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세상]드론은 사랑을 모른다
팔레스타인 학살이 1년 넘게 지속되며 4만명 넘는 희생자를 낳고 있다. 사망자의 3분의 2가 여성과 어린이다. 사회, 정치, 경제적 실체로서 팔레스타인인이라는 존재가 갈가리 해체되고 사라지는 정치적 학살이 지속되고 있다.
<팔레스타인 실험실>의 저자 엔터니 로엔스틴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실험실’로 이용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팔레스타인인을 대상으로 첨단무기와 사이버기술을 이용한 통제와 분리를 실험하고, 이 점령기술을 세계에 수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베냐민 네타냐후가 장기집권 중인 이스라엘은 세계 10대 무기수출국으로, 이스라엘의 사업가들은 세계적인 무기상이다. 이스라엘의 사이버 감시기업 NSO는 ‘페가수스’라는 시민감시 스파이웨어를 개발해 전 세계에 판매하고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대외 문제와 안보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든 언론매체와 출판물이 이스라엘 방위군 수석 군사검열관의 규제를 받는다. 방송 채널에서는 어린이들이 가자에서 ‘전부 다 죽일 거야’라는 노래를 부르고, 소셜미디어에서는 여자들이 노출이 심한 위장복을 입고 전쟁무기를 홍보한다. 군대에서는 팔레스타인인을 향한 공격이 ‘아마존에서 책을 주문하고 피자집에서 피자를 주문하는 일과 비슷’할 것이라고 말한다. 대법원은 소셜미디어 기업들과 은밀한 거래를 통해 온라인 단속기관이 이용자와 협의 없이 게시물을 삭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저명한 역사학자는 ‘팔레스타인이 싫고, 엮이고 싶지 않으니 주변에서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이유로 분리 장벽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방송에서는 군인과 인질들의 가족들만 내보낼 뿐,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누구도 보여주지 않는다.
장벽과 드론, 감청 장비, 스파이 활동으로 인해 팔레스타인인의 일상은 처참히 무너져내렸다. 이스라엘 국내보안기관인 신베트에서는 ‘팔레스타인인이 자기 집 침실에서 어떤 색 속옷을 입고 있는지’까지 알고 있다고 한다. 매순간 생명의 위협 속에 살아가는 팔레스타인인들은 사이버 세계에서조차 이미 지워져버렸다.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틱톡은 이스라엘을 비판하거나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콘텐츠를 차단하고 삭제한다.
이스라엘 경제학자 시르 헤베르는 “무장한 선박이 접근하면 드론 조종사가 경비정에 알려 해군이 출동하게 하지만, 난민보트에 물이 새는 걸 발견하면 그들이 구조해야 할 사람이 죽을 때까지 시간을 끌고 일부러 늑장 출동한다. 난민들이 익사하게 방치하는 게 드론이 해안경비를 하는 진짜 이유”라고 증언했다. 우리는 10년 전 가라앉는 배에 탄 아이들을 구조하지 못한 아픈 기억을 공유하고 있다. 가자에서 죽어가는 아이들을 위해 이 아픈 기억을 다시 떠올려야 할 때가 아닐까?
죄 없는 아이들이 포탄 속에서 10분마다 한 명씩 죽어가고 있다. 스마트폰은 감시당하고, 드론은 사랑을 모른다. 미사일은 민간인과 여성, 아이들을 향해 발포된다. AI는 팔레스타인인을 배제하고, 혐오 메시지를 증폭시킨다. 원격으로 조종되는 전쟁터에서는 폭력과 차별을 사업의 기회로 삼아 즐기는 잔혹한 상인들만이 존재할 뿐이다. 무고한 팔레스타인 민간인과 여성, 아이들이 전쟁무기에 희생양으로 사라지게 더 이상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
최정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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