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제척 없이 관리처분?" 불광5구역 재개발 '소송전'
종교용지 '분양가·분담금' 관리처분계획안에 없어
교회, 제척 없이 관리처분인가시 '현금청산' 우려
은평구청 "사업 속도지연 문제…위험시설물 다수"
[이데일리 마켓in 김성수 기자] 서울 은평구 불광5구역 재개발 사업장에서 은광교회와 불광제5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이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은광교회 부지를 재개발구역에서 제척(정비구역에서 제외시키는 것)하기로 조합이 약속했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은 채 관리처분 총회로 안건을 처리해서다. 은광교회는 이같은 관리처분 총회가 효력 없다며 법정 대응에 나섰다.
조합 ‘교회 제척’ 없이 관리처분총회서 안건 처리
1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은광교회는 불광5구역 재개발 조합이 지난 5월 관리처분 총회에서 교회를 제척하지 않은 사업시행계획 기준 안건을 처리했다는 이유로, 이 총회를 무효화할 것을 요구하는 ‘관리처분 총회 무효 본안소송’을 제기했다.
불광5구역 내 교회 부지는 △은평구 불광동 264-4번지 1081㎡ 본당 및 봉사관 △불광동 264-16번지 426㎡ 교육관 △불광동 264-18번지 561㎡ 주차장 △불광동 264-17번지 417㎡ 파쳄으로 구성돼 있다.
법에 의한 은광교회 제척이 완성되려면 다음과 같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우선 △조합 총회를 열어 조합원 3분의 2 동의(신청요건)를 받아야 하고 △조합이 정비계획 및 정비구역 변경안 신청을 은평구청에 제출하고 △구청이 입안한 변경안을 서울시에 심의 요청해서 △서울시 ‘정비계획 및 정비구역변경안 확정고시’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진행하면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서 조합은 두 가지(정비계획 변경, 관리처분계획 인가 신청)를 동시에 진행하는 방식을 택했다.
은평구청에 따르면 조합은 기존 사업시행계획을 기준으로 하는 관리처분 총회를 실시했으며, 지난 5월 정기총회에서 ‘관리처분계획(안) 및 공람(안) 승인의 건’을 결의했다. 이 관리처분계획에는 은광교회가 제척되지 않았고, 신축으로 돼 있다.
또한 은광교회가 불광5구역 내 소유하고 있는 불광동 244-122번지 및 그 지상 연립주택, 불광동 259-67번지 및 그 지상 다세대주택에 대해서는 분양신청을 했지만, 정비계획상 획지3으로 배정된 종교용지에 대해서는 분양신청을 하지 않았다.
즉 획지3에 대한 분양가 및 분담금이 관리처분계획안에 전혀 기재돼 있지 않다. 조합은 이같은 관리처분계획을 은평구청에 인가 신청한 상태다.
또한 조합은 이와 별개로 지난 1월 조합원 동의를 받아서 은광교회를 제척하는 내용의 정비계획 변경(안)을 은평구청에 접수했다. 구청은 관련 부서 의견을 거친 후 서울시에 정비계획 변경(안)을 입안했고, 현재 서울시가 이 변경(안)을 검토 중이다.
교회, 제척 없이 관리처분인가시 ‘현금청산’ 우려
다만 은광교회는 조합이 신청한 관리처분계획이 인가를 받으면 교회가 현금청산 대상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조합이 은광교회를 제척하는 안으로 서울시에 정비계획 변경(안)을 올렸지만, 서울시 행정관청이 이 안을 반려할 가능성도 있어서다.
특히 조합이 재개발 사업의 마지막 인가 단계인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으면 토지, 건물의 강제수용권과 현금청산권을 갖게 돼서 교회가 강제 해체될 수도 있다. 현금청산은 입주권·분양권을 포기하는 대신 주택·토지 가치를 돈으로 환산해 받고 소유권을 넘기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은광교회가 조합에 보낸 소장을 보면 “관리처분계획은 정비계획 및 사업시행계획 등 선행된 계획의 범위 내에서 수립되는 것”이라며 “선행된 계획의 범위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선행된 계획을 먼저 변경한 후 그에 적합한 범위 내에서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적혀있다.
다만 이 경우 사업 속도가 늦춰진다는 문제가 있다.
은평구청 관계자는 “불광5구역 재개발 사업이 너무 지연된 현장이다 보니 위험 시설물이 많고,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아야 거주민들이 이주할 수 있다”며 “조합의 방식이 법적으로 틀리지 않다면 조합의 의견을 받아들여서 진행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다만 은광교회는 교회가 소유한 종교용지에 대해 조합이 개략적 부담금 내역을 통지하지 않은 채 분양신청 절차를 신청했다는 것이 위법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이를 근거로 수립된 관리처분계획안 역시 위법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은광교회는 조합이 총회에서 결의한 안건 ‘관리처분계획(안) 및 공람(안) 승인의 건’ 중 은광교회에 대한 결의가 무효라는 청구취지의 소송을 지난 7월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사건번호 서울행정법원 2024구합76096)
실제로 서울 송파구 거암교회는 거여2재정비촉진구역1지구(거여2-1구역) 조합이 종교시설 부지에 대한 보상의 규모 및 절차에 대한 협의 없이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자 해당 조합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 결과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2017년 4월 “종교시설에 대한 이전대책을 마련함이 없이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할 경우 헌법이 정한 정당한 보상 원칙에 반할 우려가 크다”며 교회에 승소 판결했다.
이 판결은 종교시설인 교회가 제기한 행정소송 중에서 관리처분계획 전부를 취소한 사례였다.(사건번호 서울고등법원 2016누46856)
이와 더불어 불광5구역 재개발 조합장을 기소한 형사소송도 지난 6월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접수됐다. 조합장이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고발된 것. 지난달 11일이 공판기일이었고, 다음 공판기일이 다음달 6일로 예정됐다.
공판기일이란 형사소송 진행과정 중 하나의 절차로, 신문 및 진술을 위해 재판장, 검사, 피고인, 변호인과 보조인이 법정에 출석하는 날을 말한다.
조합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조합장에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
김성수 (sungso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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