·19 남북 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 불능화 검증이 부실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흠집 내기라고 맞섰다. 김 의장은 관련 사안이 "감사원 감사 중이라 자세한 답변은 어렵다"고 했다.
4성 장군 출신인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여당의 관련 주장에 대해 "트집 잡기"라고 규정했다. 이어 "화력교범 기준에 따르면 피해율 30%면 파괴라고 한다"며 "(당시 북측 GP는) 충분히 파괴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은 "GP 파괴 검증에 참여한 사람 중 문제를 제기한 사람이 있다"며 "사전 교육시 북한 지하시설이 파기됐는지 꼭 확인하라는 지시를 받았는 데 따로 검증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8일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GP 검증단 요원의 제보에 따르면 당시 국방부는 모든 화기·장비·병력 철수와 지하 시설물 매몰·파괴 상태 등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면서 "하지만 실제로 검증단은 북한의 GP 총안구와 지하시설 파괴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했다.
이날 국감에선 장성 출신 여야 의원들이 '국정감사 생중계' 여부를 두고 설전을 벌이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민주당은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지 않았다며 국회 직원을 질타했고 국민의힘이 과하다는 지적을 하면서 고성이 오갔다.
김병주 의원은 이날 오후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국방위가 합참 (국감을) 하는데 국회방송이 유튜브 중계를 왜 안 하느냐"며 "내가 한 달 전에 행정실장한테 사전 협조하라고 했는데 행정실장 뭐하는 거냐"고 질타했다.
김 의원은 "생중계를 안 하니깐 국민 알 권리 보장이 안 되고 있다"며 "정 안 되면 (국방부 산하) 국방홍보원하고 협조해서 (중계를) 하든가 해야지 이건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소속 성일종 국방위원장이 "많은 상임위원회 국감장에서 중계를 하고 있으니깐 인력이 안 될 것"이라며 "그 부분은 내일부터라도 협조하도록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행정실장이 국회방송에) 요청을 안 했으니깐 그러는 거죠"라며 "업무를 제대로 못 했으면 기합을 받아야죠"라고 했다. 3성 장군 출신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은 "방송 하느냐 마느냐 결정권자가 행정실장이 아니지 않느냐"며 "왜 행정실장 기합을 주느냐"고 했다.
김 의원과 한 의원이 설전을 주고 받았고 성 위원장은 "국정감사에서 실무자까지 거론 하시느냐. 뭐라고 하실거면 차라리 저한테 뭐라고 하시죠"라고 중재하면서 사태가 일단락됐다.
김 의원은 이날 김명수 의장과도 설전을 벌였다. 김 의원은 지난해 10월 북한 주민 4명이 목선을 타고 귀순한 사건을 거론하며 "경계작전 실패이자 제2의 노크귀순"이라고 주장했다.
노크귀순은 2012년 10월 북한군 병사가 군 초소 문을 두드려 귀순 의사를 표명한 사건이다. 군 최전방 소초 경계선이 뚫린 사건이어서 당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공식 사과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목선 귀순은) 완전한 경계작전 실패인데 관련 인원은 포상받고 당시 해군 작전사령관이었던 의장님도 (그 공로로) 승진한 것"이라며 "정말로 국민을 속이는 행위로 이거는 진짜로 감사원 조사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김 의장은 관련 주장에 대해 "작전 구역은 워낙 광범위하고 레이더 공백이 있기 때문에 감시 공백이 생긴다"면서도 "감시 장비에 들어온 것을 (장병의) 태만에 의해 행동하지 않는다면 실패지만 해당 작전은 경계태세를 올려 성공적으로 작전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김승겸) 전 의장님께서 관련 보고를 받고 최종적으로 '작전 성공'으로 판단하신 것"이라며 "이것을 다시 경계작전 실패라고 하시고 제가 작전을 실패했는데도 진급했다고 하시는 건 제 어떤 자존심의 문제"라고 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의장님"을 여러 차례 부르며 호통을 쳤다. 한기호 의원이 "조용히 하시라"며 "난장판인데 (위원장이) 정청래 법사위원장처럼 말 안 들으면 (김병주 의원을) 내보내야 한다"고 했다. 성 위원장이 여야 중재를 하면서 오후 질의가 이어졌다.
이날 국감에선 여야가 모처럼 서로를 칭찬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강선영 국민의힘 의원은 "장교 임관 비율은 육군사관학교가 6%인데 중·대령 진급은 육사가 59%"라며 "장교에 임관하는 사람들은 장군을 꿈꾸는 데 실제 이런 임관비율과 중·대령 진급비율을 보면서 장교들이 꿈을 접는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비(非) 육사 출신도 만약 소·중령 때 합참에 근무해 보면 경험을 통해 자질이 우수해질 수 있지 않겠냐"며 "합참 각 본부별로 육사 출신 비율을 줄여 일반 출신을 기용 늘리고 주요 보직을 2회 이상 연속해 보직하지 않게 제한하거나 관련 내규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김 의장은 "많은 부분 동감한다"며 "합참은 누구나 근무하고 와서 능력을 보여주면 진급하도록 새로운 기회의 장이 돼야 한다"고 했다. 또 "출신이 아니라 능력 중심으로 국가에 충성하고 군을 이끌어가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강 의원이 관련 질의를 끝내자 박선원·김병주·추미애 민주당 의원 등이 박수를 치기도 했다. 김병주 의원은 "잘했어"라고 말했고 국민의힘 소속 성일종 국방위원장은 "야당 의원들이 박수치신 것은 야당이 공감한다는 것"이라며 "관련 사안을 잘 추진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국감에선 국민의힘 소속 의원 5명은 모두 국감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민주당에선 허영·추미애·박범계·안규백·박선원 의원 등이 끝까지 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지난 8일 국방부 국감 때와 마찬가지로 오전 질의만 진행하고 곧바로 자리를 떴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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