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뉴스타파] 김건희는 주가조작 알았다... '사전 인지' 5가지 근거
지난 9월 12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2심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권오수 회장 등 주범에 대한 형량은 1심보다 높아졌고, 특히 김건희 여사와 비슷한 입장인 ‘전주’ 손 모 씨가 주가조작 방조 혐의로 유죄를 받았습니다.
김건희 여사를 기소할 명분이 훨씬 커진 상황인데요. 그럼에도 검찰 내부에서 김건희 불기소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과연 그것이 법적인 정의에 부합하는 일일까요?
뉴스타파는 김건희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지하고 있던 정황을 보여주는 새로운 녹취록을 공개합니다. 이밖에도 그동안의 취재 결과를 토대로 김건희 여사가 주가조작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근거 5가지를 정리했습니다.
① 물량부담에 ‘팔자’던 김건희, 2차 작전 시작되자 적극 매수
뉴스타파가 새롭게 공개한 김건희 여사와 증권사 직원 사이의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1차 작전 말미 김건희 여사는 이미 사놓은 도이치모터스 주식 물량이 너무 많다며 증권사 직원에게 계속해서 매도를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불과 2주 뒤 2차 작전이 시작되자 김건희 여사는 불과 3주만에 다시 16억 원 어치의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매수했습니다.
판례에 따르면 이같은 갑작스러운 주식 매매 패턴의 변화는 주가조작 작전을 사전에 인지했다는 강력한 정황 증거입니다. 한 주가조작 사건(서울중앙지법 2013고합1271)에서 법원은 주식 거래 경험이 없다가 갑자기 주가 조작 종목 주식 6억 원을 사들인 피고인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바 있습니다. 이 사건 피고인은 김건희 여사가 권오수 회장과 오랜 친분을 가졌던 것처럼 주가조작 종목의 회사 대표와 친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김건희 여사처럼 자신이 독자적으로 판단해 주식을 샀을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왜 갑작스럽게 거금을 들여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수하기 시작하게 되었는지에 관하여 합리적인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다른 공범자들의 진술이 없다 하더라도 피고인이 이 사건 시세조종에 공모가담하였음을 인정하는데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② 1차 작전 때도 도이치 투자금 7배로 늘려
1차 작전 때도 이와 유사하게 '갑작스러운 주식 매매 패턴의 변화'가 확인됩니다. 즉 평소 2억 원에서 3억 원대에 불과했던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투자액이 1차 작전이 시작되자마자 17억 원 가량으로 7배 가량 늘어난 것입니다.
뉴스타파가 검찰 수사기록을 토대로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투자 금액을 복기해보니, 김건희 여사는 ① 2007년 12월 19일 당시 비상장사였던 도이치모터스 유상증자에 참여해 2억 원을 투자했고 ② 2009년 7월과 11월 사이 도이치모터스 주식 3억 4천만 원 어치를 매수했습니다. ③ 2009년 5월 두창섬유에 빌려줬던 8억 원을 도이치모터스 주식으로 돌려받았으나 곧바로 매각했습니다. ④ 이에 따라 결과적으로 1차 작전이 시작되기 직전 도이치모터스 주식에 투자한 액수는 2억 4천 6백만 원 가량에 불과했습니다.
즉 2년 동안 김건희 여사의 포트폴리오에서 도이치모터스라는 종목에 대한 투자 액수는 2억-3억 원 사이였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1차 작전이 시작된 직후인 2010년 1월, 김건희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순매수 기준으로 15억 원 가량 사들였습니다. 기존 보유물량과 합치면 17억 원이 넘는 액수로, 투자금이 7배 늘어난 것이죠.
2차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1차 작전 시기에도 갑작스러운 주식 매매 패턴의 변화가 있었다는 뜻입니다. 앞에서 설명했듯 과거 법원은 이를 다른 요소들과 종합적으로 판단해, 주가조작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는 증거로 삼은 바 있습니다.
③ '12시의 통정매매'가 우연? 깰 수 있는 물증 있다
2010년 11월 1일 11시 22분, 2차 작전의 주포 김 모 씨가 블랙펄 인베스트 민 모 씨에게 이런 문자를 보냅니다. "12시에 3,300에 8만개 때려달라 해주셈" 문자를 받은 민 씨는 "준비시킬게요"라고 답하죠. 20여분 뒤인 11시 44분 32초 다시 김 씨가 문자를 보내 "매도하라하셈"이라고 하자 7초 뒤 김건희 여사의 계좌에서 정확히 3,300원에 8만주를 매도하는 주문이 나왔습니다. 그 유명한 '12시의 통정매매'입니다. 법원은 이 거래를 '통정매매'라고 판단했습니다.
