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낮추고 대책 내놓고…'지주회장 첫 국감 출석' 임종룡 관록 돋보여

김현 기자 김도엽 기자 김근욱 기자 2024. 10. 10.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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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정무위 국감에 증인 출석…여야 의원 질타에 여러 차례 고개 숙여
준비한 대책 등도 잊지 않고 제시…여야 의원들 우리금융 쇄신 당부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한국산업은행·중소기업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손태승 전 회장의 부당대출 관련 질의를 듣던 도중 고개를 숙이고 있다. 2024.10.10/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김현 김도엽 김근욱 기자 =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10일 주요 금융지주 회장으로선 처음으로 국회 국정감사장에 참석했다. 금융위원장을 지낸 임 회장은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건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쏟아지는 질타에 몸을 낮추면서도 의원들이 원하는 답변을 내놓는 등 정통 관료 출신다운 관록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임 회장은 이날 오후 2시50분께 국회 정무위 국감이 열리고 있는 국회 본청 6층에 모습을 드러냈다.

다소 무거운 표정으로 나타난 임 회장은 '금융지주 회장 중 처음으로 증인 출석을 했는데 입장을 말씀해 달라' 등의 취재진의 질문에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은 채 대기 장소로 이동했다. 15분쯤 지난 오후 3시7분께 국감장으로 들어가 착석했다. 언론들은 임 회장의 일거수일투족에 집중했다.

곧이어 시작된 증인 신문에 여야 의원들은 손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태에 대한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미흡 등 각종 문제점을 지적했고 "사퇴할 것이냐" 등 임 회장의 거취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임 회장은 의원들의 질타에 일단 몸을 낮췄다. 그는 "전임 회장 부당대출과 또 다른 사건으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국민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 "이 자리에 함께해 주신 정무위원들께도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등 여러 차례 고개를 숙였다.

그는 자신의 향후 거취 문제에 대해 "우리금융의 신뢰를 떨어뜨린 점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며 "제가 잘못해서 책임져야 할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했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한국산업은행·중소기업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2024.10.10/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국내 5대 금융지주 회장임에도 불구하고 민의의 전당에 나온 임 회장은 여야 의원들의 질의 때 시선을 마주칠 수 있도록 증언대를 옮겨가며 답변을 하기도 했다.

몸을 낮추긴 했지만, 자신이 준비했던 발언과 메시지는 잊지 않았다. 금융위원장 등 정통 관료 출신으로 여러 차례 국감장에 섰던 경륜이 고스란히 묻어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손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태에 대한 현 경영진의 책임론과 관련해선 "결코 전임 회장을 비호하거나 사건을 은폐·축소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며 "그렇게 할 이유도 없었다"고 일축했다. 그는 "현재 검찰 수사, 금감원 검사가 지속되고 있으니 앞으로도 정확한 사건의 실체와 책임감을 규명하기 위해 성실히 협조하겠다"고 했다.

임 회장은 또 여야 의원들이 가장 듣길 원했던 향후 대책도 제시했다.

그는 특히 "자회사 임원 선임과 관련한 사전합의제를 폐지하고 계열사의 자율경영을 보장하겠다"며 자회사 임원에 대한 인사권을 더 이상 행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우리금융은 그동안 자회사 대표가 임원을 선임할 때 지주 회장과 미리 협의하도록 해왔는데, 이같은 절차를 없애 회장 권한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사태에 대한 책임 차원에서 '제왕적 금융지주 회장'의 권한을 먼저 내려놓겠다는 임 회장의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그는 "(사전 합의제는) 이번 사건의 원인이기도 했다"면서 "회장 권한과 기능을 조절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임 회장은 또 "그룹사 전 임원의 동의를 받아 친인척 신용정보를 등록시키겠다" 등 내부통제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절박한 심정으로 우리금융의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기업문화를 바꾸겠다는 의지를 전 직원이 갖고 있다"면서 "이런 의지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제도와 시스템, 문화 등 전 분야를 쇄신하겠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자신의 사퇴를 압박했다는 취지의 질문에도 "인사 개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경영진의 각성과 쇄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면서 "저는 이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임 회장의 답변에 의원들은 우리금융의 쇄신을 당부하며 임 회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국회 정무위원장인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임 회장이 아직 임기가 많이 남아 있으니 의원들이 지적한 사항을 잘 반영해서 혁신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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