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받던 나라가 진짜 많이 컸다”…유엔 3대 이사회 모두 한자리씩 맡은 한국

안보리·경제사회이사회 이어
인권위원회 이사국으로 선임
내년부터 2027년까지 임기

유엔인권이사국 선거 투표하는 황준국 유엔대사 2024.10.10 [사진 = 주유엔 한국대표부]

한국이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으로 당선됐다. 이로써 한국은 내년에 유엔의 핵심 이사회에서 일제히 이사국 자격으로 활동하게 됐다. 한국이 유엔 3대 이사회에서 동시에 이사국이 된 것은 2014년 이후 10년 만이다.

세계 각국이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역할을 중요하게 간주하고 있다는 뜻이자 정부의 물밑 외교 성과로도 풀이된다.

9일(현지시간) 유엔은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총회에서 인권이사회 선거를 실시하고 한국을 3년(2025∼2027년) 임기의 이사국으로 선출했다. 한국은 2006년 유엔 인권이사회 초대 이사국으로 당선된 이래 6번째로 이사국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날 선거에서 한국이 속한 아시아태평양 그룹에는 6개 국가가 5개 이사국 자리를 두고 경쟁했다. 한국, 키프로스, 마셜제도,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태국 등 6개국이 신임 이사국에 지원했고 사우디아라비아가 낙선했다. 한국은 190개국 중 161개국의 지지를 얻어 4위로 당선됐다.

유엔인권이사회는 아·태 13개국, 아프리카 13개국, 중남미 8개국, 서유럽 7개국, 동유럽 6개국 등 47개 이사국으로 구성된다. 이사국은 193개 유엔 회원국의 무기명 투표로 매년 3분의 1씩 교체된다. 유엔 총회에서 회원국 절대 과반(97표) 이상 득표국 가운데 다수 득표국 순으로 이사국으로 선출되며 임기는 3년, 연임은 2회까지만 가능하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국제사회의 인권, 기본적 자유의 증진에 관한 이슈, 인권 침해 사안에 대해 협의하고 필요한 권고를 시행하는 기관이다. 이사회는 국가별 정례인권검토(UPR), 국별·주제별 특별절차, 인권 침해에 대한 진정 제도 등을 운영한다. 특별절차는 독립적인 전문가를 특별 조사관으로 임명해 일정 기간 집중적인 연구를 실시하고 권고를 제시하는 제도다.

이로써 한국은 내년에 유엔의 주요 3대 기구에서 이사국 지위로 활동하게 됐다.

유엔은 평화·안보, 개발, 인권이라는 핵심 3대 목표에 각각 대응하는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순서대로 유엔 안전보장위원회(안보리), 경제사회이사회, 인권위원회다. 한국은 지난해 6월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으로 선출됐다. 경제사회이사회에는 2022년 6월에 당선됐다. 두 이사회에서의 이사국 임기가 내년까지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국제사회에서 우리 외교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물론 유엔 위원회 이사국은 주기적으로 바뀌지만 3대 주요 위원회에서 모두 활동하도록 시기를 맞췄다는 게 외교 역량”이라고 말했다.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목소리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차 위원은 “지금의 정세는 안보와 경제가 서로 연결돼 있고, 경제와 인권도 연관돼 있는 모습이기 때문에 3개 위원회에서 활동하면 여러 이슈들을 우리 정부가 종합적이고 입체적으로 보고 논의를 주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앞으로 정부는 향후 3년 동안 인권이사회 이사국으로서 북한 인권 문제를 포함한 주요 국제 인권 문제에 대한 논의에 적극 참여하고 신기술과 인권 등 우리가 주도하고 있는 의제를 포함해 주요 인권 의제에 대한 논의를 선도해 나갈 예정”이라며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기여와 역할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