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는 “이제 경제 걱정 안 한다”고 했지만…KDI “내수 부진, 경기 개선 제약”
국책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수 부진으로 한국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울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이제 경제를 걱정하지 않는다”는 한덕수 국무총리와는 사뭇 다른 상황 인식이다.
KDI는 10일 발표한 ‘경제동향 10월호’에서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 “우리 경제는 높은 수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7월의 자동차 생산 차질이 완화되었으나, 상대적으로 미약한 내수로 인해 경기 개선이 제약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KDI는 내수에 대해서는 “상품 소비가 미약한 흐름을 지속한 가운데 건설투자 부진이 이어지면서 내수 회복은 지연되는 모습”이라고 봤다. 특히 내수의 중심축인 소비에 대해 “서비스 소비는 숙박·음식점업의 부진이 완화되면서 완만한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으나, 상품 소비는 대부분 품목에서 감소세를 지속하며 부진한 모습”이라며 “고금리 기조로 소매판매의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짚었다.
내수 지표인 투자를 놓고도 KDI는 “설비투자는 운송장비를 중심으로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으나, 고금리 기조가 지속됨에 따라 기계류는 낮은 증가세에 그쳤다”고 했다. 건설투자 전망을 두고는 “건설기성(공사실적을 금액으로 환산한 수치)의 감소세가 지속됐으며 선행지표의 누적된 부진을 감안하면 당분간 건설투자는 부진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또 고용 상황과 관련해 “8월 취업자 수가 전월(17만2000명)보다 낮은 12만3000명의 증가폭을 기록하며 고용 증가세의 둔화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고 짚었다.
이런 KDI의 경제 전망은 정부 진단보다 다소 비관적이다. 앞서 한덕수 총리는 지난달 1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건전한 재정, 국제 수지의 흑자, 인플레이션 안정, 고용의 창출, 이런 정책을 해온 덕에 이제는 (경제를)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8월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한 국정브리핑에서 “우리 경제가 확실하게 살아나고 있고, 앞으로 더 크게 도약할 것”이라고 한 바 있다.
기획재정부는 부진한 내수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정감사에서 “고물가·고금리 완화, 기업실적 개선 등에 힘입어 내수가 점차 나아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상대적으로 회복에 속도가 나지 않는 모습”이라며 “취약부문의 어려움 또한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지난달 1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도 “수출이 플러스로 전환됐기 때문에 위기 상황은 벗어났다”면서도 “내수 확산 속도가 더뎌 정부가 문제의식을 갖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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