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김영섭 “인공지능은 서비스로 판가름”…MS와 손잡은 이유

2조4천억 투자…MS 대화형 인공지능을 서비스 탑재

케이티(KT) 김영섭 대표(가운데), 오승필 기술혁신부문장(왼쪽), 정우진 컨설팅그룹장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케이티 제공

인공지능(AI)을 향한 기업들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케이티(KT)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을 잡고 인공지능 서비스 상용화에선 뒤처지진 않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자체 인공지능 개발에 힘을 쏟는 대신 미국 빅테크의 앞선 기술력을 빌리겠다는 포석이다.

김영섭 케이티 대표는 10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간담회를 열고 “인공지능 기술이나 규모의 고도화는 이미 게임이 끝났다”며 서비스 상용화의 ‘속도전’에 방점을 찍은 인공지능 사업 청사진을 밝혔다. 케이티는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5년 동안 2조4천억원을 투자해 ‘한국형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기존 서비스에 마이크로소프트의 대화형 인공지능 ‘코파일럿(Copilot)’을 적용할 예정이다. 또 소형언어모델 ‘Phi(파이) 3.5’ 기반 공공·금융 분야 특화 모델도 내놓을 계획이다. 내년께 인공지능·클라우드 기술 연구를 위한 이노베이션센터도 공동 설립한다.

김 대표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을 잡은 것에 대해 “빅테크는 그동안 수백조원에 달하는 규모로 (인공지능 모델 개발에) 지속 투자했기 때문에 단시간 내 이들 수준을 제치기는 어렵다”며 “한국형 인공지능 모델, 소버린(자주적) 인공지능 클라우드 시스템을 완벽하게 구축한 다음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여러 서비스나 제품을 빠르게 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빅테크가 만든 거대언어모델(LLM)을 활용해 고객이 체감하는 서비스를 빠르게 선보여 시장을 점유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이어 “(인공지능에) 너무 올인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저도 생각이 많지만, 지난해 12월부터 마이크로소프트와 미팅을 하면서 ‘빨리 쫓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케이티는 지난해 10월 자체 개발 초거대 인공지능 모델 ‘믿음’을 선보였지만, 시장 경쟁력 확보가 어려운 것으로 보고 산업용 소형언어모델로 특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이는 소버린 인공지능을 자체 개발하고 있는 국내 업체 네이버와는 구분된다. 네이버는 지난해 8월 ‘하이퍼클로바엑스(X)’를 공개하면서 오픈에이아이의 ‘챗지피티(GPT)’ 대비 한국어를 6500배 더 많이 학습한 ‘한국어 특화 모델’이라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의 문화를 이해하고 답변을 내놓는다는 게 네이버 쪽 설명이다. 초거대 인공지능 모델 개발에는 그래픽처리장치(GPU·지피유)와 전력, 학습 데이터 등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 향후 글로벌 빅테크의 독점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네이버는 ‘자강’을 선택한 셈이다.

반면 김 대표는 “회사마다 인공지능 모델의 이름을 붙여 1000개, 2000개 만들었다고 할 수 있지만 (실제 서비스로 구현되지 않으면) 허공의 메아리”라며 “실제 가치를 창출하는 서비스와 그것이 제품으로 인정받는 속도 등으로 판가름날 것”이라며 거리를 둔 것이다. 정우진 케이티 컨설팅그룹장(전무)은 “H200이라는 엔비디아 최신 지피유가 마이크로소프트에 처음 공급되는데, 이것을 한국에서 케이티가 제일 먼저 공급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케이티가 자칫 자체 인공지능 기술 개발은 손 놓은 채 글로벌 기업 의존도만 높이는 것은 아닐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