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 “기소 유도하나” vs 친한 “원론적 의미”… 또 분열 조짐 [韓 ‘김여사 리스크’ 발언 파장]

김나현 2024. 10. 10.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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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韓 독대’ 성사 여부 주목
친윤계 “검찰 수사는 법리에 따라야
‘국민 눈높이’ 특정결과 암시 안 돼”
친한계 “김여사 기소돼야 특검 막아”
당정 지지율 최저… 전환점 절실한데
“이 분위기서 만나 무슨 성과 내겠나”
어렵게 성사된 윤·한 독대 영향 우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0일에도 김건희 여사 리스크 해법을 두고 강공 모드를 이어갔다. 전날에는 “김 여사가 활동을 자제해야 한다”고 했던 한 대표는 이날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혐의를 받는 김 여사의 기소 필요성을 시사했다.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며 김 여사 주가 조작 의혹 수사에 ‘국민 눈높이’를 처음으로 빼들었다. 공교롭게 이날 윤석열 대통령과 한 대표가 10·16 재보궐선거 이후 독대하기로 한 소식이 전해진 터라 여권은 발언의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친윤(친윤석열)계는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치는 발언”이라며 반발했다. 반면 친한(친한동훈)계는 “원론적인 발언”이라 평가하면서도 “김 여사 기소가 당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입장을 보였다. 앞서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사과 요구(1월), ‘이종섭·황상무 리스크’ 해결 요구(3월), 전당대회 당시 ‘문자 읽씹’ 논란(7월),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 반대·의대정원 증원 유예(8월) 등 현안마다 ‘윤·한 갈등’이 수차례 반복되며 친윤·친한계 간 감정 골이 깊어진 와중에, 한 대표의 발언으로 다시금 여권 내 분열이 일며 어렵사리 무르익은 ‘윤·한 독대’ 분위기가 시들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강화 현장최고위 발언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왼쪽)가 10일 인천 강화군 강화문화원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한 친윤계 중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검찰 수사는 법리에 따라 해야지, 왜 국민 눈높이를 말하는지 알 수가 없다”며 “야당을 향해 공격해야지, 왜 안에서 자꾸 공격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한 대표의 발언이 김 여사의 ‘불구속 기소’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날 선 반응도 이어졌다. 또 다른 친윤계 의원은 통화에서 “아직 검찰 수사단계라 사실관계나 법리 등에 대한 정보가 없는데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결과가 나와야 된다는 건 특정 결과를 암시하는 것”이라며 “여당 대표가 기소를 유도하는 듯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친한계는 민심에 반응하는 자세를 강조하며 한 대표 발언에 힘을 실었다. 한 친한계 초선 의원은 “한 대표는 검찰이 공정한 결정을 내려 달라는 원론적 의미로 말씀하신 것”이라면서도 “다만 국민적 관심이 너무 큰 사건이기 때문에 검찰이 최선을 다해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한계 대표 인사인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앞서 8일 “검찰이 김 여사를 기소하면 오히려 당의 부담이 줄어든다”며 “오히려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막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해진다”며 김 여사에 대한 기소를 촉구하기도 했다.

한 대표 발언이 여권 내 파장을 일으키며 ‘윤·한 독대’ 성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대통령실과 여권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한 대표의 독대 요청을 수용해 10·16 재보궐선거 이후 독대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참석차 라오스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9일(현지시간) 비엔티안 왓타이 국제공항에 도착해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최근 명태균·김대남 관련 의혹 등 각종 의혹이 불거지며 윤 대통령 지지율은 연일 최저 수준을 맴돌며 국정 동력 확보를 위한 전환점이 절실한 상황이 됐다. 이 가운데 야당이 지속해서 윤 대통령 탄핵 분위기를 조성하며 압박해오자 여권에선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위기감이 고조된 것으로 보인다. 의·정 갈등, 연금개혁 등 국정 현안이 장기화하며 정책적으로도 여당 대표와의 회동이 불가피하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날 김 여사의 기소에 관한 한 대표의 발언으로 대통령실과 당이 다시 엇박자를 낼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한 중진 의원은 “한 대표의 말이 민심에 딱 부합하는 것은 맞지만 방식이 아쉽다”며 “대통령께 찾아가 물밑으로 김 여사 사과의 필요성을 설득하든지 해야지, 자꾸 언론에 공개적으로 떠들면 쓰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독대는 대통령실에서 마냥 거부하긴 어렵겠지만, 한 대표가 대통령 설득하지 못하면 공멸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 친윤계 의원은 통화에서 “대통령과 한 대표가 독대하더라도 이런 분위기 속에서 성과를 낼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대통령실은 한 대표 발언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한 대표가 김 여사를 향한 여론재판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온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과 한동훈 지도부 간의 만찬이 당초 추석 연휴 이전에 성사될 예정이었다가 미뤄진 것처럼 한 대표 발언을 계기로 독대 역시 미뤄지거나 무산될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럼에도 여권에선 윤·한 독대를 통해 ‘김 여사 리스크’, ‘의·정 갈등’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길 바라는 기대감도 흐른다. 원조 친윤계 중진 권성동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이제는 개인적인 감정을 버리고 오로지 당과 국가를 위해서 ‘내가 정치를 하겠다’(는 마음으로) 주제 제한 없이 허심탄회하게 모든 정치 현안, 민심 그리고 국민이 용산과 당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얘기 나눌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친한계로 구분되는 한 영남권 의원도 통화에서 “독대에 대한 이야기가 긍정적으로 왔다 갔다 했으니 국민께 기대를 드릴 수 있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단 건 모두가 공감할 것”이라고 했다.

김나현·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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