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칭더 “중국, 대만 대표할 권리 없다”
상호불예속론 재차 강조
‘조국’ 표현도 사용 안 해
라이칭더 대만 총통(사진)이 10일 대만 건국기념일(쌍십절) 기념행사에서 “중국은 대만을 대표할 권리가 없다”며 중국·대만 상호 불예속론을 재차 강조했다.
라이 총통은 이날 타이베이 총통부 앞에서 열린 113주년 국경대회 기념사에서 “지금 중화민국(대만)은 이미 타이·펑·진·마(대만 본섬과 펑후, 진먼, 마쭈)에 뿌리내렸고, 중화인민공화국(중국)과 서로 예속되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라이 총통은 “총통으로서 나의 사명은 국가 생존·발전을 수호하고 2300만 대만 인민을 단결시키는 것이고, 또한 국가 주권의 침범·병탄을 용납하지 않는 것”이라며 “대만 인민의 삶을 돌보고, 국방을 강화하고 민주국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함께 억지력을 발휘, 힘에 의지해 평화를 확보하는 것 역시 나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모두는 우리 자신의 국가를 중화민국, 대만, 중화민국 대만 등 무엇이라 부르든 공동의 신념을 갖고 있다”면서 “국가 주권을 지키려는 결심에 변함이 없고, 대만해협 평화·안정·현상 유지 노력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라이 총통은 이어 “양안(중국과 대만)의 대등·존엄과 건강하고 질서 있는 대화·교류를 희망한다는 약속에는 변함이 없고, 대대로 민주·자유 생활 방식을 수호하겠다는 것에도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라이 총통은 “대만은 대만해협의 평화·안정 수호에 힘쓰고 세계 안보·번영을 달성할 결심이 있고, 중국과 함께 기후변화 대응과 전염병 예방, 지역 안보 수호, 평화·공동 번영 추구로 양안 인민에게 행복을 가져다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국방, 민생, 재난 예방, 민주주의 등 4대 분야에서 국가의 전반적 회복력을 향상해야 한다”며 “대만 사회가 준비될수록 국가는 더 안전해지고, 대만해협도 더 평화롭고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 언론 자유시보는 라이 총통이 이날 연설에서 ‘중화민국’을 8번, ‘대만’을 44번, ‘중화민국 대만’을 2번 언급했다고 전했다. 차이잉원 전 총통이 재임 8년 동안 건국기념일 연설에서 ‘중화민국’을 가장 많이 언급한 횟수는 2019년과 2021년 각각 6차례다.
대만은 신해혁명의 기점이 된 1911년 10월10일 우창봉기 발생일을 건국기념일로 삼아 기념한다. 쑨원이 중심이 돼 일어난 신해혁명은 청조를 무너뜨리고 이듬해 중국사 최초의 공화제 정부인 중화민국 건국으로 이어졌다. 장제스 국민당 정부는 1949년 국·공 내전에서 패해 대만으로 옮겨 온 뒤에도 이날을 ‘중화민국 건국 국경일’로 삼았고 올해로 113주년을 맞았다.
대만 국경절을 앞두고 라이 총통의 발언 수위가 관심을 모았다. 그는 지난 5월 취임사에서 ‘대만 독립’이 아닌 ‘대만해협 현상 유지’를 앞세웠지만, 중국은 그가 대만과 중국의 상호 불예속 등 ‘양국론’을 내세웠다고 비난하면서 사실상의 ‘대만 포위’ 군사훈련으로 압박 수위를 높였다. 그는 지난 5일 타이베이 아레나에서 열린 건국기념일 관련 행사에서 “중화민국은 113세이지만, 중화인민공화국은 75세에 불과하다”며 “중국은 대만의 조국이 아니다”라고 했다.
중국의 대만 담당 기구인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은 지난 9일 이 발언을 문제 삼아 주펑롄 대변인 명의 성명을 내고 “낡은 술을 새 부대에 담는 괴담”이라고 반발했다. 라이 총통은 이날 연설에서는 ‘조국’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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