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오픈소스 정책을 추구하는 이유
[IT동아 김예지 기자] 메타는 지난 4월 AI 모델 ‘라마(Llama) 3.1’을 출시했습니다. 라마 3.1은 GPT-4o와 맞먹는 성능을 보입니다. 이후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라마 3.1 모델의 성능이 약 5개월 동안 10배의 성장을 달성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9월에는 이미지와 텍스트를 모두 이해하는 대형 멀티모달 모델(LMM) ‘라마 3.2’를 공개했습니다. 라마 3.2는 앤트로픽 ‘클로드 3 하이쿠’와 오픈AI ‘GPT4o-미니’와 비교했을 때, 이미지 인식 및 시각적 이해 영역에서 유사한 성능을 보였습니다. 지시 따르기, 요약, 도구 사용 및 프롬프트 다시 쓰기 등 부분에서는 구글 ‘젬마’나 마이크로소프트(MS) ‘파이 3.5-미니’보다 낫다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메타, LLM ‘라마’ 오픈소스로 공개
오픈AI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한 메타의 노력에는 ‘오픈소스’라는 핵심 키워드가 존재합니다. 오픈소스는 소프트웨어 설계에서 필요한 소스코드를 무상으로 공개해 누구나 사용 및 수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 또는 그런 소프트웨어를 말합니다. 메타는 라마 3.1을 발표할 때, 자사의 기업 로고를 제외하고, 상업적 이용을 허용하는 전략을 활용했습니다. 현재 모든 ICT 기술 분야에서 약 96%의 상용 소프트웨어(SW)가 오픈소스를 포함하고 있을 만큼 많은 제조사가 취하고 있는 오픈소스 전략의 영향력은 강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메타는 라마를 오픈소스로 공개했을까요? 오픈소스 정책의 이면에는 메타의 야심이 숨어 있습니다. 메타는 자사의 오픈소스가 유명해지고, 상업적으로 이용됨에 따라 구축되는 개방형 커뮤니티를 통해 AI 모델을 고도화 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오픈소스가 업계 및 학계에서 다방면으로 연구·활용 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도움을 받는 것입니다. 마치 집단지성의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많은 사용자 기반을 확보해 업계 표준 지위를 획득하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또한 사용자들이 AI 모델을 활용하면서 점차 업그레이드 되면 메타의 다른 서비스와 연결해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결국 메타는 생성형 AI 시장의 대표주자 격인 오픈AI의 챗GPT를 견제하기 위한 방안으로 오픈소스 전략을 모색한 것입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오픈소스는 가장 비용 효율적이며, 신뢰할 수 있고, 성능이 뛰어난 옵션”이라며, “라마는 계속해서 빠르게 개선되며 업계 표준이 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리눅스부터 시작된 오픈소스 정책
오픈소스 정책은 과거부터 폐쇄형 정책과 공존했습니다. 가장 유명한 사례 중 하나는 현재 산업 분야에서의 지배적인 오픈소스로 자리매김한 리눅스의 탄생입니다. 1991년 리누스 토발즈는 리눅스 운영체제(OS)를 개방형으로 공개해 당시 폐쇄형 OS였던 유닉스를 능가하는 인기를 얻었습니다. 리눅스는 오픈소스 생태계 확산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이에 빗대어 메타는 라마에 ‘AI의 리눅스’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합니다.
현재까지도 두 정책은 치열하게 우위를 다투고 있습니다. 예컨대 모바일 OS 시장에서 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는 둘도 없는 라이벌입니다. 구글은 리눅스 기반 안드로이드를 오픈소스로 공개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앱 개발자 생태계를 구축하면서 광고, 앱 결제 수수료 등 플랫폼 수익을 거둬들이고 있습니다. 또한 구글의 크롬 브라우저는 웹 표준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크롬은 구글의 AI 모델 개발을 위한 사용자 데이터 수집 기반을 넓혀 주었습니다. 구글의 머신러닝(ML) 및 딥러닝 프레임워크 텐서플로우도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활발한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MS는 1990년대까지는 반오픈소스 전략을 취했으나, 사업을 클라우드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오픈소스 친화 정책을 세웠습니다. 특히 2018년에는 ‘깃허브(GitHub)’를 인수했습니다. 깃허브는 세계 최대 오픈소스 커뮤니티 플랫폼입니다. 이를 활용하는 기업이 400만 개 이상이며, 깃허브에는 2700만 명이 만든 8000만 개 코드가 저장돼 있습니다. ‘개발자들의 놀이터’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입니다. MS는 애저(Azure)와 개발자 커뮤니티를 연결하고, 더 나은 개발 환경을 제공할 목적이었습니다. 또한 IBM에게 인수된 레드햇(Red Hat)도 오픈소스 정책을 추구하는 주요 기업입니다. 레드햇이 개발한 상용 리눅스 배포판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리눅스(RHEL)’는 기업 환경에서 많이 채택되고 있습니다.
오픈소스, 수요 기업에게도 장점인 이유?
오픈소스는 이를 개발한 기업뿐만 아니라, 이를 채택하는 수요 기업에게도 이점을 제공합니다. 우선 무료이기 때문에 오픈소스를 활용할 때 비싼 저작권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또한 오픈소스 모델은 자유로운 수정과 최적화가 용이해서 각 기업은 자사의 특성을 반영해 맞춤형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습니다.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은 메타의 라마 3.1과 같은 고급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기회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오픈소스 생태계가 다양한 산업 분야의 기업들에게 주목받는 이유는 현대 사회에서 가장 효율적인 개발 방식으로 협업을 추진하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오픈소스는 개발 과정에서 외부 아이디어를 수용하고, 검증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소프트웨어 개발 협업을 넘어 사업화 협업 수단으로도 활용되기도 합니다. 이로써 오픈소스 생태계는 수요 기업에게도 소프트웨어 기업에게 기술 확보 및 주도권 경쟁을 위한 토대가 되었습니다.
한편 오픈소스를 채택할 때도 주의사항은 있습니다. 오픈소스가 사용자들의 협업에 의해 이뤄지지만 상용 소프트웨어와 비교했을 때, 공식적이고 전문적인 지원을 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소스코드가 공개돼 다소 보안이 취약할 수 있고, 상용 소프트웨어에 비해 설정 및 활용이 복잡할 수 있기에 어느 정도 지식을 요구합니다. 호환성도 잘 따져봐야 할 문제입니다.
또한 오픈소스는 자유롭게 이용 가능하지만, 엄연히 저작권법으로 인정받아 보호받는 저작물입니다. 때문에 사용자들은 오픈소스 사용 시 저작물 의무사항을 지켜야 합니다. 이를 어길 경우 소송과 같은 불이익을 당할 수 있고, 기업은 상업화 제품들이 판매 중단돼 타격을 입을 수 있습니다.
오픈소스는 소스코드가 공개되기 때문에 기술 종속 위험이 낮다는 특징을 갖습니다. 오픈소스 정책의 근원적 의미는 누구나 자유로운 이용과 배포의 가능성입니다. 오픈소스를 통해 소프트웨어의 공유 경제 실현이라는 의의가 가려지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글 / IT동아 김예지 (y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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