김건희 여사는 검찰 대면 조사에서 이 거래에 대해 "내가 독자적으로 판단해 직접 낸 주문"이라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합니다. 거래 시간과 거래량, 거래 가격이 일치한 것 모두 '우연의 일치'라는 주장입니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지만 더 황당한 건 검찰의 태도입니다.SBS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일당과 공모했다는 걸 입증할 만한 메시지나 통신 기록 등 물증이 없는 상황이어서 기소는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물증이 없다는 건 검찰의 주장일 뿐입니다. 만약 김 여사의 주장대로 이 거래가 '우연의 일치'라면, 누군가는 비슷한 시간에 3,300원에 8만개의 매도 주문을 내놨어야 합니다. 누군가 제3의 인물이 주가 조작 세력의 지시를 받아 주문을 냈는데, 우연히도 김건희 여사가 그보다 빨리 같은 가격에 같은 물량의 매도 주문을 내서 그만 김건희 여사가 낸 주문이 체결된 것이죠. 즉, '쌍둥이 주문'의 존재, 그것이 유일하게 이치에 닿는 해명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김 여사의 주장을 깨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한국 거래소에 그같은 '쌍둥이 주문'이 있었는지를 확인하면 되는 것이죠. 재판 과정에서 권오수 측의 변호인은 그날의 한국 거래소 데이터를 모두 확인한 바 있습니다. 통정 매매라는 혐의를 벗어날 수 있는 강력한 증거인 만큼 만약 '쌍둥이 주문'이 있었다면 권오수 측 변호인이 이를 제시하지 않았을리가 없습니다. 즉, 김 여사가 주장하는 '우연의 일치'가 성립되기 위한 조건은 '쌍둥이 주문'은 존재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④ 최소 6명 ‘이상 거래’ 경고… 김건희는?
김건희 여사가 주가 조작을 사전에 인지했다고 볼 수 있는 4번째 근거는 바로 증권사 등의 경고입니다. 증권사나 금융 당국은 이상 거래에 대해 경고를 하는데, 김건희 여사가 직접 이 경고를 받았다면 주가 조작을 알고 있었다고 볼 수 있을테니까요.
그런데 재판 과정을 통해 도이치모터스 사건 관련자 중 적어도 6명이 경고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1차 작전에 참여한 전주 양 모 씨는자필 진술서에서 "삼성증권, 현대증권, 대신증권에서 전화가 왔는데 이해할 수 없는 경고를 했습니다. 내용은 그런 거래를 하면 주식 거래를 못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라고 적었습니다. 김건희 여사도 양 씨와 똑같은 '선수'에게 계좌를 맡겼기 때문에 양 씨처럼 경고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죠.
2심 재판 과정에서 양 씨 외에도 경고를 받은 관련자들이 더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2심 재판부는 판결문에 2차 작전 주포인 블랙펄 이종호 씨 등이 "한국거래소나 관련 기관으로부터 지속적으로 경고를 받아왔다"고 적시했는데요, 그러면서 주가조작 세력이 서로 주고 받은 문자 메시지를 첨부했습니다. 예를 들어 이런 문자메시지입니다.
장00 고객께 여직원한테 전화 갈거야. 종가 관여 과다로. 종가에 2,500주 거래되었는데 M 사장이 1,500주 체결로. 막 화내라 해. 거래가 안되어 안사지는데 어쩌냐고.
- 2차 작전 주포 김 모씨가 블랙펄 인베스트 민 모 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2012.5.4.)
이런 식으로 '경고'를 받은 사람은 위 문자 메시지에 나오는 장00 고객을 포함해 최소한 6명으로 확인됩니다. 1차 작전에 참여한 전주 양 모 씨, 블랙펄 이종호 대표와 그 처남 민 모 씨, 증권사 고객이었던 서 모 씨와 장 모 씨, 그리고 우리기술 부사장이었던 이 모 씨 등입니다.
이런 사정을 조합해볼 때 김건희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작전 당시 증권사나 금융당국으로부터 경고를 받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주가조작을 인지할 수 밖에 없었던 또 하나의 정황 증거입니다.
⑤ 김건희도 권오수로부터 내부 정보 받았다
1심 재판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의 모친인최은순 씨와 증권사 직원 사이의 통화 녹취록이 공개됐습니다. 이 녹취록에 따르면 최은순 씨는 권오수 회장으로부터 내부 정보를 받은 뒤 주식을 매도했고 그 결과 손실을 회피했습니다. 녹취록을 공개하며 권오수 회장을 추궁하던 검사가 이런 말을 합니다.
제가 나중에도 또 제시할테지만 증인은 최은순 씨나 김건희 씨에게 회사 사정들을 자주 얘기해주고 그 사정들이 녹취록에 남아있는 게 많이 있어요. 어쩌다 한 번이 맞나요?
- 권오수 회장에 대한 검사 신문 중(22.10.28. 공판)
검사가 나중에 제시하겠다고 한, '김건희 씨에게 회사 사정들을 자주 얘기해준 사정들이 남아있는 녹취록'은 재판이 끝날 때까지 결국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김건희 여사가 권오수 회장으로부터 내부 정보를 받았으며 그것을 입증할 수 있는 녹취록을 검찰이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권오수 회장으로부터 내부 정보까지 건네 받은 김건희 여사가 과연 주가 조작 작전에 대한 정보는 듣지 않았을까요?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답변할 수 있을 겁니다.
권력은 사실을 이길 수 없다
서슬 퍼렇던 집권 초기에는 뉴스타파가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관련된 결정적 사실을 수없이 보도해도 모른 척하던 기성 언론들이 최근에는 앞다퉈 단독이라며 관련 기사를 보도하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권력의 동향에 민감한 기성 언론들이 이렇게 태세 전환을 하는 건 임기가 절반 밖에 지나지 않은 윤석열 김건희 부부의 권력이 빠르게 누수되고 있다는 방증일 겁니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건 사실 그 자체입니다. 사실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힘이 권력의 누르는 힘을 이겨내고 있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검찰이 기소독점권이라는 권력으로 또 한번 사실을 억압한다해도 그 억압은 오래가지 못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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