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도 진, 그냥 ‘쓴맛’? 100여종의 풍미 생생[낙서일람 樂書一覽]
진 테이스팅
코스앤서니 글래드먼 지음
정연주 옮김 | 시그마북스 | 224쪽 | 3만원
“이제 갓 술을 마셔도 되는 나이가 되었을 때 텔레비전에서 와인 전문가인 오즈 클라크를 본 기억이 있다. 나는 그가 와인을 설명할 때 사용하는 다채로우면서도 정확한 언어에 감명했다. 그라면 나로서는 영영 가능하지 못할 수준으로 생생하게 맛을 경험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내 생각은 틀린 것이었다. 미각은 태어날 때부터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또한 평생 변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은 셰프들이 내놓는 맛에 대한 다채로운 표현으로 화제를 모았다. <진 테이스팅 코스>의 저자인 음료 전문 작가 앤서니 글래드먼은 진의 다채로운 풍미를 해박한 지식과 다양한 맛 표현으로 소개한다. 그의 테이스팅 노트는 술은 단순히 알코올 함유량을 기준으로 한 ‘쓴맛’ 정도로 표현될 수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단 한 모금의 술에도 다양한 향과 풍부한 맛의 스펙트럼이 존재한다는 것.
진은 ‘주니퍼베리’라는 식물성 재료를 필수 재료로 하는 40도가 넘는 증류주다. 저자는 이 책에서 진의 정의와 간략한 역사, 제조 과정, 테이스팅 기법, 고전 칵테일 레시피 등 진의 모든 것을 총망라한다. 그는 100여종의 진 테이스팅 노트를 통해 클래식한 식물 재료의 향이 뒷받침된 대담한 주니퍼베리 풍미를 지닌 ‘진 맛이 나는’ 진부터 감귤류 향이 강한 진, 허브 향 진, 꽃 향 진, 과일 향 진, 흙 향과 아로마틱 진, 바다 향과 감칠맛 진 등 다양한 풍미의 진들을 소개한다. 저자는 무엇보다 진을 제대로 즐기는 실용적인 방법을 전하는 것이 이 책의 목표라고 밝힌다. 자신만의 테이스팅 노트를 쓴 독자들은 미각에 예민한 셰프들처럼 “이 진에서는 어떤 맛과 향이 느껴지는가?”라는 질문에 자신만의 답을 내놓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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