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모순, 우리 몸에 상처 새기다[책과 삶]
몸,
김관욱 지음
현암사 | 256쪽 | 1만7500원
2010년대 중반, 스웨덴에서는 잠에서 깨지 못하는 소녀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12시간 이상 늘어지게 잠을 자는 잠꾸러기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누군가는 며칠을 내리 잤고, 누군가는 5년이나 잠에서 깨지 못했다. 몸을 흔들고 꼬집고 차가운 얼음을 갖다대어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놀라운 것은 모든 검사 결과가 정상이었다는 것이다. 부모들은 콧줄을 통해 아이의 몸에 최소한의 영양을 공급하고 욕창을 방지하기 위해 몇 시간에 한 번씩 자세를 바꿔줬다. 시간이 흘러 그들이 깨어났다. 그런데 아이들을 일어나게 한 것은 어떤 약도, 치료도 아니었다. 스웨덴 정부가 그들의 난민 신청을 최종 승인했다는 ‘뉴스’였다. 잠에 빠진 아이들은 모두 스웨덴에 망명을 신청한 난민의 자녀였던 것이다. 소녀들의 불가사의한 잠은 ‘체념증후군’이라고 명명됐다. 이렇듯 인간의 몸은 바깥의 환경에 반응하고,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스스로를 보호하며 또 변화한다. 의사이자 의료인류학자인 덕성여대 김관욱 교수는 말한다. “정말로 우린 몸에 대해 아직 많은 것을 모르고 있다”고.
<몸,>은 김관욱 교수가 현대사회에 일어나는 여러 문제와 우리가 겪는 몸의 통증, 아픔의 관계를 폭넓게 풀어낸 책이다. 전작 <사람입니다, 고객님>을 통해 콜센터 근무자들의 몸에 일어나는 변화를 연구하며 사회문제가 이들의 몸에 만들어낸 변화를 파헤쳤던 그는 이번 책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의 몸으로 시선을 돌렸다.
총 4부로 이뤄진 책에서는 다양한 몸과 이들이 겪는 갖가지 변화에 주목한다. 카페인과 니코틴에 중독된 몸, 상처를 입고 다친 몸, 달콤한 설탕의 폭력에 노출된 몸, ‘슈퍼 인간’ 혹은 ‘좀비’가 된 몸 등이다. 이들의 몸에는 현대사회의 고질적 병폐와 모순이 그대로 새겨져 있다. 그는 의사로서 13년간 현장에서, 교육자로서 7년간 교단에서 강의하며 겪은 풍부한 사례와 흥미로운 역사 속 이야기로 독자의 눈을 잡아끈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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