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다둥이네 <2> “딸 다섯 행복 5배…양육지원도 확대를”

안세희 기자 2024. 10. 10.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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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동래구에 사는 유승진(54) 씨의 집은 언제나 아이들 목소리로 북적인다.

어쩌다 자녀들이 외출해 집안이 고요할 때면 '그렇게 어색하고 허전할 수 없다'는 유 씨네는 자그마치 딸만 다섯인 대표 다둥이 가족이다.

유 씨는 "정부가 내놓은 저출생 극복 대책은 출산에 집중한다. 양육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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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승진·김훈숙 씨 부부 한목소리
- “여건만 따라줘도 저출생 개선돼”

부산 동래구에 사는 유승진(54) 씨의 집은 언제나 아이들 목소리로 북적인다. 어쩌다 자녀들이 외출해 집안이 고요할 때면 ‘그렇게 어색하고 허전할 수 없다’는 유 씨네는 자그마치 딸만 다섯인 대표 다둥이 가족이다. 아이들의 할머니인 하순애(77) 씨까지 여느 가정처럼 평범한 여덟 식구이지만 유 씨는 “친구처럼 지내는 딸들을 보고 있으면 일상의 행복이 몇 배로 커지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아버지 유승진, 서희(셋째), 연주(둘째), 희정(막내), 가은(넷째), 길경(첫째), 김훈숙(어머니) 씨. 이원준 기자


대학생인 첫째와 둘째 길경(21)·연주(20)씨, 서희(17·고2), 가은(14·중2), 희정(12·초6) 양까지 2, 3살 남짓 터울의 자매는 서로에게 좋은 친구다. 넷째 가은 양은 “일부러 배우려 하지 않아도 언니들을 보면서 알게 되는 것이 많다. 본받을 점이 많아서 늘 닮고 싶다. 관심 분야가 넓은 것도 언니들 덕분”이라고 웃었다. 막내 희정 양이 “언니들 덕분에 심심하지도 않고 아는 것이 많아져 자신감도 있다”고 거들었다.

자매끼리 티격태격할 법도 하지만 동생들은 큰 언니 길경 씨 말을 잘 따른다. 셋째 서희 양은 “집에 오면 반겨주는 사람이 많아 좋다. 성인이 되어 받은 걸 돌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유 씨 부부가 처음부터 다섯 자녀를 계획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부부 모두 형제·자매가 많은 집에서 자란 터라, 자녀들이 서로 의지할 수 있도록 셋은 낳자고 약속했다. 공교롭게 딸만 셋을 만난 상황에서 넷째를, 막내를 임신했다. 아들일 수도 있다는 병원 측 말에 내심 기대를 했다. 유 씨는 “출산하고서야 딸인 것을 알았다. 간혹 아들을 원했던 거냐고 묻는데 그건 결코 아니었다”고 웃으며 “딸들을 모두 만나게 돼 정말 행복하다. 생일에 다 함께 노래를 불러줘 감동이 몇 배가 되는 경험은 일곱 식구라 가능한 특별함”이라고 말했다.

부부가 맞벌이를 하지만 경제적 부담은 만만찮다. 유 씨는 울산 태광산업에서 품질관리자로, 아내 김훈숙(49) 씨는 동래구청에서 공무원으로 일한다. 결혼 전 영양사였던 김 씨는 주부로 지내다 막내를 낳고 3년 후 공무원이 됐다. 온 가족이 외식 한 번만 해도 지출이 상당하다. 유 씨는 “정부가 내놓은 저출생 극복 대책은 출산에 집중한다. 양육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출산도 중요하지만, 양육은 긴 시간 계속된다. 자녀 성장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는 정책이 나왔으면 한다. 노동 시간을 유연하게 하거나, 지원금을 적어도 장기 지급하는 식이다. 일회성의 출산 장려금은 액수가 크다 해도 큰 동기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보편적인 다자녀 정책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맞벌이라 크게 여유가 있는 것이 아닌데도 높은 소득 구간에 잡혀 지원에서 제외되곤 했다”며 “안정적으로 자녀를 키울 여건만 되면 낳겠다는 부부가 많다. 들쑥날쑥하고 일관성 없는 정책이 아닌, 실질적이고 꾸준한 정책을 마련해 달라. 양육 지원이 따라준다면 저출생 문제도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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