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동, ‘암살대원 조작’ 호소하는 유족 앞에서 ‘부역 몰이’

고경태 기자 2024. 10. 10.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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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대원'이라는 경찰 사찰기록을 이유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로부터 진실규명이 보류된 한국전쟁기 민간인 희생자 유족이 국정감사장에 나와 "억울하다"고 호소했지만 김광동 진실화해위 위원장은 "피해자가 가해활동에 있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진실화해위 한 관계자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복잡한 구도를 말하면서 희생자들도 가해자일 수 있는 것처럼 거짓말을 한다. 이들은 10대 초반의 미성년자였고 재판 없이 불법 처형된 게 명백하다"며 "암살대원이라는 이유로 보류가 결정된 뒤 한번도 이들에 대해 더 살핀 적도 없다. 매번 국회에 나와 거짓말만 일삼는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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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위 국정감사
1950년 9월 진도중학교 1학년생으로 경찰에 학살당한 허훈옥(당시 14살)의 동생 허경옥 씨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국정감사에 참석해 진실화해위의 진실규명이 보류된 것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광동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암살대원’이라는 경찰 사찰기록을 이유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로부터 진실규명이 보류된 한국전쟁기 민간인 희생자 유족이 국정감사장에 나와 “억울하다”고 호소했지만 김광동 진실화해위 위원장은 “피해자가 가해활동에 있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은폐된 국가폭력 진실규명의 책임자가 국가폭력 희생자 유족 앞에서 ‘부역 몰이’를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1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 국정감사에 참고인 요청을 받고 출석한 ‘진도 군경에 의한 민간인희생사건’ 희생자 유족 허경옥(87·사건 당시 진도군 의신면 만길리 거주)씨는 한국전쟁 발발 뒤 진도중학교 1학년에 다니던 한살 터울의 형 허훈옥(1936년생)을 잃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1950년 10월, 인민군이 물러가고 경찰이 돌아온 뒤 마을에서 위세를 부리던 허광백(가명)이 논을 달라고 요구했는데도 아버지 허왕이 거부하자 형 허훈옥이 대신 진도군 의신면 창포리 골짜기로 끌려가 경찰에게 총살을 당했다고 한다. 하지만 진실화해위는 지난 3월 이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을 의결하면서 허훈옥을 비롯한 4명에 대해서만 진도경찰서가 작성한 사찰기록 ‘대공’에 ‘암살대원’이라고 적혀 있고 이를 반박할 증거가 없다며 보류했다.

1950년 9월 진도중학교 1학년생으로 경찰에 학살당한 허훈옥(당시 14살)의 동생 허경옥 씨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국정감사에 참석해 진실화해위의 진실규명이 보류된 것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이날 국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허경옥씨는 “14살로 진도중학교 1학년이었던 형이 너무 억울하게 죽었다. 당시 마을에서 함께 희생된 김대환도 13살이었다. 1950년에 죽여놓고 1969년 기록에 암살대원으로 조작했다. 경찰기록에는 나이도 19살로 올려져 있다. 암살대원이라면 누구를 어떻게 죽였는지 내용이 있어야 하는데 ‘암살대원’ 네 글자 뿐이라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또한 “저같이 억울한 분들이 전국에 많다. 이들이 (진실규명) 신청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기를 의원님들께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앞서 김광동 위원장에게 “누구든지 어떤 경우라도 전시에 민간인이 적법한 재판 절차 없이 즉결처형당한다면 국가폭력에 의한 피해가 맞냐”고 물었고, 김 위원장은 “적법절차가 없었다면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허경옥씨의 증언이 끝나자마자 “일방적 진술일 수 있다”며 “피해자가 가해 활동에 있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그 근거로 “당시 진도군 의신면 만길리에서는 좌우익 양쪽에 의한 희생이 있었다. 어린아이에 의한 희생도 있었다”며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 구분하기 어려워 (진실규명을 보류해) 추가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거리가 있다. 인민군 점령기 때 진도 각지에서 적대세력(지방좌익 등)에 의한 희생 사건이 발생했고, 수복 이후 보복 차원의 희생이 이어진 건 사실이다. 이에 따라 진실화해위는 진도 만길리에서 벌어진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 사건도 현장 조사해 진실 규명한 바 있다. 그렇다면 조사 과정에서 적대세력 희생자들이 가해자를 지칭했을 텐데, 진실규명 보류된 4명은 그 가해자 명단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광동 위원장은 이런 사실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대신 “피해자가 가해자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부역 추정’을 한 것이다.

진실화해위 한 관계자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복잡한 구도를 말하면서 희생자들도 가해자일 수 있는 것처럼 거짓말을 한다. 이들은 10대 초반의 미성년자였고 재판 없이 불법 처형된 게 명백하다”며 “암살대원이라는 이유로 보류가 결정된 뒤 한번도 이들에 대해 더 살핀 적도 없다. 매번 국회에 나와 거짓말만 일삼는다”고 꼬집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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