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끌고, 뒤에서 미는…가을 배신남

김은진 기자 2024. 10. 10.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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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PO의 ‘미친 사나이’는 중심 타선에서 살짝 벗어나 있다. KT 타선에서 7~8번으로 나서지만 타율 0.353을 기록 중인 배정대(위)와 LG 2번타자로 나와 타율 0.375를 기록 중인 신민재(아래). 각 구단 제공


준PO 3차전 9회말 투런포 등
가을에도 클러치히터 배정대
WC 0.500·준PO 0.353…
쉬어갈 틈 안주는 7번타자


나가면 뛰고, 뛰면 성공 신민재
역대 준PO 통산 최다도루 타이
타율 0.375…방망이도 살아나
상대 에이스 공략하는 2번타자


배정대(29·KT)는 지난 8일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경기 막판을 뒤흔들었다. KT가 3-6으로 뒤지던 9회말 1사 2루에서 LG 마무리 유영찬을 상대로 2점 홈런을 터뜨렸다. 마무리가 등판했는데 1점 차가 되면서 급격히 긴장감이 감돌았고, LG는 아껴두려던 에르난데스 카드를 결국 꺼내고 말았다. KT는 이 경기를 이기지 못했지만 이강철 감독은 “잘 하고 진 경기”라며 배정대의 홈런이 다음 경기로 미칠 영향들을 강조했다.

배정대는 4차전까지 준플레이오프에서 타율 0.353(17타수 6안타)을 기록 중이다. 매경기 득점을 올리고 있다. 두산과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도 2경기에서 8타수 4안타(0.500)의 활약을 펼쳐 KT를 준플레이오프 진출로 이끌었다.

2020년에 4번이나 끝내기 안타를 쳐 단일시즌 최다 기록을 가질 만큼 배정대는 클러치능력이 있다. 가을야구에 서면 더 빛난다. 지난해에도 NC와 치렀던 플레이오프 5경기에서 0.375(16타수 6안타) 8타점, LG와 한국시리즈 5경기에서는 역시 0.375(16타수 6안타)의 타율에 볼넷 6개를 얻어내면서 KT에서 가장 까다로운 타자로 꼽혔다. LG를 다시 만난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도 같은 모습이다.

배정대는 와일드카드결정전부터 준플레이오프 1차전까지는 8번 타자로, 2차전부터는 7번 타자로 등장하고 있다. 하위타선이라고 쉬어갈 수 없게 만든다.

KT 투수들을 가장 긴장하게 하고 있는 타자는 신민재(28·LG)다.

지난해 초반까지만 해도 전문대주자로 꼽혔던 신민재는 주전 2루수로 올라선 뒤 바로 우승을 경험하면서 이번 가을 더욱 강력해졌다. 이미 3차전까지 도루 4개를 성공해 역대 준플레이오프 통산 최다 도루 타이기록까지 단숨에 올라섰다.

나가면 뛰고 일단 뛰면 성공 확률이 매우 높은 신민재가 더욱 까다로워 보이기 시작한 이유는 타격에 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신민재의 타율은 0.375(16타수 6안타)다. 현재 LG를 꼼짝못하게 하는 KT 투수 고영표가 유일하게 2안타를 내준 타자가 신민재다. 고영표는 1차전 선발로 나와 4이닝 동안 3안타, 4차전 중간계투로 나와 3.1이닝 동안 2안타를 맞았다. 신민재는 두 번 다 고영표로부터 안타를 뽑아냈다.

9번 타자로 출발했다가 시즌 중반부터 2번으로 타순을 옮긴 신민재는 현재 준플레이오프에서도 2번 타자다. 출루율 1위 홍창기 뒤에서 매섭게 치는 신민재는 타점 기회에서 전에 없던 긴장감을 주고 있다.

포스트시즌에서 유독 잘 쳐 ‘가을남자’로 올라선 타자들은 중심타선 그 외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기대 이상의 활약을 단기전에서 임팩트 있게 보여주기에 가을에 미친 사나이로 불리기도 한다. 지금 준플레이오프도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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