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땐 빚더미” 울며 버티기…조업구역 확대·보상 등 절실
- 정치망 멸치 못잡아 정어리 잡이
- 대형선망 해파리 혼획 탓 어려움
- 저인망 어민 55% 감척 원하지만
- 요건 충족 어렵고 보상금 쥐꼬리
근해어업은 비교적 먼거리에서 10~90t 규모 대형 어선이 어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연안어업(근거리 어업)과 함께 수산물 밥상을 책임진다. 수산물 자급률은 매년 감소 추세로 현재 71%인 상황에서 근해어업이 무너지면 급격하게 추락할 것으로 우려된다.
▮“사중·오중고에 버틸 힘없어”
최근 55년간 국내 해역의 표층수온 상승률은 지구 평균보다 약 2.5배 높다. 특히 올해는 유례없는 고수온으로 고수온 특보발령 기간은 2017년 이래 최장 기록(71일)을 세웠다. 어류는 변온동물로 수온 변화에 따라 서식지를 이동하는데 대형 어선은 좁아진 조업구역에서 제대로 조업하지 못하는 상황이 수년간 이어진다. 지난 3월 경남 통영 욕지도 남쪽 해상에서 침몰해 4명이 숨진 부산 선적 쌍끌이 저인망어선은 정어리를 잡기 위해 당시 조업 금지구역에서 불법 조업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저인망어선 관계자는 “불법 조업을 정당화할 수 없지만 오죽 상황이 어려우면 정어리라도 잡으려고 조업금지 구역까지 갔겠느냐”고 반문했다.
대형트롤(오징어) 대형쌍끌이(오징어·삼치) 외끌이(참조기 가자미 등) 3개 업종으로 구성된 대형기선저인망수협에는 총 136척이 있는데, 국내 전체 어획량의 7%나 차지한다. 하지만 급격한 수산자원 변동에 따른 어획량 부족과 조업일수 급감, 조업 구역 부족으로 급기야 내년 감척 희망 어업인이 전체 어선의 55%(74척)로 급증했다.
주로 삼치 갈치 가자미 볼락 등을 어획하는 서남구기선저인망수협은 2016년 한일어업협정이 결렬되면서 입어 및 조업을 못하는 상황이 계속된다. 배타적 경제수역(EEZ) 의존도가 높은 업종이지만 조업이 불가능하다 보니 국내 수역에서 조업하다 타 업종과 분쟁을 겪거나 폐어구로 인해 조업이 방해받는 사례도 허다하다.
주로 멸치를 잡는 경남정치망수협 역시 고수온으로 정어리 떼가 몰려들면서 멸치 어획량이 급감했다. 정치망수협 관계자는 “멸치가 안 나니까 비용이라도 벌려고 사료로 쓰는 정어리를 잡고 있다”며 “외국인 선원 인건비도 만만치 않아 조금이라도 아끼려 선주가 직접 배를 타는 경우도 많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국내산 고등어의 80%를 공급하는 대형선망수협은 올해 고수온 여파로 해파리가 다량 혼획되고 강풍 및 태풍 등으로 조업일수가 급감하는 어려움마저 겪고 있다. 선망수협 관계자는 “해파리가 고등어와 혼획되면 일일이 가려내야 하고 해파리가 고등어를 덮으면서 얼음이 닿지 않아 신선도가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정책 도움 하나도 안돼”
저인망어선은 60~140t 이하로 근해어선 중 가장 크다 보니 조업구역이 작다. 새 어장 개척을 위해 최근 해양수산부에 동경 133도 시험어업 건의, 서해조업구역 한시 확대 제안 등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반려됐다.
또 감척 수요는 급증하지만 실제 감척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다. 우선 해수부가 매년 공고하는 감척사업 대상에 해당 업종이 포함돼야 한다. 대상에 포함되더라도 선령이나 조업실적 등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게다가 감척 보상기준이 최근 3년 평균 어획량이어서 최근 급감한 어획량 실적으로는 보상금이 부채도 못 갚을 정도로 적다는 지적이다. 실제 해수부의 지난해 등록어선 감소 현황(감척 포함)을 보면 연안어선(57.1%)과 5t 미만 어선(79.3%)에 몰려 있다.
저인망수협 관계자는 “폐업하고 싶어도 감척 역시 쉽지 않다. 정부 요건에 맞아야 하고 보상금이 부채보다 적어 울며 겨자먹기로 버티고 있는 선사가 수두룩하다”며 “배가 큰 근해어업은 정부가 대규모 예산을 확보하지 않으면 대규모 감척이 이뤄질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해수부 어업정책과 관계자는 “내년 감척사업 예산 규모를 2200억 원으로 확대하는 한편 기후변화에 따른 조업구역 유연화 및 탄력적 운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