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도 드라마도 결국 이야기니까…‘원석’ IP 시장에 쏠린 눈
IP : 지적 재산권
- ACFM이 주관, 벡스코서 개최
- 콘텐츠 바탕 스토리 판권 거래
- 해외 IP 18편, 본격 글로벌화
- 스타 소설가 천선란 등도 참여
다양한 콘텐츠가 ‘초단위’로 쏟아지는 시대다. 빠르게 소비되는 무수한 이야기 속에서도 깊이 있는 이야기는 마음에 머물러 감정과 사고에 큰 울림을 남긴다. 고전소설이 현재에도 읽히고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로 변신하는 이유다.
지난 5~8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는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ACFM)과 함께 부산스토리마켓이 열렸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기간 열리는 ACFM은 전 세계 영화·영상 콘텐츠는 물론 도서 웹툰 웹소설 등 원천 IP를 거래할 수 있는 종합 콘텐츠 시장이다. 부산스토리마켓은 모든 콘텐츠의 바탕이 되는 스토리가 영화나 시리즈 등 다양한 비주얼 기반 콘텐츠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판권을 거래하는 시장이다. 부산스토리마켓은 그간 아시아의 스토리를 소개하는 데 집중했으나 올해는 처음으로 프랑스 원작 IP를 포함한 18편의 해외 IP 선정작과 29편의 한국 IP를 통해 ‘글로벌 IP 마켓’의 시작을 알렸다.
지난 5일 이곳에서 한국 SF 문학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 한 명인 천선란 작가를 만났다. 그는 소설 ‘천개의 파랑’으로 2019년 한국과학문학상에서 장편 대상을 받는 등 주목을 받고 있다. ‘천 개의 파랑’은 동물과 로봇 인간의 종을 넘어선 찬란한 연대를 그린 작품으로 이미 국립극단과 서울예술단에서 각각 연극과 뮤지컬로도 각색한 바 있다. 이번 마켓에서는 콘텐츠랩블루가 제작해 내년 공개 예정인 웹툰 버전의 ‘천개의 파랑’으로 부산을 찾았다.
천 작가는 “사람들이 고자극 콘텐츠를 원한다고는 하지만 결국 이야기를 통해 행복을 얻고 싶은 것 같다. 그래서 많은 존재가 연대하는 선한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이야기에는 국경의 제약이 없다. 국가 간 다른 문화를 잘 섞어주는 역할을 이야기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영화감독으로 활동하다가 ‘스토리의 힘’을 느끼고 IP로 눈을 돌린 경우도 만날 수 있었다. ‘mymy’로 처음 부산스토리마켓에 참여한 강진아 작가는 지난 2009년 단편영화 ‘백년해로외전’이 BIFF에 초청되고 미쟝센단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최우수작품상을 받으며 팬들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부산 출신인 강 작가는 영화 제작 현장에서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며 ‘튼튼한 구조, 단단한 이야기라면 영화가 쉽게 엎어지지 않겠지’라는 생각으로 이야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우선 영화를 만들 때마다 관심을 기울였던 IP를 모아 소설로 출간했다. 2020년 발간한 ‘오늘의 엄마’를 통해 독자들의 피드백을 받고 다양한 모녀 관계를 탐구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세 번째 소설인 ‘mymy’. 지난해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강 작가는 “‘나쁜 엄마를 사랑하는 부도덕한 딸’의 이야기”라는 흥미로운 소개를 내놨다. 나쁜 모녀의 모습이 기괴할 수 있지만, 결국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지 않으면 좋겠다는 울림을 전한다. 그는 “시나리오는 문장보다는 배우의 연기와 촬영을 염두에 두고 썼는데, 소설은 글을 본 독자들이 시청각적 상상력을 저마다 다르게 펼치니 너무 재밌었다”고 말했다.
영화 스토리보드 작가로 출발해 웹툰 작가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오정호 작가 역시 웹툰 ‘메리지 블루스’로 ACFM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그는 영화 ‘박쥐’ ‘김씨표류기’ ‘해운대’ 등의 스토리보드 작가로 참여했다. 스토리보드는 영화를 촬영할 때 영상의 흐름을 설명하기 위해 주요 장면을 스케치하는 것을 뜻한다.
촬영이 무산된 한 영화 감독의 “콘티 속 인물 표정이 잊히지 않는다”는 말 한마디에 오 작가는 그림으로 잊히지 않는 장면들을 남기겠다고 마음 먹었고, 오롯이 자신만의 작품을 하기 위해 웹툰 세계에 뛰어들었다고.
이번에 선보인 ‘메리지 블루스’는 결혼을 앞두고 심리적 불안감(메리지 블루)을 겪고 있는 여주인공이 결혼식 당일 타임슬립으로 로맨틱한 여행을 떠나게 된다는 내용이다. 귀여운 타임슬립 택시를 타고 과거의 많은 시간을 여행하는 여주인공을 그녀의 첫사랑이 돕는다. 오 작가는 “결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이라는 것을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그는 “‘나를 발견해 주세요’라고 외치는 작품이 많다. 부산스토리마켓 같은 곳이 활성화돼 많은 분이 재미있는 ‘원석’과 마주하길 기대한다”며 “시·청각적 경험을 함께 주는 영화는 많은 사람이 사랑하는 콘텐츠다. 영화의 중심이 이야기인 만큼, 원천 IP가 꾸준히 발굴·개발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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