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네타냐후, 49일 만의 직접 대화는 '맹탕'... "이란 보복 이견 그대로"
백악관 설명엔 "외교적 해법 강조" 원론만
대이란 보복 수위 등 합의는 안 이뤄진 듯
네타냐후, 내각 회의 소집… 보복 '초읽기'
약 50일 만에 이뤄진 미국·이스라엘 정상 간 전화 통화는 결국 '맹탕'으로 끝난 듯한 분위기다. 일촉즉발 상태인 중동 위기를 논의했음에도, 확전 여부의 최대 분수령이 될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보복 방식과 규모, 시기 등과 관련해선 합의는커녕 이견만 확인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두고 제기된 의구심을 해소하는 데 실패했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평가가 나온다.
"직접적·생산적 대화"... 구체적 언급은 꺼린 백악관
미국 뉴욕타임스(NYT)·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 백악관은 9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30분간 통화에서 이스라엘의 자국 방어에 대한 미국의 철통같은 지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레바논·이스라엘 국민들이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외교적 해법'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두 정상 간 직접 대화는 8월 21일 이후 49일 만이며,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함께 참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레바논 친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한 이스라엘군의 공습과 관련, 이스라엘 정부의 자국민 보호 권리를 인정하면서도 "인구 밀집 지역 내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할 필요성을 확인했다"는 게 백악관 설명이다.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 석방을 위한 외교의 재개도 강조했다고 한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직접적이고 생산적인 대화"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가장 중요한 내용에 대해선 함구했다. 이스라엘의 대이란 보복 논의 얘기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1일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에 탄도미사일 181기를 발사한 데 대한 보복 공격을 수차례 공언했는데, 백악관은 이와 관련해선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WSJ는 "(두 정상의) 합의 신호는 나오지 않았다"며 "이스라엘이 대이란 보복 계획 공유를 꺼리자 미국이 좌절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보복 수위를 비례적으로 조절하라'는 바이든 대통령 요구를 네타냐후 총리가 또 거부했으리라는 추측도 나온다. 대선이 코앞인 바이든 행정부로선 중동 확전 억제가 시급하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의 휴전 촉구를 "수십 년 만에 찾아온,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 정파)·헤즈볼라 궤멸을 위한 최고의 기회를 낭비하는 것"으로 본다는 게 NYT의 분석이다. 신문은 그러면서 "바이든과 네타냐후의 관계가 최악 상태라는 현실만 드러냈다"고 부연했다.
네타냐후, 안보 내각 소집… 보복 작전 실행 임박?
이스라엘의 대이란 보복 임박 징후는 곳곳에서 포착된다. 미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는 네타냐후 총리가 10일 안보 내각을 소집한다고 전했다. 중대한 군사 작전 실행 시 이스라엘은 내각 표결을 거치는데, 해당 회의에서 이란 군사 시설 공습과 주요 인사 제거 등을 병행하는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이스라엘 관리들의 전언이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 발언도 심상치 않다.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의 전화 통화 직후, 갈란트 장관은 군사정보국 산하 9900부대를 방문해 "우리의 (이란) 공격은 치명적이고 정확하며, 무엇보다도 놀라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공격 시 재보복' 방침을 밝혔다. 이란 의회의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회 대변인인 에브라힘 레자에이는 CNN방송에 "우리에겐 미사일이 많다"며 이스라엘 군사 시설뿐 아니라 다른 곳도 공격 목표물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무력 충돌도 이어지고 있다. 전날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북부 키르야트시모나 지역에 로켓 수십 발을 발사한 공격으로 이스라엘 민간인 2명이 처음으로 사망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보복 공습을 통해 헤즈볼라 지역 전선 사령관 2명을 제거했다. 또 이스라엘군의 시리아 남서부 공습으로 헤즈볼라 대원 2명뿐 아니라 민간인 9명도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위용성 기자 up@hankookilbo.com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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