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에 강제노역, 구타, 성폭력까지…부산 덕성원 인권침해 진실규명 결정
당시 경찰은 “교육상 때린 것”
1950년대 부산에 설립돼 40여년간 운영된 아동보육시설 ‘덕성원’에서 강제노역, 구타·가혹 행위, 성폭력 행위 등이 만연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지난 8일 열린 제88차 위원회에서 이 같은 피해 사실에 대한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덕성원 피해생존자협의회 대표인 안종환씨와 피해자 45명의 진술을 받고 당시 공문 등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제2의 형제복지원’이라고 불리는 덕성원에는 형제복지원에서 보내진 이들이 많았다. 진실화해위 조사 결과, 1977년부터 10년간 덕성원에 입소한 원생 중 57명이 형제복지원 내 부랑인 일시보호소에서 전원됐다. 안씨도 1982년 어머니와 함께 부산역을 방문했다가 경찰의 불법적인 단속으로 형제복지원에 붙잡혀 갔다. 어머니는 여성소대로, 안씨는 아동소대로 분리수용됐다. 나중에 안씨는 혼자 덕성원으로 보내졌다. 안씨는 어머니의 생사를 아직도 알지 못한다고 한다.
덕성원은 원생들을 각종 강제노역에 동원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원생들은 농장, 공사 현장, 원장 가족의 사택 등에 동원됐다. 1974~1986년생인 여자 원생 15명은 “설립자와 원장 가족의 아침 식사와 설거지, 청소를 마치고 덕성원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에서 원생들의 점심식사 준비를 한 후에야 학교에 갈 수 있었다”고 진술했다.
구타 및 가혹행위는 일상적으로 반복됐다. 가해자는 김모 원장과 그의 장남 김모씨 등 임직원과 그의 가족들로 확인됐다. 아무런 이유 없이 초등학생부터 중학생인 남자 원생들을 옥상·도서실로 집합시켜 폭행하거나, 원생들끼리 서로 싸우게 한 후 이를 지켜보기도 했다고 한다. 상습 성추행과 성폭행도 자행됐다.
경찰은 미온적으로 대처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6차례 신고를 접수했음에도 경찰은 원장 측 말만 듣고 복귀했다고 피해자들은 진술했다. 한 퇴소자가 1989년 부산 해운대경찰서에 폭행당한 사실을 적은 진정서를 냈지만, 경찰은 “교육상 때린 것”이라며 내사 종결했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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