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노벨 문학상 수상에 광주시민들 “광주인이라 울컥했다”
소설가 한강이 2024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광주시민들은 소셜미디어에서 특별한 환영 메시지를 내놨다. 작가가 광주 출신이며, 대표작 중 하나인 <소년이 온다>가 1980년 광주민중항쟁을 소재로 했기 때문이다.
10일 소셜미디어 엑스(구 트위터)에 한 광주시민(땅땅미)은 “광주인이라 그런가 이거 보고 좀 울컥했다”며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광주시민(두구두구)은 “상은 한강 작가가 받았는데 내가 이렇게 기쁘고 감격스러울 수가. 같은 여자고 광주 출신이라 그런가”라고 말했다.
광주시민 윤중길씨는 이날 페이스북에 “한강 작가는 <아제아제 바라아제> 등 책을 집필한 장흥이 고향인 한승원 소설가의 딸이고, <채식주의자>와 5·18민중항쟁을 다룬 <소년이 온다>를 집필, 광주 중흥동에서 태어나 효동 초등학교를 다니다 서울로 전학 간 ‘광주의 딸’이다”면서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밝혔다.
광주시민으로 추정되는 한 이용자(할멈)는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을 때도 광주에서 식당들 무료로 음식 나눠주고 그랬었어.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탔는데 당연히 내일 쉬어야지 역사적인 날이야”라고 말했다.
이날 소셜미디어에는 한강 작가와 광주를 함께 언급하며, 작가가 역사적 상처를 보듬어준 데 대한 고마움을 표한 글들이 많이 보였다. 한 엑스 이용자(이링)는 “김대중도 한강도 광주와 함께 노벨상을 탔다고 생각한다. 정말 축하한다. 눈물 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용자(쿄)는 “한국 여성이, 그리고 광주와 제주의 사람들이 누구보다 행복하길 바라는 사람으로서 너무 벅차오르는 소식이다. 한강 작가님 축하드립니다”라고 밝혔다.
이날 수상자를 발표하면서 스웨덴 한림원 측은 “한강은 소설 <소년이 온다>에서 자신이 성장한 곳이며, 1980년 군대가 자행한 학살로 수백 명의 학생과 비무장 민간인이 살해된 광주에서 일어난 역사적 사건을 자신의 정치적 기반으로 삼았다”면서 “역사의 희생자들에게 목소리를 주려고 하는 이 책은 이 사건을 잔혹한 현실로 마주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증언 문학이라는 장르에 접근한다”고 밝혔다.
1980년 5·18항쟁 당시 광주 외곽에서 멱감고 놀다 계엄군의 총격에 숨진 방광범(13세), 전재수(11세)를 비롯해 어린이 청소년들의 희생도 적지 않았다. 10대 초반일 때 망월동 묘역에 묻힌 희생자들의 사진을 본 작가는 이런 소년들의 이야기를 <소년이 온다>에서 문학적으로 재현했다.
한강 작가는 제주4·3, 광주5·18의 아픔을 문학적으로 담아냈을 뿐 아니라, 문학계 인사를 대상으로 한 ‘블랙리스트’ 작성에 대해 비판의 뜻을 밝히는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한 의견 표명에도 적극적이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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