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닥다리 골동품? MZ수집가에겐 힙한 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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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빈의 '골동 골동한 나날'은, 골동품이 연세 지긋한 분들의 관심 분야일 거라는 편견을 깨버리는 책이다.
박영빈 씨는 1990년대생 골동품 수집가이다.
이 책은 그가 골동의 매력에 빠져 골동품을 수집하게 된 이야기, 수집 과정에서 맺은 인연과 느꼈던 감정들을 풀어놓는다.
저자는 서울 인사동, 부산의 망미동 등 골동품 가게도 찾아가지만, 인터넷 중고 사이트나 앱을 훑어 보는 게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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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동품 매력에 빠진 90년대생
- 수집에 얽힌 사연과 삶 들려줘
- 잊혀져가는 우리 전통 지키기
- SNS로 선한 영향력도 퍼트려
박영빈의 ‘골동 골동한 나날’은, 골동품이 연세 지긋한 분들의 관심 분야일 거라는 편견을 깨버리는 책이다. 책에 조선시대에서 온 꽃선비(?) 같은 저자 사진이 있다. 한복 차림이다. 머리에 무엇을 쓰고 있는지 출판사에 물었더니, 저자의 답이 왔다. “머리에 쓰고 있는 관은 ‘방건’이라고 하는 관입니다. 말총으로 만들었고 조선말~일제강점기 쯤의 유물입니다. 방건만 말총으로 된 유물이고, 탕건과 망건은 현대에 천으로 만든 것입니다.” 총 3개를 쓰고 있는데 가장 겉에 쓰고 있는 것이 방건이다. 저자가 골동에 얼마나 진심인지 느껴진다.
박영빈 씨는 1990년대생 골동품 수집가이다. 이 책은 그가 골동의 매력에 빠져 골동품을 수집하게 된 이야기, 수집 과정에서 맺은 인연과 느꼈던 감정들을 풀어놓는다. 골동품 자체의 아름다움에 관한 이야기, 취미를 넘어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이 된 골동과 함께하는 삶이다.
여러 이야기 중 하나. 저자는 서울 인사동, 부산의 망미동 등 골동품 가게도 찾아가지만, 인터넷 중고 사이트나 앱을 훑어 보는 게 일상이다. 어느 날 중고 사이트에서 대나무 발을 발견했다. 대나무 마디나 문양을 하나하나 맞추어 만든 물건인데다 그동안의 골동생활에서 저렇게 멀쩡한, 한국에서 만든 대나무 발이 나온 건 처음이라 생각해 구입했다. 구입 후 이 골동이 어디서 왔는지 추적하다가 대나무 발 상자에서 ‘김두옥’이라는 이름을 발견했다. 김두옥을 검색했더니 1982년에 작고한, 이승만 대통령의 생일선물로 들어간 발을 짠 장인이라는 기사가 나왔다. 더 자세한 것이 알고 싶어 담양에 계신 박성춘 죽렴장을 찾아갔다. 박성춘 선생은 김두옥이 한 동네 사람이었다고 확인해 주고, 발을 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거 진품이네. 김두옥 씨 짜던 발 맞어잉. 가(테두리)도 그때 공단이고, 실도 옛날 명주실이구먼. 인자는 이리 짜라 해도 짤 수도 없고, 짜는 사람도 없어야.” 중고 사이트에 올라온 대나무 발은 김두옥 장인이 만든 ‘담양죽렴’ 진품이었다.
뒷이야기도 감동적이다. 박성춘 죽렴장은 연세가 들어서 이제는 눈도 어둡고, 손이 둔해지고, 죽렴을 배우겠다는 사람도 없고, 죽렴을 찾는 사람도 없어서 더 이상 발을 짜기 힘든 상황이다. 그래서 소소한 수입 거리로 김밥발을 짜고 있었다. 저자가 보기에 박춘성 죽렴장이 굵은 무명실로 귀갑문을 넣어 짠 김밥발은 영락없는 담양죽렴이었다. 우리 무형문화재가 스러져 가는 슬픈 현실을 알리기 위해 김밥발을 인터넷으로 구매하는 링크를 SNS에 올렸다. 그랬더니 하룻밤 새에 김밥발이 전량 품절됐고, 구매를 위해 사람들이 기다리는 일이 생겼다. 담양의 죽공예가 한 분은 죽렴을 배우겠다며 박춘성 선생을 찾아갔다. 중고 사이트에서 대나무 발을 발견한 것이 시작이지만, ‘죽렴’이라는 우리의 전통공예 이야기까지 이어진다. 저자의 골동은 이렇게 현재의 우리와 연결된다.
‘실생활에 사용할 수 없는 물건은 들이지 않는다’는 철칙 아래 저자는 고려청자 다완에 담아 차를 마시고, 원나라 때 만든 백자 향로에 향을 피우고, 일제강점기 때 제작한 촛대에 초를 꽂아 불을 밝힌다. 1990년대생 수집가가 풀어놓는, 골동과 함께하는 일상으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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