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것에 머물다…신의 눈까지 흉내내는 인간[책과 삶]
눈 뇌 문학
석영중 지음
열린책들 | 688쪽 | 4만8000원
본다는 것은 무엇인가. 1991년부터 올해까지 33년을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교수를 지낸 인문학자 석영중은 <눈 뇌 문학>에서 문학, 미학, 과학, 철학, 신학의 영역을 두루 탐험하며 답을 찾아간다. ‘본다’는 행위란 생물학적 관점에서 ‘광수용기 세포가 사물에서 반사된 빛을 감지해 뇌에 전달하면 시각 이미지가 형성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인간은 뇌를 넘어선 궁극의 대상을 보려고도 시도한다.
석영중 교수는 <눈 뇌 문학>에서 “포식과 경쟁에서 출발한 인간의 눈이 어떻게 그와는 반대되는 연민과 공존과 성찰의 방향을 향해 나아갔는가를 알아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특히 도스토옙스키의 <백야>와 <카라마조프씨네 형제들>, 투르게네프의 <트롭만의 처형식>, 쟈마틴의 <우리들>, 체호프의 <검은 옷의 수도사> 등 러시아 문학에서 발굴한 키워드를 통해 시각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던진다.
석 교수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의 존재를 성찰한다. 인간은 무언가를 볼 수도, 보지 않을 수도 있다. ‘파놉티콘’은 모든 것을 한눈에 감시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였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감시는 고도화했다.
미술사와 문학사를 살피며 눈을 통한 창조와 감상의 문제도 다룬다. 단순한 미적 쾌락에서 그치지 않고 윤리적 문제를 고민하며 예술의 세계를 보여준다. 석 교수는 아름다움을 경험적·실험적으로 규명하는 ‘신경 미학’을 소개하는가 하면, 고골의 <초상화>와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에서 ‘미메시스’(실물의 모방)의 문제를 제기한다.
마지막 장에서는 자신의 육체와 정신을 초월해 ‘신’을 보려는 인간을 다룬다. 인간은 신과 마주볼 수 없었기에 신의 눈을 상상하고 흉내 냈다. 석 교수가 신학과 문학을 거쳐 도달한 결론은 무엇일까. 석 교수는 “신을 바라보는 인간의 눈과 인간을 바라보는 신의 눈은 같은 것”이라며 “오로지 사랑만이 이 같음의 체험을 인간에게 선사한다”고 썼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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